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의 낯빛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참세상은 11일 0시 30분께 김달식 본부장과 간략한 인터뷰를 했다.
대한통운이 결국 '화물연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교섭의 실질 내용에는 조건을 고려하면서 협상하겠지만, 화물연대 인정하는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 화물노동자는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다. 화물노동자에겐 '화물연대'라는 조직밖에 없다.
화물노동자들이 대한통운과 같은 자본가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맺는 것도 제도가 뒷받침 되어있어서가 아니라 '화물연대'라는 조직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 박종태 열사의 요구가 뭐였나. '대화하자'였다. 택배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고서도 대화를 기피하고 투쟁을 하다 하다 안돼서 '대화하라'는 요구를 걸고 자결했다.
박종태 열사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대한통운은 대화를 안했다. 늘 하는 이야기는 "'화물연대는 교섭권이 없다', '화물연대는 대화 상대가 아니다'"라는 거였다. 그런데 화물연대가 지난 5월 16일 파업 총투표하고 파업을 선언하니까 그제야 대화하자고 요청이 왔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한 달이나 지나서야 교섭이 시작됐다.
화물연대라는 조직을 합의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복직된 택배노동자들 언제 잘릴지 모른다. 법적인 근거도 없고 화물연대 조직이 합의서에 명시되어 있지도 않으니까 사측은 어떻게든 합의서를 엎을 수 있다. 이번을 기회로 대한통운은 화물연대와 이전에 맺었던 단체협약도 부정하려 들게다.
대한통운이 화물연대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서까지 체결하다가 이제 와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정부의 비호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와 '표준운임제 등 운송제도 개선'을 합의했다. 표준운임제는 노동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이것 때문에 자본의 거센 반발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부가 이 기회로 화물연대를 깨고 그 합의마저 깨겠다는 의도다.
국토부에서 엄정 대처하겠다고 나섰는데
집단운송거부할 경우 업무개시 명령권을 발동하겠다고 하더라. 우리가 국토부에 종속되어 있는 게 아닌데. 정부말대로 우리가 개인사업자라면 자기가 일손을 놓는 게 왜 문제가 되는가. 정부는 화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인정 안하다가 파업만 한다하면 법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한다. 법도 없고, 원칙도 없다.
파업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화물연대 지도부는 파업을 안 하려고 엄청 노력했다. 운송료 삭감, 물량감소, 그에 따른 운수자본의 횡포는 심해지는 가운데서도 참아왔다. 장기적 경기침체는 화물노동자가 더 잘 인식한다. 그런 조건 감안해서 어떻게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현장의 분노는 극에 달했지만 지도부는 현장을 일일이 돌면서 설득했다. 그 한가운데 대한통운의 운송료 일방 삭감과 해고, 그리고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화물노동자의 삶은벼랑으로 내몰렸고 대화의 여지는 정부와 대한통운에 막혀버렸다. 어렵지만 파업을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 운송을 멈추는 것부터 시작하게 될 거다. 이번에는 적극적이진 않을 지라도 비조합원들의 운송을 멈추는 선에서 참여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화물연대는 이제까지 조합원만을 위해 투쟁한 적이 없다. 늘 화물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했다. 화물노동자에게 있어 화물연대는 생존권이다.
화물연대가 운송거부에 들어가면 자본과 정부, 보수언론은 물류대란 운운하면서 화물연대를 공격할 것이다. 경찰들은 업무방해 등을 빌미로 탄압을 해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투쟁의 강도는 점점 세질 수밖에 없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것처럼 물류를 멈추는 데서 끝나진 않을 것, 강도 높은 투쟁을 구사할 것이다. 그 이상은 말해줄 수가 없다.
▲ 인터뷰하는 내내 김달식 본부장의 전화벨은 그치지 않고 울렸다. |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맨날 미안하다. 화물연대를 건설해놓고 마음편히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해서 늘 미안한 심정이다. 하지만 우리 조합원들이 경제위기 속에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파업을 결단할 수밖에 없는 지도부의 판단을 이해하고 같이 해줄 것이라 믿는다.
화물노동자가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싸워나가다보면 언젠가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도부도 살신성인의 각오로 파업을 승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한통운은 반드시 깬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깰 거다. 정부는 더이상 화물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고 안일한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 정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운송시장 발전은 절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