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가 비어있어도 들뜬 마음으로 고향으로 달려가는 추석이 다가왔다. 하지만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30일 예정된 해고에 마음이 무겁기만 한 노동자들이 있다. 카톨릭 대학교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노동자들이다.
강남성모병원에서 사원직이라 불리는 이들은 환자이동, 시트교체, 진표차트 정리 등 다양한 업무를 보며 일종의 간호보조를 하고 있다. 정규직이었던 이 업무가 지난 02년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이후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그나마 직고용 비정규직이었던 이들은 06년 10월 1일부로 파견직으로 전환됐다. 현재 간호보조업무를 보는 사원은 200여 명, 이중 65명이 파견직이다.
이영미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대표는 파견직 전환과정에 대해 “파견직으로 전환되기 3일 전에 통보받았다”며 “파견업체냐, 아니면 그만 둘 것이냐는 선택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파견직 전환은 이들에게 계약만료로 인한 해고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 대부분 계약종료가 9월 30일까지로 되어 있고, 그 시점은 파견직으로 근무한 지 2년이 되는 시점이다. 파견법에 의하면 2년 이상 근무한 파견직에 대해 정규직화를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해고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미 대표는 “8월부터 해고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인사팀과 면담을 통해 더 이상 재계약 의지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원장과도 면담을 진행했지만 병원 경영이 어려워 직접고용하거나 정규직화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재 정규직를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8일에 설립된 신생노조로 모든 것이 처음인 이들이다. 이들에게 병원 로비와 식당에서 하는 선전전은 어색하고 떨리기만 하다. 유인물 하나하나를 정성을 다해 전달하지만, 그냥 지나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서운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의 발걸음을 하나씩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