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모두가 고르게 가난한 사회를 넘어

[파산특별기획](10) - 파산선언을 전국적인 의제로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이미 파산난 자본의 자기 고백 - 인간 존엄을 스스로 버린 자본가들

상황이 급해질 때 사람들은 자신의 숨겨진 내면을 숨김없이 드러낼 때가 있다.
나는 이글을 쓰기 위해 한 달전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있는 기사를 찾아보았다. 그 기사는 부산일보 4월 22일자 기사인데 인용해 보기로 하자.

“.... 인권위의 비정규법안 관련 권고안에 대하여 박용성 대한 상의회장, 이수영 경총회장 등 경제관련 5단체장도 22일 오전 서울 롯데 호텔에서 긴급 회동, 인권위의 입장 철회와 4월 국회의 신속한 법안 처리를 강력히 요구 했다.
... 이들 단체장은 인권위가 노동계 주장을 여과 없이 수용하여 인권적 잣대로만 비정규직 문제에 개입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노사정 논의에 혼란만 초래했다며 인권위안 철회를 촉구했다...”

내가 이 기사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비정규직 문제를 보는 인간 기본권 및 인간의 삶에 대한 보통의 사람과 자본가의 접근법이 얼마나 상이한가를 나타내는 한 단어 때문이다.

‘인권적 잣대’란 말이다. 인권과 인간의 존엄이란 측면에서 보면 맞는 말이지만 자본의 잣대, 생산성의 잣대를 들이대면 말은 달라진다. 인간은 없고 오로지 돈만이 최고임을 말하는 탐욕스런 자본가들 본연의 모습, 스스로도 인간이면서도 돈에 대한 탐욕 때문에 스스로도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본가들의 인간으로서의 파산선고, 자기 고백인 것이다.


  부산지법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박효석 파산지원연대 공동대표
소박한 소망과 도덕적 해이


지난해 12월 노무현 대통령이 인자한 모습으로 신용불량자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런 말을 믿어 서인지 1월, 2월, 3월 파산학교를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부쩍 줄어들었다. 파산학교를 찾는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테니까? 잠시 기다려 보는게 어떨까? 또는 우리 파산지원연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물어 보았다. 나는 "별것 없을 것입니다"라는 대답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은 듯 했다. 나는 이들에게서 빚쟁이에서 벗어날 ‘소박한 소망’을 보았다.

하지만 05년 3월 우리 손으로 끌어내려야 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보수언론에 의해 끌어내려지고 대책은 발표 되었는데 40만명 구제니 뭐니 해도 실효성 있는 대책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맹이는 부채를 탕감해주면 ‘도덕적 해이’를 조장 한다는 말이었다.

‘소박한 소망’과 ‘도덕적 해이’의 격차는 한 가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척도인 것이다.

부도덕한 정권과 도덕군자 대통령

이들 빚쟁이의 ‘소박한 소망’을 보면서, 좀 우스운 이야기 이지만 나도 잠시 기대를 가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엔 변호사로 먹고 살았다. 그것도 인권변호사딱지를 달고 말이다. 탕감운운은 아니더라도 파산법의 취지만 잘 활용하여 파산의 문만 지금보다 훨씬 열어주면 되는 일인데 적어도 그 정도는 알 사람인데 하는 생각을 가졌으나 결과는 ‘도덕적 해이’ 운운이었고 나 역시 순진한 사람이었고 노무현 정부는 똑똑했다. 탕감운운하며 파산법은 감춰 버렸으니......

생활보호대상자가 어떻게 빚을 질수 있었으며 누가 빌려 주었는가 왜 빚을 질 수 밖에 없었는가는 없다. 이들이 진 빚을 이 실업이 높은 사회에서 어떻게 벌어 8년 후에 갚을 수 있단 말인가. 아니 8년 후까지 생존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하는 수밖에 없다.


파산학교를 하다보면 많은 이야기를 듣고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빚은 여전히 갚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현실적으로는 갚을 수가 없다.

빚을 안 갚거나 털어 버릴 수 있는 방법은 3가지다. 하나는 혁명이고 다른 하나는 빚을 탕감 받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파산제도를 활용하는 길이다.

탕감이란 말은 쉬우나 어려운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쉬울 것 같은 이 마지막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파산지원연대가 그래서 만들어 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 법으로는 보장되어 있지만 보수적 이데올로기와 ‘도덕적 해이’란 덮어씌우기 쓰레기 논리로 가로 막혀 있어 이마져도 만만찮은 이야기다.

변호사였던 대통령도 못하는 일을 더 이상 빚 때문에 죽지 않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이혼하지 않기 위해서, 아이들을 버리지 않기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빚쟁이가 이제는 나서야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두가 고르게 가난한 사회를 넘어서

파산지원연대를 만들 때 많은 사람들은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들 말했다. 그때 아마 1년전 이맘때 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친한 형 한 명이 말리고 말리다가 안되니까? 그러면 “너가 하고 싶으면 해라. 먼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해라. 그리고 이들이 파산, 면책이 되고 나면 어떻게 할 거냐를 생각해라. 이 사회는 일자리가 없다. 그러면 또 빚쟁이가 될 것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 답이 없다.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 파산학교 중에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 만약에 파산, 면책을 하고난 후 빚을 털고 나면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하면 열심히 돈벌어야지 하고 이구동성으로 대답을 한다.

나는 한 가지 더 질문을 한다. 망하기 전의 상태로나, 망하지 않은 친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언제쯤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면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 사회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렇게 빈털터리가 된 상황에서는 더 이상의 경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사회과학적 용어로는 ‘배제’란 말이란다. 사회로부터의 배제 빚으로부터는 헤어 날 수 있으나 희망이 없다.

나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말을 끝낸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이 문제인 파산, 면책 이후 우리 함께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자고. 적어도 지금과 같은 방식은 안 된다고....

금융피해자특별기획 '파산을 선언하자'

1회 들어가며 - 소개
2회 무리한 내수 경기 육성책과 카드 남발, 금융정책 실패
3회 파산을 말한다 : 대전 수련회 취재 기사
4회 파산에 이르는 길 : 금융피해자 기고
5회 누가 이들에게 도덕적 해이를 말하는가 : 자본의 도덕적 해이론 비판
6회 금융피해자들이 놓인 인권 사각 지대
7회 돌고 도는 신용정보, 나의 정보를 보여줘
8회 금융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정책 되짚어보기
9회 파산과 개인회생, 법률적 검토
10회 파산선언, 반자본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덧붙이는 말

글을 기고해 주신 박효석님은 금융피해자 파산지원연대 공동대표 입니다. 참세상의 금융피해자특별기획 '파산을 선언하자'는 10회를 끝으로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