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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선언! 전국적 의제로

[파산특별기획](3) -3/5 대전 '금융피해자' 파산학교 수련회의 짧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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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게재한 면책심문기일 신문광고 (2005.2)

지난 3월 5일 대전 유성 유스호스텔에서는 아주 특별한 수련회가 개최됐다. 이름과 소속만 알뿐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하나의 주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파산 선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금융피해자들의 사회적 삶과 인권에 대해 착안한 문제들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생각, 이런 고민을 사회적 의제로써 공유할 수 있는가가 수련회 참가자들의 고민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날 수련회를 통해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결의들을 모았다.

우리는 빚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날 수련회의 참석자는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한 부산 파산지원연대, 다음 까페 신용불량자클럽 운영자,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대구공감인권준비모임, 노동자의 힘 과 그 외 관심 있는 개인이 참가했다.

수련회라기 보다는 전국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의 자유로운 토론회였다. 강당을 제처두고 방에 옹기종기 모여서 시작된 논의는 날이 밝도록 계속됐다. 파산지원연대에서 준비해온 자료집에는 '우리는 빚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라는 제목이 선명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명... 빚, 보증, 신용불량자, 파산, 면책 등 금융피해자들에 대한 주제들이 하나 둘씩 풀리기 시작했다.

박효석 파산지원연대 공동대표는 "신용불량자나 금융피해자들에 대한 도덕적 해이라는 책임론을 덧씌우기 보다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저들이(정부와 자본) 결코 금융피해자들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어떻게든 개인적 책임으로 떠밀어 개인이 해결하게끔 만들 것이다. 지금의 신용불량자 그들의 삶은 채무노예와 다름없다"는 심정을 토로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갚아도 끝이 없는 빛, 채무노예의 검은 터널

가장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부산지역 금융피해자 파산지원연대의 출범 배경은 이렇다. 부산지역 활동가들이 부산 신용회복위원회가 있는 건물에 점거를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됐다. 자신을 신용불량자로 등재해 달라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수십 명씩 늘어가면서 새벽에도 자정에도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금융피해자들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지역활동가들이 의기 투합, '파산지원연대'를 결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새벽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과 오뎅도 나눠먹고, 술도 한 잔 걸치면서 얘기하는데 정말 암담하데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듣는 나도 망막하더라구"

한 인권단체 활동가는 "고민하는 차원에서 좀 다른 지역 상황을 들으려고 왔습니다"라며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한 예로 지역의 한 개인이 신용불량자가 된 한 개인, 주민등록이 말소됐다고 한다. 근데 그 사람의 아이가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취학 통지서가 나오지 않았다는 거다. 의료보험의 혜택은 고사하고, 일하는 곳에서도 말소된 것을 악용해 드러나는 차별을 공공연하게 당해야 했다는 거다. 경제적 파산으로 인해 사회적인 비인간적 처우를 감내하게 만드는 것. '정말 잘못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신용불량자클럽은 회원이 7만 여명 정도 되는 다음 까페이다. 운영자는 신용과 신용 복권의 기회가 평등해야 한다는 것에 착안해 제도에 관심을 갖고 까페 활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개인 신용정보 유통의 체계와 타인(가족)의 신용불량 상태가 본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타당한가'등의 내용과 관련해 생각을 밝혔다.

그리고 이날 화두가 된 '개인 신용정보'와 관련해 정보 집중과 유통, 인권적 차원에서 자기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부여 해야 한다는 것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됐다. 그리고 '이자제한법 부활, 개인면책과 보증인 면책 방안' 등 신용불량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내용을 검토했다.

6시간에 걸쳐 진행된 수련회에, 참가자들은 "이번 모임은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며 "전국적으로 파산에 대한 이해 증진의 기회로 삼고 차후에는 상호 메일과 정례모임을 통해 소통하자"며 이날 수련회를 마무리 했다.

금융피해자들을 고민하고, 사회적 책임을 운동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단위들이 활동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제물대에 올려진 개인에게 '감내하라'고 방치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 파산선언과 사회적 활동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찾자고 손을 내밀고 있다. 빚 없는 세상을 향한 이들의 활동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말

진보넷 공동체에서 '스파르다쿠스'를 치면 금융피해자파산지원연대가 운영하는 페이지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