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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부 "국립오페라합창단 필요없다"

대안으로 나온 '나눔과 기쁨'재단 내부비리로 고용승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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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는 9일 오후 3시 집단해고된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의 요청으로 국립오페라단과 갖기로 한 3자 면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당초 면담시간인 9일 오후 3시께 문화관광부를 방문해 엄성근 문광부 공연예술분과 사무관과 짧게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엄 사무관은 "국립오페라단 내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의 “국립오페라단 내 합창단 존속은 필요없다는 결정이 문광부의 공식 답변이냐”는 재차 질문에 문광부 공연예술분과 행정사무관은 “그렇다. 현 국립오페라합창단은 규정에도 없고, 존속시키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오페라공연은 작품별로 상시 외주화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찬희 국립오페라합창단원은 “국립오페라단 내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존속시키지 않고 외부에서 인원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 국립오페라단도 존속시킬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국립오페라단장은 합창단을 집단해고(계약해지)시킨 뒤 순복음재단에서 운영하는 '나눔과 기쁨'이라는 사회적 기업에 고용승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광부도 이 같은 방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재단은 비리문제 등의 이유로 고용승계가 어려울 전망이다. 문광부는 결국 “3월까지 시간을 달라, 면담은 4월초에 재개하자”며 이번 3자 면담을 일방으로 무산시켰다.

김경화 공공노조 조직국장은 “노동조합과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는 ‘나눔과 기쁨(순복음재단)’의 고용승계를 원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누차 입장을 밝혔음에도 어떻게 사측 입장을 앵무새처럼 대변할 수 있나. 더구나 이번 사태를 통해 고용승계하려던 재단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조차 안됐다는 게 판명났다”고 말했다.

조남은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장은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존속을 넘어 상임화까지 열어둘 수 있으나 문광부에서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고 문광부는 해고문제는 단장의 재량권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 무엇이 진실이냐”고 질문했다.

엄 사무관은 “이미 누차 말씀드렸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규정에 없는 유령단체다. 그래서 규정상 어렵다”고 답했다.

담당자인 엄 사무관의 말대로하면 규정에도 없는 국립오페라합창단을 7년 동안이나 고용하고 운영해온 국립오페라단이나 이를 방조한 문광부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한 질문에는 “내가 결정권자가 아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해줄 말이 없다”고 말했다.

조남은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장은 “우리는 불법으로 고용돼서 이제까지 7년동안 일한 것밖에 안된다. 이제까지 불법으로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유지돼왔다고 해도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국립오페라단이다. 우리는 지금 상임화를 해달라는 게 아니다. 우선 해고를 철회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다. 상임화의 필요성까지 열어두고 3자(국립오페라합창단, 국립오페라단, 문광부)가 진지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 사무관은 “내부에서 이야기한 뒤 연락하겠다”고는 자리를 떳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오는 11일 문화관광부 앞에서 3자면담을 일방 취소한 문광부에 책임을 묻고 국립오페라합창단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연다.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과 문광부가 고용승계 기관으로 언급한 '나눔과기쁨'은 지난 2007년 제이유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때 연루된 복지단체다. 당시 '나눔과 기쁨'의 상임대표였던 서경석 목사는 제이유의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와 관련해 전형수 서울국세청장을 만나 잘 처리해줄 것을 부탁하고 그 대가로 제이유가 이 복지단체에 5억1천만원을 기부하도록 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6월 2심에서 돈을 받았지만 후원 약속에 따른 후원금이라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