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 사측이 농성 중인 해고 파견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점유 및 사용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강남성모병원 사측이 해고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선택하지 않고, 가처분 신청으로 병원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천막농성이나 촛불집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강수를 선택한 것. 강남성모병원 사측은 지난 4일, 보건의료노조가 요청한 면담을 거부하는 등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사측이 이런 강수를 두고 있는 데에는 이 문제가 병원 안에서 일하고 있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에게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 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성모병원 사측은 가처분 신청을 하며 제출한 증거자료에서 “파견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소속 자체가 다른 용역회사의 직원을 정규직화 한다는 것은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라며 “새 병원 오픈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병원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할 때 수용될 수 없는 요구사항이다”라고 밝혔다.
▲ 강남성모병원 사측은 가처분 신청을 하며 제출한 증거자료. 사측은 “파견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소속 자체가 다른 용역회사의 직원을 정규직화 한다는 것은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파견 기간 2년을 이유로 계약 해지 된 28명의 정규직화 요구는 강남성모병원에 있는 700명의 직간접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고용안정 문제로 확산될 수밖에 없고 나아가 새 병원을 온통 비정규직으로 채우려는 병원의 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라며 “병원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더 많은 비정규직을 사용하려는 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이 투쟁을 막기 위해 발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측, 대책회의 꾸리고 정규직노조 개입 막고,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강남성모병원 사측이 제출한 증거자료에는 강남성모병원 인사팀장과 한 노무법인의 노무사, 파견업체인 메디엔젤 관계자가 모여 ‘상황대책회의’를 구성하고 농성장 철거 등을 도모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지난 달 22일 새벽 있었던 농성장 철거 과정에서 한 환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조사했음에도 “고소고발 시 사건처리하기”로 하고 그냥 돌아간 사건도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해고 노동자가 현행범으로 잡혔어도 그랬을까”라고 지적했다.
또한 강남성모병원 사측은 천막농성이 시작되자마자 정규직노조에 찾아가 항의를 했으며, 정규직노조에 개입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측이 직접 나서 노동자 간 연대를 가로막은 것이다. 자료에는 “9월 18일 10:10 개입의사 확인 : 현 시점에서 없으며 본조 요청 시 변할 수 있음 - 본조 압력만 없으면 상관 무”라고 적혀 있었으며, 농성장 철거가 있었던 9월 22일에는 “본원 지부장 만남. 개입의사 없음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 사측의 상황일지 중. 강남성모병원 사측은 천막농성이 시작되자마자 정규직노조에 찾아가 항의를 했으며, 정규직노조에 개입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
▲ 사측 상황일지 중 9월 22일, 농성장 설거 상황. 경찰이 출동했지만 그냥 돌아간 일, 정규직노조의 개입의사를 물은 일 등이 적혀 있다. |
이 내용이 담겨 있는 상황일지는 천막농성이 처음 시작된 지난 9월 17일부터 시간대 별로 정리되어 있었으며, 결제란이 담당, 팀장, 행정부원장, 진료부원장, 병원장까지 받는 것으로 되어 있어 노조 측은 “사실상 병원의 의사결정 핵심라인이 파견노동자 투쟁 탄압을 진두지휘 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상황일지에는 어떤 언론에서 취재를 해갔는지,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상급단체인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해고 노동자들이 어떤 집회에 참여했는지 등도 자세히 밝히고 있어 병원 측이 이들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를 하고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 상황일지에는 어떤 언론에서 취재를 해갔는지도 상세히 적혀 있었다. |
▲ 상황일지 결제란은 담당, 팀장, 행정부원장, 진료부원장, 병원장까지로 되어있다. |
이런 사측의 자료에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병원 측이 천막농성과 로비농성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재판부에 설명하기 위해 스스로 작성한 이 자료에는 사측의 범죄행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라며 “병원이 제기한 ‘점유 및 사용방해 금지 가처분’은 한마디로 말해서 ‘농성장 폭력침탈, 노조 탄압, 상시적 감시사찰’에 대한 병원의 범죄행위 자백서”라고 지적했다.
한편,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노동자 집단 계약해지 사태는 국정감사 도마 위에도 오를 예정이다. 오는 17일 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서울지방노동청 국정감사에는 황태곤 강남성모병원 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 자리에서는 강남성모병원 사측이 한 파견직 노동자들의 계약해지가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