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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나랑 얘기하고 싶지 않아?"

국립오페라합창단 문광부 항의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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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은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냐?”는 한마디를 남기고 쑥 문광부 안으로 들어갔다.

집단해고된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11일 오후 3시께 문광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장우 공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오페라합창단해고는 이명박정부의 공공부문구조조정의 일환이다. 합창단해고는 유인촌장관의 실수, 정부에서는 인턴사원으로 3만 명을 채용한다고 밝히고 있고, 정부가 책정한 인턴사원의 월급은 100만원이다. 그런데 오페라 합창단의 월급은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70만원이다. 이런 사람들을 대량으로 해고한 것은 문광부가 공공부문구조조정에 코드를 맞추기위해 눈치없이 행동해 실수한 것이다. 양촌리에서 농사짓고 있어야할 사람이 장관으로와서 막말하고 욕하고 해서 욕얻어먹고 눈치없이 행동하다가 사고치고 실수한 것이다. 실수를 만회하는 길은 빨리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집회 도중 갑자기 등장한 유인촌 문광부 장관

  문광부 안으로 다시 돌아가는 유인촌 문광부 장관

이장우 수석부위원장의 발언이 막 끝난 직후 유인촌 문광부 장관이 수행원을 데리고 문광부 정문으로 나왔다. 이에 집회 참가자들이 문광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자 유인촌 문광부 장관은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냐”는 말을 던지고 다시 문광부 안으로 들어갔다.

조남은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장이 뒤따라 들어가려했지만 경비들에게 막혔다. 해고 사태에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유인촌 문광부 장관은 “내 문제 아니다. 정은숙 전 국립오페라 단장이 근거없이 인건비를 책정해서 합창단을 만든 것이니 항의하려면 정은숙 전 단장 집에 가서 하라. 오페라합창단 존재는 전례없는 일, 전 세계에 한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조남은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장이 면담을 요청하자 엄성근 문광부 예술국 문화예술과 행정사무관은 “나중에 연락드리겠다”고만 전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과 함께 노래부르는 이태리 베르디극장 소속의 성악가들

김경화 공공노조 조직부장은 “문광부에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다. 한마디 답변도 없이 집회도중 갑자기 와서 마이크를 달라고 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구호 한번 외쳤다고 그 새를 기다리지 않고 갑자기 들어가버리는 것은 무슨 행동인가. 지금이라도 면담하고 싶다. 당당하면 지금이라도 나와 우리와 대화하자”고 말했으나 문광부는 잠잠했다.

집회는 종전처럼 진행됐다. 김현 공공노조 세종문화회관지부장은 “방금 전 유인촌 장관보고 놀랐다. 세종문화회관은 그렇게 오래 싸웠어도 얼굴 한 번 못 봤다. 좋은 징조다. 끝까지 투쟁하면 이길 것이다.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시간이 가면 내 옆에 빈자리 생길 것이다. 그래도 스스로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끝까지 갈 수 있다. 끝까지 함께 가서 승리하자”고 말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연대하러 온 집회 참가자들에게 노래로 화답했다. 오페라 나부꼬 ‘히브리 노예의 합창’을 부르는 데 낯선 외국인 관광객 몇 명이 뒤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위해 방한한 “(이태리 트리에스떼) 베르디극장 소속인 성악가와 스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국립오페라합창단의 공연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11일 오후 문광부 앞 항의집회

이들 베르디극장 스텝은 유인촌 문광부 장관의 “오페라합창단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이태리에만 13개의 오페라코러스(오페라합창단)가 있다.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이들(국립오페라합창단)은 매우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는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전원 해고돼 여기서 집회를 하고 있다고 말하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그들은 국립오페라합창단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의 공연이 끝나고 코멘트를 부탁하자 영어가 익숙치 않은 베르디극장 성악가는 “Good, All Good"라고 전했다.

우필명 국립오페라합창단원은 “이태리 베르디극장 성악가들 앞에서 공연했다. 이들이 함께 노래를 불러준 것은 기쁘지만 한편으론 창피하다. 유인촌 문광부 장관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이 상황이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문광부 각성해야 한다. 우리가 지켜볼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