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 해지=노조활동 무력화
단체협약 :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그 단체 사이의 협정으로 체결되는 자치적 노동법규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노동3권 중 단체협약권이 무력화되고 있다.
사용자와 동등한 위치에 있기 어려운 개인의 노동자가 모여 집단으로 임금인상, 복지 등 다양한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가 단체협약권이다.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권리인 단결권과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은 모두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단체협약을 무력화하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을 무력화하는 것과 같다.
‘비지니스 프랜들리’를 노동정책 기조로 가지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노동조합 무력화의 방안으로 단체협약 해지를 선택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당사자 일방이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이용한 것. 시작은 공공기관이다.
지난 4월 공개된 ‘노동부 산하(유관) 공공기관 단체협약 분석 및 개선방안’에서 노동부는 △노조 간부에 대한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 시 협의 또는 동의의무 △조합 간부 및 조합원에 대한 고용변동 심의 시 고용안정위원회 및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참여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허용 및 조합원 교육시간 △사내 내부통신망을 통한 노조활동 홍보 여부 등을 불합리한 단체협약의 예로 들어 해당 기관에 개선을 요구했다.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맺은 노동조합 기본 활동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 평가의 꼴등이 한국노동연구원이었고,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지난 2월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유는 “경영권 및 인사권을 노동조합이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공공기관 맘대로 운영하려 노조 파괴 선택한 MB
이명박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단체협약 해지를 들고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병홍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사회공공연구소 이슈브리핑을 통해 “공공부문의 경우 (노조의) 각종 경영참여 활동이 해당기관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생산, 제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조를 논의 주체에서 빼겠다는 것은 결국 공공부문 운영을 정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해지 통보를 받은 전교조 서울지부의 단체협약안은 △학교인사자문위원회 구성 △연구시범학교 지정 시 교원 과반수 동의 △학업성취도 평가 전면시행 금지 △학습지도안 자율작성 활동보장 등 교육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의지대로 교육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교육정책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단체협약을 무력화한 것이다.
유병홍 연구위원은 “노조의 경영참여는 공공부문의 경우 정책참여이며 이를 제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공공부문 운영에 대한 참여배제를 뜻한다”며 “이는 노조 위기 수준을 넘어 공공성 위기, 나아가 민주주의 위기로 나간다”고 지적했다.
기업에 합법적 노조파괴 방법 친절히 알려주기
공공부문에서 시작한 단체협약 해지 바람은 민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비밀리에 노조파괴 전술을 쓰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된 단체협약 해지라는 방식으로, 공공부문에서 남긴 좋은(?) 선례를 따라 하면 되는 것이다.
단체협약 해지에 맞서 파업을 하고 있는 이성호 한국노동연구원지부 지부장은 “단체협약 해지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경우 사용자가 마음대로 노동조합을 없앨 수 있는 지름길이 생기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홍 연구위원도 “몇 년 전 유행처럼 번졌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통한 노조탄압 이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