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YTN 조합원들, 정치인 사장 반대 마음 확인

주총장서 몸싸움 벌이며 낙하산 사장 임명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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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뉴스전문채널 YTN 구본홍 사장 내정자의 대표이사 선임이 총회 연기로 무산됐다. 이날 구본홍 사장 내정자의 대표이사 선임은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YTN 16회 주주총회 의안이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와 언론노조, 그리고 함께한 시민들의 강력한 저지 투쟁으로 구본홍 사장 임명 주주총회는 연기되었다.


이날 YTN 지부 조합원 100여 명은 소액 우리사주 조합원으로 주주총회장에 입장했다. 오전 10시로 예정된 주주총회장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사측이 단상 바로 앞에 용역경비를 배치하고 주주총회를 진행하려 했기 때문이다.

주총장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사이 조합원들은 용역경비의 철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경석 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YTN 소액주주 우리사주조합 여러분! 저희는 주총과정이 정당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위법적이고 탈법적인 방식으로 대주주와 사측이 대처했기 때문에 노동조합도 방법을 바꿔 주총에 들어오기로 했고 이 주총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몸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박경석 지부장은 또 “세상에 어느 주주총회에서 이런 식으로 용역직원을 동원해서 총회를 여는 회사가 어딨냐?”며 “이런 식의 주주총회로 선임된 사장이 이 회사에서 얼마나 정당하게 일을 하겠는가?”라며 비난했다. 잠시 후 노조는 “저희는 이 주주총회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에 나서겠다”라면서 용역직원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YTN 주주총회장에 배치된 용역 경비와 몸싸움을 벌이는 YTN 노동자들

  김재윤 YTN 대표이사

20여 분간의 몸싸움 과정에서 YTN 조합원 한 명이 쓰러져 적십자 병원에 후송되었으며 조합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말미암아 대표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는 개회선언을 하지 못했다. 또한 김재윤 대표이사는 조합원들이 몸싸움까지 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고 침울하게 창틀에 걸터앉아 시종일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김재윤 사장에게 “김재윤 사장님은 양심을 지켜달라. 용역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사측은 용역을 빼고 조합과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현덕수 전 지부장은 주주들 앞에 나서 “이명박 정권의 방송특보를 언론사 사장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대주주의 행동이 정당한 것입니까. 아니면 방송인, 언론인으로서 언론특보를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우리들의 목소리가 더 정당한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현 전 지부장은 “저는 선배들한테 배웠던 기술과 원칙이 철저히 무너지는 이 현실을 참지 못해서 일어선 것”이라며 “이렇게 기준과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참을 수 없으며 그런 현실에서 우리가 이럴 수밖에 없음을 알아 달라”고 주주총회에 참가한 간부진들에게 호소했다.

익히 YTN뉴스로 친숙한 얼굴의 노종면 앵커는 “선배님 중 일부가 대주주 권리 행사를 위해 제삼자 위임을 받았다는 참담한 소식을 접했다”면서 “주총이 끝나기 전에 그가 누구인지 밝혀지기를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종면 앵커는 “그렇지 아니한 여전히 존경하고 저희를 가르쳐주실 선배님들이 혹여 저희와 집회나 편안한 술자리 한번 못해서 후배들이 얼마나 구본홍 씨를 반대하는지 몰랐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확인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앵커는 또 “저는 오늘도 7시면 방송 카메라 앞에서 뉴스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방송인으로 고민하면서 앞으로 거리낌 없이 방송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활동했으며 특정 정치인의 특보를 한 사람이 언론사 사장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주주총회 폐회를 선언하자 박수를 치는 조합원들

  구본홍 사장 내정자 선임을 무산 시킨후 1층 로비에 모인 조합원들과 시민들

10시 40분경 노조와 협의로 주총 폐회의사를 밝힌 김재윤 대표이사가 다시 단상에 올랐다. 김재윤 사장은 주주총회 개회를 선언한 직후 “주주 여러분께 죄송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심의하고자 한 안건을 심의하려고 하였으나 불가피하게 의안상정을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따라서 총회를 연기하고 다음 일정에 대하여 의장에게 일임하게 하고자 합니다”라며 주주들의 의견을 묻고 폐회를 선언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연기 되었지만, 여전히 YTN 신임사장 선임 문제는 진행형이다. 박경석 지부장은 이날 구본홍 사장 선임을 저지한 것에 대해 “많은 조합원의 뜻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이후에도 이런 시도는 계속 될 것이라서 계속 감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경석 지부장은 또 “그동안 YTN도 언론인으로서 많은 자성과 반성이 있었다”면서 “우리를 향해 ‘불 꺼라 YTN’ 했던 시민들이 ‘힘내라 YTN’으로 바뀐 지지와 성원이 저희의 보도와 행적에 만족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저희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비판이 올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 보다 더 올바른 방송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작은 승리를 축하하는 종이비행기

주주총회를 막은 언론인들과 시민들은 YTN 건물 앞에 모여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작은 승리를 축하했다. YTN 정문 앞에서 함께 사장 임명 저지에 참가한 시민 차승아(34)씨는 “촛불집회 초기부터 촛불을 들고 나왔는데 진실성을 왜곡하는 조중동을 보면서 언론을 지켜야 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라면서 “대선특보로 있던 사람은 정치계에 있어야지 언론계에 있으면 안 된다”고 충고를 해주기도 했다.

‘어제 잠깐 집에 갔다가 엄마라서 얘들 유치원 보내고 오늘 다시 나왔다‘는 또 다른 여성은 “오늘 주총은 연기 했지만 또 주총을 할 것”이라며 “저희 바램은 YTN이 진실보도를 해줄 것과 국민이 뒤에 있으니 구성원들이 전면에 나서서 함께 싸워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