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형사소송법은 물론이고 헌법까지 위협하고 있다.
검찰이 용산사건과 관련된 3천 장의 수사기록을 변호인단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을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한 법 규정 위반으로 헌법적 권리인 피고인의 방어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야4당 공동위원회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해 20일 국회의원회관 101호에서‘검찰의 용산참사 수사기록 은폐, 공정한 재판 가능한가’토론회가 열렸다. |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야4당 공동위원회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해 20일 국회의원회관 101호에서 열린 ‘검찰의 용산참사 수사기록 은폐, 공정한 재판 가능한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법학 전문가들은 검찰과 법원의 태도를 비판했다.
용산참사 관련 재판은 변호인들이 재판 기피신청을 내고, 수사기록 제출을 거부한 검찰을 고소해 파행을 겪고 있다. 검찰이 수사기록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결정까지 거부하고 있는 것은 물론 법원은 검찰을 규제하기보다 직권으로 피고인들에게 국선변호사를 선정하도록 하는 등 재판 강행에만 목을 메고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들과 변호사들은 검찰이 열람을 거부하고 있는 수사기록에는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수뇌부의 조기 진압작전 계획의 수립 및 결정과정 △화재원인 및 발화지점과 관련된 검찰의 공소사실과 모순되는 사항 △무리한 진압작전에 관한 사항 △경찰과 용역업체의 부적절한 협조관계 등 경찰의 위법성과 피고인들의 유무죄 규정 여부에 영향을 줄 내용들이 담겨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검찰은 공정한 재판 거부하나
“수사기록 공개 여부가 그 자체로 공판절차에 위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검찰이 주장하는 것에 이호중 교수는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의 보장 및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필수적인 사항이라는 점을 완전히 몰각한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1997년 헌법재판소는 “검사가 보관하는 수사기록에 대한 변호인의 열람·등사는 실질적 당사자의 대등을 확보하고 신속·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2002년 대법원도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호중 교수는 “검사가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은폐했다면 검사의 행위는 위법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공소기각판결 등 적극적 조치해야”
이런 검찰의 태도를 방관하고 있는 법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호중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법원의 증거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은 당사자를 법정 모독죄로 제재하기도 하고, 공소를 기각한 사례도 있다. 이호중 교수는 “실체적 진실 해명에 치유불가능 할 정도의 영향을 미침으로 법원은 공판기일의 변경·연기, 공소기각판결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중 교수는 “이 사태는 형사사건에 있어서 적법절차의 이념을 포기하고 진실의 왜곡과 조작이라는 권력의 유혹에 길을 터줄 것인가, 아니면 적법절차의 원칙을 공고히 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의 이념을 실현하고 진실규명에 다가갈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며 사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용산참사변호인단에 참여하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도 “(검찰의 태도는) 헌법질서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진실추구와 사법정의를 방해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