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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해고 되었습니다”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28명 결국 해고, 로비에서 농성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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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수녀님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해 주십시오”

박정화 씨는 자신이 바쁘게 돌아다녔던 강남성모병원 로비에 주저앉았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그녀는 “일하고 싶다”를 외치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30일) 자로 강남성모병원에서 해고가 된 파견직 노동자다. 그녀와 똑같이 해고된 파견직 노동자가 강남성모병원에는 28명 있다.

  오늘(30일) 오전 해고된 노동자들이 강남성모병원 로비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2006년부터 일한 그녀는 중환자실에서 일 해왔다. 그녀는 매일 중환자실에서 시트를 갈고, 침대를 닦고 소독을 하는 일을 해왔다. 위독한 환자들이 많기에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그녀의 일은 중환자실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2년을 일했다.

“평범한 주부였어요. 그런데 아이들도 많이 컸고 그래서 일자리를 구하다가 그래도 좋은 일하면서 돈 벌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해서 인터넷에서 사회봉사파트를 클릭해 봤어요. 마침 강남성모병원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가 있더라구요. 물론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나쁜 일을 해서 자식들 입히고 먹이는 건 스스로 용서가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남에게 도움도 되면서 월급도 되는 일이 있으면 했어요. 결국 강남성모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일을 하다 보니까 제 적성에도 맞더라구요”

그렇게 열심히, 신나게 일했던 그녀가 오늘, 로비에 앉아 자신이 돌봤던 환자들 앞에서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원래부터 큰 목소리 내는 사람들 아니에요. 근데 너무 무서워요. 세 번이나 용역들이 들이 닥쳐서 농성장을 부쉈어요. 너무나 무서워요. 너무나 두려워요. 오늘 저희를 지켜주세요”

  오늘 자로 해고된 박정화 씨

“저희들 소망은 정말 작은 것이에요. 일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저희 계속 일하게 해주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말이죠. 저도 제 일터 이미지 나쁘게 하는 거 원치 않아요. 근데 만나달라고, 대화 하자고 (사측에) 수십 번 서신을 보내고 해도 응해주지도 않고 외면했어요. 방법이 없어요. 이렇게 앉아 있어도 쳐다보지도 않잖아요. 환자분들 정말 죄송해요. 근데 정말 이 방법 밖에 없어요”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 법의 목적에는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라고 쓰여 있다. 그래서 이 법에서는 2년을 초과해서 파견직 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사용자는 해당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파견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이바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하지만 이 법이 사용자 손에 들어가면 파견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아니라 2년을 근무한 파견직 노동자를 2년이 되는 즉시 해고하는 법이 되어버린다. 보호가 아니라 해고하는 법이 되는 것이다.


“월급을 더 많이 준다는 기업병원들도 있었어요. 근데 카톨릭이니까, 성모마리아를 생각하면 엄마 같잖아요. 그래서 나 같은 노동자도 따뜻이 품어줄 것 같은 이 병원에 들어왔어요. 신부님, 수녀님. 하나님의 뜻을 대신 사람들에게 전해주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런 분들이 우리같이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 안아주지 않으면 누가 합니까. 여기가 가장 낮고 낮은 곳이예요. 신부님, 수녀님. 제발 가장 낮고 낮은 이 자리에 와 주세요. 저희 소박한 단 한 가지 소원.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거 밖에 없어요. 부탁드려요. 신부님”

오늘 자로 해고된 파견직 노동자들은 “로비를 떠 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오늘 이 곳을 나가버리면 다시 들어올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바람은 자신이 일터에 벗어놓고 나온 유니폼과 신발을 다시 신고 신나게 일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