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후보 차지 위한 단일화논의를 집어치워라

[기고] 울산북구 선거를 반MB투쟁 기회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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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후보단일화 논의

울산 북구 선거를 용산투쟁과 더불어 또 하나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반이명박 투쟁의 핵심 기지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시기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에 주어진 지상명령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후보단일화 논의는 그야말로 한가하다 못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후보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과 목표는 간데없고 오직 후보를 차지하기 위한 쟁투 수준에서만 정치적 발상이 맴돌고 있다. 백 번을 양보해 두 당의 주장 속에 각각 그럴만한 이유와 근거가 있으며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는 있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 정도의 이유와 근거 또는 역사적 배경을 돌파하지 못하고 무슨 큰일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두 당이 공동으로 말하고 있는 반이명박 투쟁이 단지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정도의 긴장과 정치적 상상력을 갖고 설령 당선이 된다한들 무슨 투쟁을 조직할 수 있으며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안 봐도 비디오다. 길어야 한 달도 못가 그저 의원 한 명 늘어난 것 이상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 떨어졌을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이명박 정권은 탄압의 명분을 쥘 것이며 노동자 민중투쟁은 사기가 떨어질 것이다. 어느 경우든 양당의 울산북구 선거논의는 노동자 민중투쟁을 불러일으키는 것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낳을 뿐이다.

이제라도 울산 북구 선거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이 다시 한 번 확인/공유하고 그로부터 후보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찾아야 한다. 그랬을 때 문제의 핵심은 ‘선출 방법’이 아니다. 울산 북구 선거를 용산투쟁과 더불어 어떻게 반이명박 투쟁의 전국적 구심 또는 핵심 기지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계획과 전망’이 먼저 제출되어야 한다. 이 점이 빠져있거나 부차화 되고 있는 속에서의 ‘선출 방안’ 논의는 아무리 최선책을 찾는다 해도 노동자 민중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기에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3자 투쟁동맹으로 돌파구를

민생민주국민회의가 반이명박 투쟁의 구심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 여기에 더 이상 그 어떤 기대나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나 참여연대와 같은 세력을 끌어 들이지 못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이 투쟁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돌파구를 외연 확대를 통해서는 도저히 마련할 수 없다. 민주당이나 참여연대와 사안별, 일시적 공조는 상정할 수 있으며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설적, 지속적 공조는 가능하지도 않으며 더구나 올바르지 않다. 민주당은 명백히 지배계급의 한 분파이며 참여연대는 민주당의 우군을 넘어서기 어렵다.

민주노총이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연대회의도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구심과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정치 세력 역시 아직은 독자적인 세력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반이명박 전선을 형성하고 있지 못한 근본적 원인이다. 그러나 이들 3자는 적어도 반이명박 전선을 형성할 의지가 있으며 최소한 그 차원에서는 그를 성사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살아 있다. 민주노총은 비록 대중조직이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반이명박 투쟁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으며, 진보정당과 사회주의 세력은 반이명박 전선을 형성하지 않고는 정치 세력으로서 존재할 이유나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공동의 이해가 걸려 있다.

이들 3자가 투쟁동맹을 맺어야 한다. 민주노총/진보정당/사회주의세력 3자가 투쟁동맹을 결성하는 것만이 반이명박 투쟁, 반이명박 전선을 조직하고 성사시킬 수 있는 가장 유일하고 유력한 방안이다. 민주노총이 아무리 내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혁신되어야 할 사안이지 내팽겨쳐야 할 일은 아니다. 진보정당이 분명 개량주의 정치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그것은 대중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일이지 낙인찍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 세력은 그 정당함과 올바름을 실력으로 확인시켜야 하는 것이지 분별 정립 자체가 정치력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이 상태로는 이겨도 걱정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자 민중은 죽어 나가고 있다. 살아 있어도 그들의 삶에 고통과 신음 소리가 넘쳐 나고 있다. 용산 유가족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절망적인 것은 당장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임기가 아직도 4년 남짓이나 남아 있다. 지금대로라면 그 때가서 어떤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을 단지 제도 정치 수준에서만 대응한다는 것은 한계가 분명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일이다. 그렇다고 제2의 촛불 항쟁을 막연히 기다릴 수만도 없다. 노동 현장은 사실상 각개격파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권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세계대공황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이렇다. 많은 노동자 민중이 지금 일종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극소수의 정규직과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앞날이 캄캄한 지경이다. 투쟁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제도 정치 수준에 무엇을 기대한다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다. 오직 개인적 차원에서 살아남기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이 있을 리 없다. 시간은 결코 노동자 민중 편이 아니다.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난 촛불 시위가 일단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정치적 지도력과 방향이 없는 대중투쟁이 갖는 한계도 동시에 드러냈다. 용산투쟁이 또 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었지만 힘에 부치고 있는 상태다. ‘자본의 위기 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는 아직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진보정당은 한가한 후보단일화 논의에서 한발 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울산 북구 선거가 심각하고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도 정치 차원에서는 그저 한 지역의 재선거일 뿐이며, 진보정당의 입장에서는 단지 의원 한 명을 배출해야 하는 선거일지 모르지만 노동자 민중의 처지에서는 반이명박 투쟁의 진지를 구축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걸려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아니 울산 북구 선거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그렇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울산 북구 재선거는 지난 촛불 시위, 그리고 현재의 용산투쟁에 이어 세 번째 찾아오는 기회이다. 이 기회마저 날려버릴 수는 없다. ‘후보단일화를 통한 선거 승리’ 정도의 긴장과 행보로 이 기회를 살릴 수는 없다. 후보단일화가 목적이 되는 수준을 갖고, 의원 배출이 지상목표가 되는 차원에 머물러서야 어떻게 반이명박 투쟁의 전국적 구심을 형성할 수 있겠는가? 지금 상태라면 선거에서 이겨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발상을 완전히 바꿔라

