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쌍용차에 특공대 투입으로 노조를 제압하기로 한 것은 하반기 전체 노사관계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쌍용차 파업 진압에 테이저 건, 고무총, 헬기 등을 동원해 평택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평택 전쟁터가 불러올 최대의 효과는 노조파괴를 통한 강력한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이다.
특공대 투입은 올 초부터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제시한 노사화합과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고용유지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쌍용차 협상은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적극적인 고용안정 의지만 보여줬어도 충분히 타결가능성이 있었다.
쌍용차는 지난 4월 8일 전체 인력의 36%에 해당하는 2,646명을 구조조정 한다고 밝혔다. 이중 이미 1,700여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974명에 대해선 정리해고 결정이 났다. 마지막 협상에서 회사는 정리해고자 390명을 구제하겠다는 최종 안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의 최종안은 600명이 8개월 무급휴직 후 순환 휴직을 한다는 것이었다.
노조는 임금에 대해선 ‘경영정상화를 위하여 회생계획안에 따른 임금(기본급 동결, 상여금 삭감 등) 및 복지후생의 중지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제시했다. 무급휴직을 하면 노동자는 8개월 동안 4대 보험 이외엔 돈을 받지 않는다. 4대 보험료도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에 따라 정부지원이 가능하다. 최소한의 고용유지를 하면서도 회사가 추가 비용을 들일 일이 없었다. 회사 쪽과 노조 쪽의 최종안 중 정부의 고용대책에 적합했던 안은 노조 쪽의 안이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5일 “2000년 대우자동차 법정관리 이후 수차례에 걸쳐 공적자금 5,023억원이 투입된 사실을 산업은행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쌍용차에 대해서도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자 정부는 다시 교섭테이블을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는 경찰력을 동원해 노조를 강경진압 하고 파국으로 돌진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노조법상 합법적인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쌍용자동차지부도 강경노조로 몰았다.
외부세력·강경노조라는 여론 형성과 정부의 강제진압 의지 신호는 회사 쪽이 당연히 협상보다는 노조파괴를 통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선택하도록 했다.
▲ 쌍용차 특공대 투입은 하반기 노사관계를 주도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출처: 미디어 충청] |
MB 전임자 임금 등 하반기 노사관계 주도 자신감 드러내
지난 2월 23일 발표된 노사민정 대타협 문은 쌍용차 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였다. 노사민정 타협은 노동자와 경영자가 고통분담을 통해 정리해고 보다는 임금 절감을 통한 일자리를 나누자는 것이었다.
이때도 민주노총은 일찌감치 노사민정 대타협이 노동자의 고통만 분담한다며 참여를 거부했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인 쌍용자동차 지부는 총고용 보장 원칙에 따라 회사에 고통분담 최종안을 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회사의 협상결렬과 공권력 투입이었다.
정승희 한국노총 부대변인은 “쌍용차 노조가 고통분담을 통해 고용안정을 요구한 것은 일자리만은 지켜나가자는 노사민정 타협정신과 같다”면서 “노조의 일자리 요구를 정부가 방관하는 사이 회사에서 불성실하고 완강한 태도로 협상 결렬을 자초해 일자리가 없어지고 생계가 막막해졌다.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쌍용차지부의 최종안이 정부가 선호하는 노사민정 대타협 정신에 어긋나지 않았지만 정부는 노사 양쪽을 더는 협상 테이블에 앉히지 않았다.
올해 초만 해도 정부나 경체단체들은 98년과 같은 극단적인 노사분규를 부르는 구조조정을 하지 말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7월을 지나면서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세계적인 자동차 시장의 구조조정 속에서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부터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변화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고 강경모드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이상호 연구원은 “고용유지나 안정이 아닌 노동유연화나 노사관계 재편, 민주노총 고사전략 등이 더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쌍용차를 구조조정의 본보기로 삼아 노동유연화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고용유지 보다는 노사관계 재편을 통해 노사관계에 주도권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상반기에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 시도에 실패함으로써 노동유연화 전략에 타격을 입었다. 야당의 장외투쟁 등으로 다시 비정규직법 개정을 통한 노동유연화 시도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특공대 투입은 하반기 노사관계를 주도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부는 이미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노사관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정부입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호 연구원은 “쌍용차를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의 본보기로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투쟁에서 금속노조가 체계적이고 조직적이지 못한 모습 보여줘 정부 강경파에 힘을 실어줬다. 하반기엔 GM, 기아, 현대자동차로의 소프트 한 구조조정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자동차 산업에서 정부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등을 전환배치나 노동강도 강화와 같은 구조조정과 연동하면 노조의 대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