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기자들은 10-20만 원 아끼려고 그렇게 노력하는데 80만 원을 호텔방에 사용합니까?”
“해고자 메일과 ID는 그렇게 신속하게 처리하는데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아직도 파악을 안 하고 있다니요?”
“돈 10만 원이 아까워서 송출도 안하고 전기료 아끼려고 밤에는 사회부 빼고 일일이 불 끄고 다녔습니다.”
“공기업에서 이런 일 생기면 저희가 감사하고 기사 썼던 일이에요”
“6명에 대한 출입문제와 구본홍 씨 호텔비 보존에 대해 약속을 해달라 그럼 물러가겠다”
8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 40여 명은 YTN 사옥 17층에 위치한 경영기획실에 몰려가 김흥규 경영기획실장 직무대리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조합원들 앞에 선 김흥규 경영기획실장 직무대리는 조합원들의 질문에 그저 “경영권에 관한 문제”라며 확답을 내 놓지 못했다.
조합원들이 제기한 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YTN 사측이 징계 한 조합원들의 이메일 계정을 차단하고 출입증 ID를 막은 것이다. 또 하나는 구본홍 씨가 주주총회에서 선임되기 전에 사용된 돈의 출처에 회삿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8일 기자협회보는 “지난 7월3일 오후 5시께 서울 시내 모 호텔 15층 ‘스위트룸’에서 청와대 박선규 언론 2 비서관을 30~40분 가량 만났다”며 “7월2일부터 4일까지 이 호텔 15층 스위트룸은 YTN 측이 예약했으며 두 사람이 만난 3일 구본홍 사장은 이 객실에서 하루를 묵었다”고 보도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이들이 회동한 장소인 스위트룸의 하루 평균 대여비용은 79만원이며 객실 비용은 YTN이 지불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은 7월14일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이라 회삿돈 사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메일 및 출입 차단해제와 부적절하게 사용한 회삿돈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흥규 경영기획실장 직무대리는 어떤 것도 자신이 대답할 수 없다고 버텼다.
노종면 지부장은 김흥규 직무대리에게 “구본홍 씨가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결정되기도 전에 모 호텔에서 회삿돈을 사용한 일과 해고자들의 메일계정 및 출입 ID 차단에 대해 항의 하러 왔다”면서 “현실적으로 충돌을 막기 위해 먼저 메일계정과 출입 ID카드를 회복하라”고 요구했다. 노종면 지부장은 또 “특히 메일계정에는 사적, 공적 기록들이 있는데 사전에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은 제 메일 계정을 확보해 검열을 한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이러한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기획팀에 다시 메일계정과 ID를 복구하라는 업무지시를 내려라“고 요구했다.
항의 방문에 참가한 한 조합원은 “현재 인사위원회에 재심청구절차를 요구한 상황인데 이렇게 신속하게 출입을 막을 수 있느냐”며 김흥규 직무대리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흥규 직무대리는 메일과 ID카드 차단은 사규에 따랐을 뿐이며 호텔 건은 자신도 기자협회보를 보고 알아서 아직 정확히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조합원들의 원성을 샀다.
더 이상 선배들의 부역을 좌시 않겠다
김흥규 직무대리의 대답은 조합원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노종면 지부장도 “선배들이 구본홍의 지시에 적당히 면피만 하면 될 일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선배들이 후배들 감정표현 못 하게 해 달라 했는데 이제부터 그러지 않겠다. 그동안 선배들이 해왔던 방해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 지부장은 또 “그동안 인사팀이 작성한 문건은 구본홍을 살리기 위해 부역한 것이다. 모두 현 직위에서 물러나야 한다. 선배가 이러한 일도 몰랐다면 YTN의 중책을 맡아선 안 된다. 어떻게 자기 소관이면서 아니라고 하는가. 우리는 진상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조합원들의 분노 섞인 말이 김흥규 직무대리에게 빗발쳤다.
“이 모 선배도 그만뒀을 때 몇 달 동안 ID는 살아 있었다.”
“우리가 6개월 동안 월급이 안 나올 때 우리가 경영진을 탓했는가? 아무생각 없이 잘 될 거라하며 안 받았다. 송출비 10만 원이 아까워서 했던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을 회사에 못 들어오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여기는 전쟁터 종군 취재하러 가는 데도 택시타고 가면 영수증을 끊어 내라는 회사에요. 그런 회사에서 그렇게 돈을 써요?”
“6명에 대한 출입문제와 구본홍 씨 호텔비 보존에 대해 약속을 해달라 그럼 물러가겠다”
- 그건 내가 지금 대답할 수가 없다
“인사위 1차 결정 이후 2주가 소요된다. 해고 조치 내리고 출입 막으면 그걸로 끝인가?”
“김흥규 선배! 역사에 더러운 이름 남기지 마세요”
“몇 명 모가지 잘라서 끝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판 더 키웠어요!”
“경영기획실장 직무대리잖아요? 전산실에 ID 풀라고 얘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까지 구본홍에게 허락받아야 합니까?”
“아직 법적 소명이 남아 있는데 출입하게 하고 이메일 안에 들어가 있는 데이터들은 아무것도 아닌가요? 왜 이 기본적인 것을 무리하게 하십니까? 이 정도도 결정 못하시면 왜 직무대리를 하고 있습니까?”
- 조직이 돌아가는 룰이 있다
“룰이 정상치 않으니까 저희가 여기 와서 있잖습니까”
- 여기 다른 기자들도 있고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는데... 노조에서 공문을 보내달라. 조직은 조직대로 돌아가는 룰이 있다.
이날 노조는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기로 하고 경영기획실을 나왔다.
오늘부터 검정 의상 착용 투쟁
이에 앞서 오전에 열린 ‘구본홍 출근저지’ 집회에서 노종면 지부장은 “오늘부터 사측에 대한 항의 표시로 전 조합원이 검은 넥타이와 검은 의상을 착용하는 것을 공식 투쟁으로 선언 한다“고 밝혔다. 이런 노조 지침에 따라 앵커들도 검정 의상을 입고 뉴스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오전 9시 뉴스에서 호준석 앵커가 검은 넥타이를 매고 앵커석에 앉았다가 퇴거되고 이재윤 앵커팀장이 대신 진행 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조합원들이 20층 앵커실로 찾아가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 뉴스에서 앵커들은 검정색 의상을 착용하고 뉴스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