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커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9일 사실상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내용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력 시사했다.
론 커크 지명자는 9일 미 상원 재무위 인준 청문회에서 기존에 합의한 한미FTA를 "단순히 현 상태만으론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커크 지명자는 "전임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한미FTA 내용이 공정하지 않다"며 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한국과 파마나, 콜롬비아와 FTA가 포괄적 재검토를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커크 지명자의 발언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밝혔던 한미FTA에 대한 입장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직접 "수용 불가"를 명시한 점에서 더 직접적이고 강력해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1월 인준 청문회에서 자동차 산업을 언급하며 한미FTA의 불균형성을 주장한 바 있다.
서면 답변에서 당시 국무장관 지명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만약 한국이 협상의 핵심 조항들에 대한 협상에 재관여 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혀 한미FTA 협상 내용의 변경 요구를 시사했다. 연령제한을 둔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우려할 점이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유세 기간부터 한미FTA가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9일 인준 청문회에서 커크 지명자는 한미FTA에 대해서 미국이 "재협상"이나 "개정" 등의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RT)는 오바마 행정부의 무역정책 전반에 대한 전망을 담은 '2009 무역정책 아젠다 및 2008 연례 보고서'를 통해 파나마와의 FTA를 먼저 처리해 기준(benchmark)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을 통해 사실상 기존의 FTA 협상을 재검토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동시에 미국 내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할 방법을 모색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