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이 오는 20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11개 권역에 걸쳐 21일간 진행된다. 경선 초반 판세는 권영길-노회찬 후보의 박빙 승부와 심상정 후보의 추격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차투표에서 승부를 내지 못하고 결선투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세 후보 캠프가 당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심상정 캠프가 7월 2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노회찬 35.5% - 권영길 31.9% - 심상정 22.5%이다. 앞서 23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노회찬 캠프 측은 정확한 수치 공개를 꺼렸지만, 선두에서 노회찬 후보가 권영길 후보를 오차 범위(±3%) 내에서 앞지르고 심상정 후보가 20% 미만의 지지율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3일경 여론조사를 진행한 권영길 캠프도 결과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대략적인 수치를 권영길 후보와 노회찬 후보가 35%로 같고 심상정 15%(무응답 15%)라고 밝혔다.
권영길 ‘신뢰성’-노회찬 ‘대중성’-심상정 ‘정책대안’
세 후보 캠프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1차투표 당선 기준인 50% 이상을 획득한 후보는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선두에 있는 노회찬 캠프 측과 권영길 캠프 측은 모두 “1차투표에서 끝낸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노회찬 후보는 16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 캠프 여론조사 모두 제가 1위지만, 당내 최대 정파인 자주민주통일(자민통)계열이 권영길 후보 지지선언을 한 만큼 허장성세하지 않겠다”면서도 “예선투표 1위, 결선투표 1위를 거머쥔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회찬 후보는 주요 경쟁주자인 권영길 후보를 겨냥해 “본선경쟁력은 나이, 경력, 대표성이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 능력”이라고 역설했다. 또 “저는 민주노동당 변화와 혁신의 상징”이라며, “권영길이 또 후보로 나오면 누가 변화와 혁신을 떠올리겠냐. 심상정이 나가도 변화와 혁신을 말할 수 있지만, 대중성 확보를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촌평했다.
권영길 캠프의 김창현 상임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권영길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인 ‘신뢰성’으로 당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창현 선대본부장은 “권영길은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자로서, 진보진영에서 폭넓게 신뢰받는 정치인”이라며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이 대립하게 될 경우 민주노동당 후보 가운데 권영길이 압도적 여론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상정 캠프의 손낙구 상황실장은 심상정 후보 지지 이유로 ‘정책 대안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라는 답이 41.7%로, 향후 지지후보의 선택기준에 대해 ‘후보의 정책대안’을 49.7%로 가장 높게 나타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 1일 밝히며 “정책대안이 곧 본선경쟁력이라는 메시지와 심상정 후보가 대선과정에서 당 정책을 국민들에게 가장 잘 이해시킬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적극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민통 입김이 최대 변수
이번 경선의 최대 변수는 당내 최대 정파인 자민통의 권영길 후보 지지 결정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에 있다. 심상정 캠프의 손낙구 상황실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21일 자민통의 지지결정 이후 지지율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중간평가’ 정도의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권영길 후보에 대한 자민통의 지지가 예전만큼 확고하지 않은 상황이며, 정파투표에 대한 반감 등 역풍도 만만치 않아 조직표 ‘충성도’가 지난 선거만큼 위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지만 “자민통은 당내 최대 정파라는 점과 조직표의 선거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을 때, 권영길 후보가 1차투표에서 1등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예측했다.
권영길 캠프 측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한 관계자는 “자민통의 지지방침이 예전처럼 조직적인 동원을 통해 경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며 “여론조사 결과는 정파 결정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순수한 지지율이며, 여기에 자민통의 표가 더 붙는다면 1위 석권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노회찬 캠프 측 관계자는 “자민통의 권영길 후보 지지결정은 노회찬 후보를 반대하기 때문이지, 특별한 지지요인이 따로 없다”고 변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즉시 공개하지 않은 까닭은 자민통의 ‘막판 결집’ 때문”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회찬 캠프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 심상정 후보 지지층 중 70%는 결선에서 노회찬 후보가 올라갈 경우 노회찬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며 결선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심상정 캠프 측 관계자는 “심상정 후보 지지층은 성향이 확고한 반면, 노회찬 후보 지지층은 ‘반(反)권영길’이 많다. 결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진출하면 노 후보 지지층이 심 후보 쪽으로 흡수될 것”이라며, 전혀 다른 예측을 했다.
‘서울/경기/인천’이 관전 포인트
다음 주 민주노동당이 경선을 치르는 지역은 제주, 광주/전남, 대구/경북으로, 전체 유권 당원의 17% 가량을 차지한다. 제주 지역은 경선 첫날인데다, 정파 관계에 비교적 중립적인 지역인 것으로 알려져 후보 간 기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눈’은 선거 마지막 날(9월 9일)인 서울/경기/인천 지역으로, 전체 유권 당원의 40% 가량을 차지해 결선투표 여부를 판가름하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의 결선투표 일정은 9월 10일부터 5일간 진행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