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을 보호한다던 비정규법, 간접고용 늘리고 근속기간은 줄이고
비정규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는 조금 줄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중 용역 등 간접고용 비율은 더욱 늘어났다. 고용기간, 임금, 복지 등 모든 고용조건이 더욱 열악해진 것은 물론이다. 이는 정부가 비정규법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을 개선시킬 것이라 했지만 결국 노동계의 주장대로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이고 있는 꼴이다.
통계청이 오늘(29일)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근로형태별, 비임금근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비정규법 시행 직후인 2007년 8월과 시행 1년을 넘긴 2008년 8월을 비교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변화를 조사한 것이라 의미가 깊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8월에 비해 올 해 8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4.5%인 25만 8천명이 줄었다. 그러나 용역 노동자는 4만 8천 명이 늘었다.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노동자도 2만 7천 명이 늘었다. 이에 비정규직 노동자 중 기간제 노동자를 포함한 한시적 노동자의 비율은 62.2%에서 60.2%로 감소 추세지만, 파견과 용역 등 비전형 노동자의 비율은 38.7%에서 39.2%로 증가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시간제 노동자도 그 비중이 21.1%에서 27%로 증가했다.
비정규직의 근속기간도 점점 줄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이 2년 2개월에서 2년으로 줄어든 것.
이 통계대로라면 비정규직 시행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안정되기는커녕 비정규직의 근속기간은 비정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 이하로 떨어지고, 그나마도 직접고용이 아닌 간접고용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더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을 겨우 넘기고 그것도 일급으로
기본적인 복지혜택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퇴직금을 받는 비율이 작년 34.8%에서 0.8% 늘어난 것에 비해 상여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3.2%가, 시간외 수당은 3.1%가, 유급휴가를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0.7%가 줄었다. 이에 상여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27.9%, 시간외 수당은 20.7%, 유급휴가를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28%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정규직 노동자도 감소추세다.
임금인상률도 낮다. 정규직 노동자가 작년에 비해 평균 5.9%가 인상되어 212만 7천 원을 받는 것에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는 1.6%만 증가해 129만 6천 원을 받았다.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겨우 넘기는 숫자다. 특히 용역과 파견 등 비전형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7.6%가 인상되었으나 임금은 119만 7천 원에 그쳤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간접고용 형태에서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복지는 커녕 더 낮은 임금을 받고, 계속 일을 하지만 더욱 가난해지는 상태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많은 수가 일급제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형태를 보면 정규직은 월급제가 73.3%로 가장 높은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36.6%만 월급제로 임금을 받고 있었으며, 26.7%가 일급제로 임금을 받고 있었다. 비전형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는 평균보다 높은 36.5%가 일급으로 임금을 받고 있다.
점점 더 열악해 지는 노동조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했을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아예 없는 상황의 지속이다.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노동조합을 만들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것. 통계청의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84.6%가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이다. 비전형 노동자는 91.9%가 노동조합이 없다. 이런 상황이니 노조에 가입한 비율은 평균 4.4%에 불과하다. 노조가입률이 17%에 이르는 정규직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이것도 작년 5.1%보다 줄어든 수치다.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 선택해야만 하는 비정규직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비정규직을 선택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인 59.8%는 비자발적으로 일을 선택했으며 이들 중 63.7%가 “당장 수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정규직 노동자들의 72.6%가 자발적으로 정규직을 선택했으며 가장 큰 이유는 “안정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국 많은 노동자들이 안정적 일자리를 위해 정규직을 선택하고 싶지만, 당장 수입을 벌기 위해 비정규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