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투쟁 첫날부터 비다. 우산도 없이 겨울비를 흠뻑 맞으며 꼼짝없이 서서 피켓을 들고 있는 투쟁대책위 사람들. 출근 길 노동자들에게 이홍우 조합원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알리고 싶었던 것은 현대미포조선의 현장탄압과 일하다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게, 또 용인기업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원직복직할 수 있게 촉구하는 일이었다.
이홍우 조합원이 14일 사고 발생 후 중환자실 첫 면회에서 현대미포조선 김중희 해고자에게 건넨 말은 '김순진 의장 징계 철회됐느냐'와 '현대미포노조가 같이 싸워주고 있느냐'였다고 한다. 미포조선 현장의소리 김순진 의장은 용인기업 원직복직 중식 선전전과 홍보물 배포로 회사로부터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고 현대미포조선노동조합은 아직 이홍우 조합원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도 찾아오지 않았다.
전국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
24일은 충주에서 전국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김순진 의장을 비롯한 투쟁대책위 사람들은 금속노조 대대에서 '이홍우 조합원 투신 관련 대책위' 구성을 제안하고 알리기 위해 충주로 향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금속노조 대의원 600여 명. 울산 현대미포조선 이홍우 조합원 투신을 알리고 용인기업 노동자들의 원직복직 대법 판결을 알리는 피켓 선전전과 외침이 대의원대회장 밖에서 이뤄졌다.
대의원대회장에 도착한 투쟁대책위는 금속노조에 '이홍우 조합원 투쟁'을 알리는 김순진 의장의 발언권을 요청했으나 짜여진 진행에 틈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또 금속노조가 투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이홍우 조합원 투신 관련 대책위'를 제안하는 현장발의안은 대의원대회 7일 전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안건으로 상정할 수 없다는 대답도 돌아왔다.
결국 본대회가 시작되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금속대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한 노동자가 목숨을 담보로 현대미포조선 탄압에 맞서고 있다. 금속노조가 당연히 이 싸움을 받아 안아 이홍우 조합원의 희생과 정신이 헛되지 않게 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안건 상정을 요청했다.
이에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15만 명 금속노조 조합원이 있다. 회칙과 회순에 따른 원칙으로 대의원대회를 진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홍우 조합원 투쟁대책위 구성건은 중집에서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병승 대의원은 거듭 발언을 통해 "현장탄압에 맞선 이홍우 조합원 투신 뿐만 아니라 용인기업 노동자들도 대법 승소 판결이 났음에도 현대미포조선은 원직복직을 안 시키고 있다. 울산지역에서 대책위를 구성해 싸워나가고 있지만 금속노조가 이 투쟁에 힘을 실어 현대미포조선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정갑득 위원장은 중집에서 논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처음으로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 참가한 사람과 두 번, 세 번째 참가한 사람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업별 노동조합인 금속노조의 대의원 6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데도 어떤 기운도 느끼질 못하겠다. 특히 금속산업에 불어닥칠 조선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예고되고 있음에도 자본에 맞대응할 금속노조의 힘보다 겨울나무처럼 앙상한 마른 가지같이 메마름만 느껴진다. 현대미포조선뿐만아니라 기륭전자, 대우자동차판매 등 투쟁사업장 보고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라니..."
또 한켠 경험있는 금속노조 대의원들은 "예상한 일이다. 별 기대 없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지만 그래도 투쟁사업장을 위해 한 두 사람이라도 외쳐 대의원들에게 인식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니까"라고 말한다.
늦은 밤 다시 미포조선 앞 농성장으로
금속노조 본회의가 시작되고 다시 울산 현대미포조선 앞 노숙농성장에 도착한 시간이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현대미포조선 3개 현장조직(현장의소리, 현장투, 현장조직준비모임)이 돌아가면서 밤을 새고 있는데 이날은 현장조직준비모임이 오손도손 둘러 앉아 있다. 임신한 아내도 다른 가족들도 따뜻한 집 대신 남편이 있는 노숙농성장에 와서 함께 하고 있다.
25일, 이홍우 조합원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다. 아직 한 차례 더 수술이 남아 있지만 천만다행으로 수술경과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이제 남은 것은 '강제진압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현장활동 감시와 잔업통제 중단, 현장탄압 중단, 부당징계철회, 용인기업 해고자 즉각 복직, 노조 민주화'를 걸고 후회하지 않게 투쟁하는 일만 남았다"고 투쟁대책위는 말한다.
지난 19일 현대미포조선 앞 집회와 관련해 경찰은 현대미포조선 현장조직 강영우, 김주 조합원과 민주노총울산본부 이영도 직무대행, 최병승 울해협 부의장에게 24일 출두요구서를 보냈다.
대책위는 출두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26일 오전 6시 30분 성내 해안도로 삼거리 집중 출근투쟁과 이번주 내내 오후 5시 30분 현대미포조선 앞 집회는 계속 된다.
▲ 24일 충주에서 열린 전국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장 밖에서 현대미포조선 현장조직 '현장의소리' 김순진 의장이 이홍우 조합원의 투쟁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있다. |
▲ 전국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 참가중인 대의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