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은 들어와 있다
이들 중 핵심은 노동자연대 강화 여부가 쥐고 있다. 그 구체적 방법은 13일 예정된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쌍용차 투쟁은 공장점거 파업투쟁으로 투쟁동력이 만들어졌다. 물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정치사회단체의 지지와 지원도 힘을 실어주었다. 그렇지만 투쟁 전선을 형성/유지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쌍용자동차 노동자 투쟁이었다.
그러나 지금 쌍용차 노동자투쟁은 물리적으로 고립됐다. 지난 6월 27일 쌍용차 사측의 대대적인 파업파괴 작전이 실패로 끝난 뒤 이명박 정권은 경찰력을 동원해 노조의 소통과 연결을 전면 가로막고 나섰다. 사실상의 공권력 투입이 실행되고 있다. 사측도 단수 조치를 강행했다. 공장 안의 노동자들은 펌프장 하나를 사수하고 어렵게 버티고 있다.
▲ 경찰에 의해 쌍용차 평택공장의 출입은 봉쇄되고 있다 [출처: 미디어 충청] |
법원도 공장 퇴거 조치를 명령했다. 언제든 강제 퇴거를 집행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밟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집행부 15명에 대한 체포 영장이 이미 발부된 데 이어 쌍용차 사측의 고소고발로 인해 금속노조 임원 24명과 민주노총 지역 상근자를 포함한 정치사회단체 활동가 38명 등 총 62명에 대한 사법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수구보수언론도 ‘외부세력’ 개입에 책임을 돌리며 비열한 맞장구를 치고 있다.
80년 광주항쟁 도청처럼 격리된 쌍용차공장
모든 것 중에서 역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장 안의 노동자들이 지금쯤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고립감과 압박감이다. 자본/수구보수언론/이명박 정권이 노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사측은 지난 6월 27일 용역깡패와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쌍용차 노동자를 동원해 폭력으로 파업파괴를 시도했다. 오히려 급박한 상황에 몰려 투쟁을 지켜내려는 노동자들의 방어에 대해 적반하장 격으로 ‘폭력’ 운운하면서 바깥의 가족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경찰은 이를 ‘살인 미수’ 어쩌고 하면서 한 술 더 뜨고 있다. 모든 것이 공장 안의 노동자를 고립시키고 압박하려는 의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 안의 노동자들은 바깥과의 소통과 연대가 단절된 상태에서 외로운 섬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 고립감과 압박감을 불가피하게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난도 아닌데 인터넷조차 차단된 상태다. 지금 공장 안의 노동자들은 지난 1980년 광주항쟁 시의 도청 사수대와 같이 바깥과 격리되어 있다.
물론 공장 안의 노동자들이 이 정도에서 물러서거나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다. 생존의 절박함 때문에라도, 투쟁의 정당함 때문에라도, 승리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라도 그들은 물리적, 심리적 고립감과 압박감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길을 걸어왔다.
금속노조 대대가 쌍용차 투쟁의 분수령
이제 바깥이 응답해야 한다. 공장 안의 노동자들이 고립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연대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실질적인 연대투쟁을 성사시켜야 한다. 공장 안의 노동자들은 공장 사수를 위해 결의를 다지는 외에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그들에게 최고, 최선의 투쟁은 공장을 지켜내는 일이다. 그들만의 각오와 결의만으로, 그들만의 노력과 힘으로 공장을 지켜내게 할 수는 없다. 쌍용차 노동자투쟁은 이미 전국적, 정치적, 전계급적 투쟁에 의해서만 결말을 볼 수 있다. 누구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쌍용차 노동자투쟁의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시선이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로 쏠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쌍용차 노동자투쟁의 향방은 곧 전체 노동자대중의 처지는 물론 금속노조의 앞날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는 사안의 중요성에 맞춰 실질적인 파업집행을 위해 대의원들의 적극적인 결의를 조직해야 한다.
