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거나 상대후보에 비해 부각되는 점을 에둘러 내세우는 방식으로 기조발제를 진행한 후보들은, 질의응답 시간에는 준비된 질문을 던지며 약간의 날을 세웠다. 이날 정책토론회를 기점으로 상대 진영 정책공약에 대한 연구와 '공격 지점' 확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호5번 정갑득 위원장 후보에 대해 현대차노조 위원장 시절의 비정규직 합의 문제, 울산에서의 정치활동과 도중하차 문제 등이 집중 질문됐다. 박병규, 정형기 후보도 각자의 공약에 대해 '허황된 공약', '현실과의 괴리감' 등의 질문을 받았다. 금속연맹 위원장인 전재환 후보도 '임기중 출마', '상층중심' 등의 질의에 답해야 했다. 이정행 후보에 대해서는 독특한 공약인 임원소환요건 완화와 금속노조 발전전망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다.
금속노조 임원선거 후보자들이 한 차례의 정책토론회를 마치고 오는 2월 1일부터 7일까지 전국 순회 합동유세 일정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금속노조 사상 최초로 15만 명의 직접선거로 진행되는 이번 임원선거에 조합원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각 후보들의 질의응답 요지를 발제순서대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기호3번 박병규 위원장-정식화 사무처장 후보
▲ 기호3번 박병규 위원장 후보 - 정식화 사무처장 후보/이정원 기자 |
기호4번 이재인 수석부위원장 후보의 "임기 내에 생활비 절반, 노동시간 절반이라는 공약은 허황된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박병규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주장하고 있는 투쟁, 비정규직, 노동해방, 현장조직력 등의 문제보다 우리 공약이 열배 천배는 현실적이고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창출할 수 있고, 노동자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살아갈 것인가를 놓고 사업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업종에 맞는 조직화로 150만 조직화'라는 공약은 업종 중심 고착화의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하는 이정행 후보의 우려에 대해서는 "업종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교섭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지역으로 묶이면 다 원칙이고 산별정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공장안에 갇힌 노동자들이 계급적 단결과 연대를 이뤄 비정규직과 부품사를 포함해 현장을 조직하는 등 산별노조 시대에 맞는 전망을 세워야 한다"고 대답했다.
기호1번 정형기 위원장-김현미 사무처장 후보
▲ 기호1번 정형기 위원장 후보 - 김현미 사무처장 후보/이정원 기자 |
정형기 후보는 "'한날한시 동시투쟁'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박병규 후보의 질문에 대해 "4만 금속노조는 이미 그런 훈련을 쌓아왔고 기아차 현대차 조합원들도 늘 총대를 메 왔다"며 "어느 순간 단위노조만의 행보로 가는 것은 어떤 내용으로 묶을 건지의 구체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5만 단일체계로 충분히 가능하고 금속노조의 위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는 대답이었다.
"'평생고용안정'이라는 공약이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는 기호4번 이재인 수석부위원장 후보의 질문에 대해서는 "2007년의 구체적 사업으로 현재의 15만 명의 총고용을 유지하는 문제와 고용안정협약의 쟁취, 고용안정기금의 노사 공동 출연을 냈다"며 "노사공동 출연하는 고용안정기금은 조직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호4번 전재환 위원장-이재인 수석부위원장 후보
▲ 기호4번 전재환 위원장 후보 - 이재인 수석부위원장 후보/이정원 기자 |
전재환 후보는 '사회연대전략'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정형기 후보에게 "정규직이 양보해 비정규직을 살린다거나 정규직에게 고통분담하라고 하거나 정권과 자본이 이를 악용한다면 동의하지 않겠다"며 "다만 던진 화두에 대한 출발점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박병규 후보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임원 임기상한제랄지 상층간부 청산 얘기가 나오는 것에 책임이 있지 않나, 2년 전 통합지도부를 구성해 당선된 이후 오히려 더 갈등이 심해졌다고 본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전재환 후보는 "2년 전 힘을 모아 금속노조로 전환해보자는 취지에서 집행부를 구성했고 결과적으로 공약을 지켰다"면서 "상층간부 청산이 조직혁신의 일환이 아니라 소중한 자산들을 아껴주고 지도력을 키워내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호5번 정갑득 위원장-최용규 사무처장 후보
▲ 기호5번 정갑득 위원장 후보 - 최용규 사무처장 후보/이정원 기자 |
기호4번 이재인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정갑득 후보에게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면서 '노조활동에서 정치활동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는데 다시 돌아온 이유는 뭔가"라는 다소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정갑득 후보는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 만들었다, 민주노동당 의원을 하다가 민주노총 위원장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알아온 부패, 타락한 정치인 이미지에서 진보진영의 건전한 급으로 우리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정형기 후보도 "현장활동을 접고 정치활동에 전념하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도중하차 후 어떻게 다시 출사표를 던졌나"라는 비슷한 맥락의 질문을 했다. 정갑득 후보는 "노조가 회사측의 돈을 빌린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책임지고 사퇴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노조 위원장 시절의 '비정규직 합의'의 이유를 묻는 이정행 후보의 질문에는 "비정규직이 갑자기 확대되는 긴급한 상황에서 16.9%에 비정규직을 묶어두는 응급처방 차원의 선택이었다"며 "원칙에 어긋난 합의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한 바 있다"고 말했다.
기호2번 이정행 위원장-최윤정 사무처장 후보
▲ 기호2번 이정행 위원장 후보 - 최윤정 사무처장 후보/이정원 기자 |
"산업정책에 대한 개입력을 어떻게 높일 것이며, 조직발전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라는 기호5번 최용규 사무처장 후보의 질의에, 최윤정 후보는 "산업정책 개입은 노사의 힘이 동등하고 사측에 압박할 수 있음이 전제돼야 한다"며 "다종다양한 구조조정의 현장에서 연대와 투쟁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직발전전망에 대해서는 "산별완성대대에서 지역지부에 대한 염원이 분명히 있었다고 보고 그 과정에서 이행방안을 제출했던 바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노조의 총파업 투표 부결' 건과 "12개나 되는 공약은 단지 투쟁으로 돌파하면 되는건가"라는 박병규 후보의 질문에 대해서는 "총파업 찬반을 묻는 방식을 반대했으며 지도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현장조직 의장이던 나에게도 책임소재가 있으나 총파업 부결의 책임은 지도부에게 있다"고 말했다. 최윤정 후보는 "12가지 공약은 모두 연관돼 있으며, 예단하는 차원에서 가짓수가 많다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함께 총자본의 전선을 돌파할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임원 소환 요건을 3분의 2에서 2분의 1로 축소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정행 후보는 "소위 비리를 저지르고 일부가 사퇴했을 때 집행부가 내려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불신임이 안되는 현실"이라며 "사실상 의도는 '탄핵'이며 지도부가 정권과 자본과 큰 거래를 하거나 지도력 행사를 올곧게 못했을 때 소환 요건을 고쳐서 바로 불러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