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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법은 희대의 악법, 폐지가 해답

[기고] ‘시행’이든 ‘유예’든 비정규직 해고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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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유예 안이 2009.7.1. 국회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기습 상정됐다.

이번 단독상정의 국회법상 유효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을 외면 할 수 없다." 며 날치기 상정한 유예 안이 "기간제법 제4조 2항(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의 시행 3년 유예"로 된 것은 도대체 어느 별 어느 나라에서 통용되는 논리적 귀결이란 말인가?

묻지도 따질 필요도 없이 노무현 정권의 유산임이 명백한 기간제법은 그 태생부터 날치기를 통해 태어났고 진화 역시 날치기로 되었다. 이 법은 비정규직 노동자 뿐 만 아니라 향후 사회로 나와 직업을 가지게 될 잠재적 비정규직인 대학생, (이대로 흘러간다면)향후 비정규직이 될 확률이 매우 높은 청소년 등 국민 상당수의 목줄을 죄고 점점 조여 간다는 점에서 희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에 비길 만 하다.

기간제법은 이미 2년간 시행되어 왔다. 지난 2년의 법 시행기간동안 이랜드를 비롯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법을 편법적으로 이용하는 사용자들에 의해 자신의 직장을 속절없이 잃고 거리로 내몰려 왔다.

이미 기간제법은 입법논의 단계에서부터 그 명칭과는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회적으로 양산하게 되고 일상적인 해고를 정당화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현행 기간제법이 유예 없이 시행되게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해고될 위험에 처한다는 주장은 이미 기간제법으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어 왔다는 참담한 현실을 외면하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주장에 불과하다.

(~전략~)그러나 이번 사태는 새로운 입법으로 저소득층 근로자의 고용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돌출되었고, 근로자와 사용자의 대립 뿐 아니라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정부 및 사회단체 등 사이의 갈등 양상을 띠고 있는데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정치적인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후략~)

(~전략~)사회 전반적인 고용불안의 극복 및 사회복지 체제의 정비가 함께 조화롭게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적으로 위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그 결과 여성 등 저소득층 근로자의 고용환경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발생하였고, 따라서 노조원들 개개인의 의사를 넘어서 사회 전체적인 이슈가 됨으로써 그 쟁의 양상이 장기화 되고 치열해지게 된 점, 반면 피고인들 대부분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득이 이 쟁의에 가담하게 된 여성 근로자들로서(~후략~)

위 박스의 판결문들은 바로 이랜드 투쟁 속에서 나온 판결문들의 내용 중 일부이다. 이랜드 투쟁이 2007년 여름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이미 기간제법의 입법 및 시행초기부터 기간제법의 문제점을 법원이 인정하고 있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이나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은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그동안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를 철저하게 외면하여 왔다.

그리고 이제서야 호들갑들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기간제법 제4조 2항의 시행을 3년간 유예하지 않는다면 10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될 것이라고 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협박을 서슴지 않으며, 민주당은 자신들이 만든 원죄는 교묘하게 숨긴 채 자신들만이 비정규직을 위한다고 혹세무민의 선전만 계속하고 있다.

(~전략~) 이 사건 사용자는 일찍부터 기간제법 시행에 대비하여 왔던 사실이 인정되고, 일반조교와 행정보조원의 업무 내용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며 오히려 대학의 행정업무 특성상 장기간 복무한 자의 업무수행능력이 높을 것으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일반조교와의 근로관계를 일괄적으로 단절하려 하였으며, 행정보조원의 근로계약기간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없는 2년을 상한으로 명시하였고 행정보조원의 급여가 이전 일반조교보다 오히려 높게 책정된 사실 등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사용자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향후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후략~)

위 판정문은 명지대학교에서 행정조교로 길게는 14년간 일했던 노동자를 해고한 명지대학교에게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내린 판정문중 일부인데, 상기 판정문의 내용을 보면 기간제법 시행 2년간 사용자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

사용자들은 ① 기간제법이 시행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를 막기위해 ② 취업규칙 등 각종 내부 규정을 수정하여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를 하였고 ③ 비정규직 노동자들 기간만료로 해고하며 ④ 그로인한 빈자리는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를 통해서 보완하여 ⑤ 기간제법 제 4조 2항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준비를 해 왔던 것이다.

그야말로 참담한 현실이다. 비정규직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도구로 사용되며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빈자리를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로 메우는 악순환이 2년 내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다.

기간제법의 정규직 전환기간은 그 기간 내에 해고가 금지되는 기간이 아니다. 오히려 그 기간동안은 아무 문제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형집행기간에 불과하며 용케 살아남더라도 남는것은 무기계약직이라는 허울좋은 명칭일 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저수준에 육박하는 낮은 근로조건의 향상은 바랄 수 없다.

현행 기간제법은 시행을 하건 유예를 하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보장한다는 본질이 변할 수 없는 희대의 악법이다. 따라서 현행 기간제법의 시행이나 유예를 논하기 이전에 폐지 혹은 그에 준하는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기간제법의 수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사용사유의 제한을 법으로 명문화하여 비정상적 고용형태인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하여 엄격한 제한을 두어야 함과 동시에 현행 차별시정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형태로의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 보장을 위한 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행 기간제법은 폐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