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의 비정규직 연대투쟁은 인간에 대한 예의입니다
▲ 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 아내 한미선 |
지난 1997년 남편이 해고되어 2005년 복직될 때까지 미포조선 정문에서 남편과 복직투쟁을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2가지였습니다. 남편을 도덕적으로 파렴치한 사람인냥 매도하는 현장의 유언비어. 그리고 남편의 동료 현장관리자들이 정문에 몰려나와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면서 비난 현수막을 펼치고, 우리에게 정문을 떠나라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막말을 할 때였습니다.
이번 미포조선 비정규직 용인기업 노동자들의 복직투쟁도 저희 남편의 경우와 흡사 했습니
다. 저희 남편의 경우를 보면 1,2심 모두 다 이겼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려 3년5개월 동안 재판을 지연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저희 가족의 삶은 너무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저희처럼 비정규직 용인기업 가족들도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남편과 정규직 현장활동가들이 함께 미포조선 비정규직 용인기업 복직투쟁에 연대한 것은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라 생각합니다.
복직투쟁으로 인하여 회사와 갈등이 심각해질 무렵인 09년 1월22일, 현대중공업 노사담당 김모 상무는 전권을 가지고 합의 하러왔다며, 민주노총 울산본부장과 협의하여 그 자리에서 직접 합의서와 이면 협약서를 작성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약속하기로는 합의서는 언론에 공개하되 이면 협약서는 언론에 비공개하기로 했답니다. 비공개 이면 협약서 1항을 보면 “금번 사건과 관련한 조합원 징계 시 인원을 최소화 하고, 중징계(감봉, 정직, 강격, 해고) 하지 않도록 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음날 합의문 발표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용인기업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원 복직하였습니다.
▲ 미포조선 정규직 활동가들에게 경고이상 중징계를 하지 않는다는 이면 협약서 |
하지만, 회사는 이면 협약서를 불인정 한다며 비정규직 복직투쟁에 연대한 저희 남편과 정규직 현장활동가들을 중징계 하였습니다. 특히 회사는 제 남편에게 정직2개월 중징계를 하였고 노동조합도 회사처럼 유기정권 5년의 중징계를 하였습니다
징계를 받은 저희 남편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맺은 1.23 합의정신(이면 협약서)을 지킬 것과, 1.17일 심야에 벌어진 현대중공업 경비대 테러사태해결을 위해 정몽준의원이 나설 것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서울과 울산을 오가며 벌였습니다. 그러자 회사 노무관리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저희 집 주변을 지키며 남편을 감시, 미행하였습니다.
정직 2개월이 끝나 회사에 출근하자 남편과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이 이상한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합니다. 그들은 현장 사무실 입구에서 남편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들고 첫 출근 비난환영식을 하였답니다. 세상천지에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는 없을 겁니다. 남편이 인사하면 동료들은 애써 외면하고, 현장관리자는 남편이 작업 중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더 열심히 일 하라고 재촉한답니다. 동료들은 남편 때문에 힘들다면서 노동운동 중단할 것을 계속 강요한답니다. 심지어 지난번에는 남편이 현장조직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함께 근무할 수 없다는 결의문 까지 작성하였다고 합니다. 남편이 회사에 들어서면 경비대 차량이 현장사무실까지 미행하고 점심 먹으러 갈 때도 현장관리자가 동행해서 숨이 턱턱 막힌다고 합니다.
▲ 2009년 2월 비정규직 용인기업 복직투쟁이 끝난 후 현장 사무실 입구에 걸어놓은 함께 근무하는 팀동료 명의로 된 남편을 비방하는 현수막 |
▲ 2009년 5월 정직2개월의 징계가 끝나고 첫 출근 하자 현장 사무실 입구 팀 동료들이 나와남편을 비방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함 |
남편이 출근하는 현장사무실 앞은 이상한 현수막 전시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소문을 들은 조합원들은 현수막을 구경하기 위해 출, 퇴근길에 들러본다고 합니다. 현수막 내용을 보면 저희 남편에게 29년 동안 다닌 회사를 떠나라는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비난해야 합니까. 회사는 비정규직 용인기업 노동자들과 정규직 현장활동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원 비정규직 용인기업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복직시켰습니다. 경고이상 중징계를 하지 않도록 한 이면 협약서가 버젓이 존재 하는데도 저희 남편과 현장활동가들은 정직2개월 등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심야 테러사태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아무런 조치도 않고 있습니다.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은 이면 협약서를 지키지 않고, 심야에 노동자에게 테러를 가한 사람들 아닌지요.
남편은 요즘 비정규직 투쟁관련 5건의 형사사건으로 경찰, 법원으로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벌어진 테러, 징계, 고소, 감시, 미행, 비난 현수막 시위에 너무 기가 막힙니다.
이런다고 1.23합의 정신에 입각한 이면 협약서가 백지화되지 않습니다.
또한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 테러사태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덮을 수 없고요. 지금은 비록 남편 혼자서 싸우고 있지만, 머지않아 전체조합원들이 함께 할 거라고 믿습니다. 다시 한번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최대주주이자 실질적 권한을 가진 정몽준 의원이 하루빨리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