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밤 뚝 떨어지는 기온으로 고공농성자의 저체온증이 걱정되는 가운데 대책위는 음식물과 방한복을 굴뚝으로 올려보내려 여러 각도로 노력했으나 결국 현대중공업의 방해로 공급하지 못했다.
지난밤 동구의회 소속 진보신당 서영택 의원과 노옥희 대표 등 3명이 경찰서장을 면담, 다음날인 25일 오전 음식물을 굴뚝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합의했었다.
두 사람이 굴뚝농성 중인 곳은 현대미포조선 옆 예전만부두 입구 현대중공업 소각장인데, 문제는 경찰이 아닌 현대자본이었다.
굴뚝으로 음식물을 올리기 위해 소각장 출입을 하려 했으나 현대자본의 지시로 경비들이 지키고 선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전 내내 민주노총울산본부 이동익 조직국장 등 대책위 사람들이 행여나 열릴까 자리를 뜨지못하고 지켰지만 허사였다.
어렵게 경찰서장이 동의한 물품 공급이 현대자본에 의해 막혀버린 것이다.
대책위는 "역시 현대자본이다. 국가권력보다 자본의 힘이 우위임을 우리는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굶어 죽고 얼어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돼냐"며 답답한 마음에 울분을 토했다.
정오를 넘긴 시간, 현대자본에 맞서 얼마나 사람이 죽어나가야 하냐며 굴뚝으로 음식물 공급을 요구하며 이동익 국장이 자신의 몸에 신나를 들이부으려다 다행히 재빨리 만류한 대책위 사람들로 사고를 막았다.
오후 1시 즈음, 이동익 국장의 분노를 목격한 현대자본은 방한복은 올려 보내되 음식물은 절대 안된다는 말을 대책위에 전했다.
대책위와 현대자본의 지시를 받으며 소각장 문을 지키고 선 경비와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지만 방한복만 올려보낼 수 있다는 말만 돌아왔다.
어쩔수없이 농성자들과 전화 통화로 방한복이라도 올리려고 했으나 이영도, 김순진 두 사람은 현대자본의 만행을 전해들으며 꿋꿋하게 방한복도 받지 않겠다고 말해 대책위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오후 4시30분, 지원대책위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비인간적 만행과 이홍우 조합원의 투쟁 의지를 알리기 위해 동구지역 선전전을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인 이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지원대책위는 동구 현대백화점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를 어떻게 옥죄고 있는지를 알렸다.
현대백화점을 지나가는 노동자들은 지원대책위가 나눠주는 선전물을 읽으며 "그런 일이 있었냐"고 "몹쓸 놈들이네"라며 지원대책위에 힘내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25일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구의원들의 동구청 항의 연좌농성이 오후 6시까지 있었다.
지원대책위는 26일에도 동구지역 선전전을 계속할 예정이다.(임태미 기자)
▲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이동익 조직국장이 물품 공급이 막히자 현대자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
▲ 경비 혹은 관리자들이 현대중공업 소각장 담장 안에서 대책위 사람들을 내려다 보며 웃고 있고 뒤에 숨은 사람은 손짓으로 욕설을 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