각 선거대책본부는 12일 자정부로 모든 선거운동을 종료하고 각 지부의 투표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에는 극소수의 사업장만이 투표를 진행했고 대부분의 투표가 14일과 15일에 걸쳐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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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속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조합원 '직접선거'가 이변 일으킬 수 있을까
금속노조 사상 최대 규모의 조합원 직접선거인만큼 후보들에겐 3주간의 선거운동 기간이 부족했을 법 하다. 금속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국 방방곡곡의 지부에 천오백 장의 포스터와 7만 부의 정책자료집을 배포했지만 선거운동이 종료된 현재 시점에서도 산별노조의 위원장을 자기 손으로 직접 선출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한 조합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선대본이 부족한 선거운동 기간과 운동원만으로 최대한의 홍보 효과를 이루기 위해 개인홍보물 제작과 인터넷 게시판 홍보에 주력했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권자의 60퍼센트 이상이 몰려 있는 대공장,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우 후보자들이 여러 차례 직접 찾아가 인사를 하며 얼굴을 알린 반면, 어느 후보도 방문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들이 부지기수인 현상도 빚어졌다.
'조합원 직접선거'라는 메리트가 지금까지의 '조직 선거' 방식을 뒤엎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다소 비관적인 분위기다. 정파에 소속되어 있지 않거나 성향을 규정하기 어려운 현장 조합원들의 경우 다섯 팀의 위수사 후보, 15명의 부위원장 후보의 공약과 정책을 충분히 검토할 만큼의 시간과 조건이 부족했을뿐더러, 가까이 지내고 신뢰하는 자신의 사업장노조 집행부나 대의원의 권유에 따라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때, 조직 선거(대의원 간선)와 비슷한 비율로 표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전제한다면 기호2번(현장파), 기호4번(중앙파), 기호5번(전국회의) 중 두 팀이 결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파 내 표심을 어느 정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는 기호1번(현장연대)과 '정파 구도'를 거부하며 '조직표' 파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기호3번(새흐름)의 득표 정도가 변수다.
현장파-중앙파-전국회의 3강 구도에 현장연대-새흐름 변수
금속노조 내 폭넓은 분포를 보이고 있는 전국회의 후보, 즉 기호5번 정갑득 후보는 결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시절 비정규직 비율 16.9% 합의, 회사비용으로 광고비 대납 등의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인지도 면에서 유리하다. 전국회의 지지기반과 함께 '인물'론과 '안정적 집행력'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전국회의를 탈퇴한 현장조직들이 꾸린 '전국현장연대'에서 추대한 기호1번 정형기 후보 진영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자민통' 표심을 얼마나 확보했는가에 따라 표가 갈린다면 예상보다 득표가 적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차 투표에서 당락을 가르기 불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므로 다섯 팀의 후보 모두 결선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호4번의 경우 일정하게 확보돼 있는 전진(중앙파) 세력쪽의 득표와 함께 유일하게 완성차노조 출신이 아니면서도, 금속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추진해 온 마지막 금속연맹 위원장인 전재환 위원장 후보의 성과와 인지도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장파인 기호2번도 결선 진출의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현장과 투쟁을 강조해온 금속노조 내 여러 현장조직들이 '금속현장조직연대'를 꾸려 추대했으며, 비정규직의 증가와 강력한 산별노조의 필요성이라는 배경 속에 보다 강한 현장성과 투쟁력이 요구되는 흐름이 있기 때문. 여기에 임원소환요건 완화와 비리부패 척결 등 관료주의 타파를 주요 공약으로 배치하고 사회적합의주의 반대, 사회연대전략 반대로 '좌파'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위원장 후보들 중 드물게 단위사업장노조 위원장을 한 번도 역임하지 않은 대신, 수 차례 현장조직 대표자와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소집권자를 지낸 이정행 위원장 후보의 이력이 '노동조합 관료주의'에 질린 민심 속에선 외려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전노협과 영세사업장노조 활동을 거쳐 금속노조 출범부터 6년간의 실무활동을 통해 금속 현장 사정에 밝은 최윤정 사무처장 후보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2005년 금속연맹 선거에서 43퍼센트를 득표한 새흐름 진영의 기호3번 박병규 후보조도 조합원들의 '공감'을 기대하고 있다. 노동조합 선거공약으로선 다소 생경한 생활비 절반, 노동시간 절반, 고용 두 배라는 공약들과 '노동 생활 투쟁의 공동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의외성을 뛰어넘어 조합원들에게 '희망'으로 다가갔는지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임원선거 투표 종료일은 15일 오후 5시이며 오후 7시부터 지부별로 개표를 시작하게 된다. 기업지부의 경우 거리가 있는 지회로부터 투표함을 전달받아야 하는 등의 절차가 있어 개표 결과가 당일 발표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부별로 개표가 완료되면 지부선관위가 중앙선관위에 결과를 통보하고 중앙선관위는 16일에 이를 발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