97년 노동법 투쟁의 후퇴 반복하지 말길
하지만 이 모든 준비는 지도부의 계획으로 제출되지 못하고 오히려 현장 발의안으로 투쟁 계획이 상정되어 있다. 노조 내부적으로 현대차지부 문제 등 어려움이야 있어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금속노조가 해온 실천에 비춰보더라도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금속노조는 쌍용차 노동자투쟁에 대해 최상은 아니더라도 나름에 최선을 다해 연대투쟁을 실천했다. 그러나 이 정도에서 역할을 접어서는 안 된다. 지난 1997년 노동악법철폐 투쟁 때와 같이 결정적 시기에 투쟁을 후퇴시켰던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 올해 2월 16일에 열린 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참세상 자료사진 |
이명박 정권은 상하이 자동차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데 주저하고 있다. 상하이 자본을 퇴출시키지 않고는 공적자금 투입 등 정부의 역할을 회피할 수밖에 없다. 쌍용차 사태의 해법은 상하이 자동차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논리에 따르더라도 이는 당연한 수순이자 이치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 쌍용차 사측, 수구보수언론 그리고 이들의 이데올로기와 논리에 빠진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공장 안의 노동자가 자신들만 살려고 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그 때문에 공장이 파산하게 되면 살아남은 노동자마저 죽게 되고, 협력업체 노동자는 물론 지역 경제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런 후안무치한 태도가 세상에 어디에 있는가? 마치 강도가 인질에게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인질이 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강도보다 책임이 더 크다는 식의 억지를 부리고 있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바로 이 같은 논리를 파탄/청산시키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오직 중국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행태를 폭로해야 한다. 쌍용자동차 사태를 빌미로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비정규직만으로도 모자라 외주화/분사화를 강행하려는 자본의 의도를 폭로해야 한다. 세계공황에 따른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 죽이기로 전가시키려는 지배계급의 태도를 만천하에 폭로해야 한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지난 한미FTA 반대 총파업결의를 이끌어 낸 경험을 되살려 쌍용차 노동자투쟁의 연대를 다시 한 번 결의하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일방적으로 강행된 노동유연화에 대한 반격을 시작하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민주노조운동에 새로운 활력과 기운을 불어 넣고 전체 노동자대중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쌍용차사태를 최우선으로 다뤄 내부적 사안과 다른 안건을 이 관점에서 배치해야 한다.
쌍용차투쟁이 새로운 전기 만들어...현장조직과 활동가들이 나서야
현장조직과 현장조직 활동가들이 앞장서야 한다. 단위사업장의 상황과 상태가 만만치 않음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 10년에 걸친 연속적 후퇴와 피로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방치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현장에서 조합원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각오도 때를 놓치면 허사가 될 수 있다. 지금 바로 여기서부터 즉각 시작해야 한다.
쌍용자동차 노동자투쟁이 이미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걸 받아 안아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도 이 사태를 외면하지 않고 모처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점을 살려내야 한다. 현장조직과 현장활동가들이 연대투쟁을 성사시키고 끌고 가는 기관차가 되어야 한다. 기존의 관성을 떨쳐내고 단위사업장에서, 전국적 수준에서 소통하고 결의를 다져 대의원대회에서 구체적 방안을 제출하고 결의될 수 있도록 비상한 준비를 해야 한다.
쌍용차 노동자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본/수구보수언론/이명박 정권의 삼각편대에 맞서 쌍용자동차 노동자/금속노조(민주노총)/노동자 정치세력 사이의 삼각동맹이 힘을 발휘해야 한다. 아직 완성된 상태는 아니지만 이 삼각동맹은 이미 가동되고 있다. 공장 안의 노동자는 모든 걸 걸고 공장사수, 파업사수를 유지시키고 있다. 금속노조도 힘을 내고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은 ‘외부 세력’이 아니라 하나임을 이미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정세도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다. 이명박 정권은 합법 정권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정치적으로 이미 노동자 민중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고립된 것은 노동자투쟁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다. 이명박 정권 퇴진 요구가 제도 정치권에서조차 공공연하게 외쳐지고 있다. 문제는 결정적 힘이다. 그 힘은 금속노조로부터 나올 수 있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