울산 북구는 객관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그 점이 울산 북구 선거를 주목하는 이유이다. 맞다. 울산 북구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여기서의 패배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따라서 그 역이 더욱 중요하다. 여기서의 승리를 단순한 승리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의원 한 석을 차지하는 차원의 승리여서는 안 된다. 단순한 의석수로 계산할 수 없는 반이명박 투쟁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동력을 형성하는 승리가 되어야 한다. ‘거대한 소수 전략’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승리가 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부르주아 제도 정치 차원의 담론에 갇히는 승리가 아니라 고통 받고 신음하고 있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 노동자 민중이 투쟁과 정치의 주체로 불컥 솟아오르는 기폭제가 되는 승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앞에서 말한 3자 투쟁동맹을 성사시켜야 한다. 적어도 이 정도의 준비와 태세는 갖추고 출발해야 한다. 3자 투쟁동맹은 크게 3가지 정치 원칙을 선언해야 한다. 첫째 경제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려는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의 일체의 행위를 거부한다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 둘째 용산참사의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 셋째 노동자 민중의 전국적인 단결투쟁전선을 기필코 성립시켜 내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이게 바로 지금 시기 반이명박 투쟁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준거가 되어야 한다. 울산 북구 선거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이렇게 규정한다는 것을 내외에 천명해야 한다. 울산 북구 선거를 이렇게 치르겠다는 각오와 의지를 3자 투쟁동맹을 통해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제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단일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말해보자. 만약 위 내용에 동의한다면 그것은 간단하다. 발상을 완전히 바꾸면 된다. 이제까지의 후보단일화 논의는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 그 핵심은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후보를 연속적으로 배출하는 과정이 되게 하는 것이다. 당선된 의원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버려야 한다. 당선된 의원은 어느 정파에 속해 있든 내용적으로는 3자 투쟁동맹의 의원이고, 반이명박 투쟁의 선봉에 서야하는 의원이며, 전국적 노동자 민중 단결투쟁전선을 앞장서 이끌어야 하는 의원이다. 구속이 목적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구속을 각오하지 않고는, 실질적으로 구속을 당하는 투쟁을 만들지 않고는 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다. 구속은 당연히 정해진 수순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후보를 세우면 된다. 거기에서 또 다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또 같은 역할을 하면 된다.

이것이 울산 북구를 이명박 정권 내내 전국적인 반이명박 투쟁의 구심이자, 핵심 전진 기지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당선된 의원이나 그가 속한 정파가 이를 실행하지 않고는 더 이상 정치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후보는 순번을 정하면 된다. 먼저 구속을 각오한 사람이나 정파부터 후보가 되면 된다. 경쟁이 심하면 추첨으로 결정해도 문제가 없다. 울산 북구의 노동자 민중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울산 북구의 지역 문제도 얼마든지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다.

1인 1표의 부르주아 민주주의만이 민주적인 것이 아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노동자 민중의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하나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제도 정치와 투쟁 정치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방안이다. 3자 투쟁동맹 안에서의 정파적 차이는 누가 더 헌신적이고 올바른 전술방안을 제출하는가를 통해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 판단케 하면 된다. 아니 노동자 민중 자신이 전술 주체로 서게 되면 해결되는 문제이다.

노동자민중 투쟁 동력을 형성하기 위해

지금의 정세는 휘발성 정세이다. 지난 촛불 시위나 용산참사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불꽃은 이명박 정권이 던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불거져 나올 지 알 수 없는 정국이다. 이제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 스스로의 능력으로 전선을 만들어내야 한다. 죽어 나가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목숨을 살리고 그들의 고통과 신음 소리를 승리를 향해 나가는 진군의 나팔 소리로 바꾸어 내야 한다. 노동자 민중진영의 책임 있는 정파라면 이를 실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울산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용산투쟁을 다시 살려내고, 지난 촛불 시위를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창출시켜 나가야 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후보단일화 정도의 긴장과 정치적 상상력으로는 당선이 된다한들 이와 같은 전술을 구사할 수 없다. 더구나 울산 북구가 무너지면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은 한 동안 더욱 어려운 상태로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설령 당선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3자 투쟁동맹이 성립된다면 조금 어렵긴 하겠지만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는 확보할 수 있다.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은 노동절 투쟁을 기점으로 반이명박 투쟁 동력을 기필코 형성시켜내야 한다. 그 가능성을 지금으로서는 울산 북구에서의 승리를 이끌어 내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노동절 투쟁에서 이 승리가 갖는 정치적, 전국적 의미를 대중적으로 확인/공유하고 실업,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의 투쟁 동력을 전국적으로 결집시켜 나갈 수 있는 지도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성공시켜 낸다면 시간을 노동자 민중 편으로 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의 정세는 엄중하고 냉혹하다. 전술 하나를 어떻게 성공시켜내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이 달라질 수 있으며, 노동자 민중의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새로 선출된 민주노총 지도부와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의 제 정파는 이상의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다. 큰 틀에서의 동의가 이루어진다면 세부적인 문제는 어렵지 않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반이명박 투쟁의 혼선을 거둬내고 단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펼쳐나가자. 노동자 민중의 단결투쟁을 현실화하자.
덧붙이는 말

고민택 님은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