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에서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 이야기다. 위 설명은 중앙일보가 오늘(16일)자 E3면에서 동희오토를 '생산전문 회사'로 치켜올린 내용. 중앙일보는 '경차는 만들수록 적자? 고정관념 깬 동희오토'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동희오토의 '생산성 비결'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생산전문 회사'인 동희오토는 '모닝' 생산으로 기아자동차 내수 점유율 증가에 큰 몫을 하고 있으며, 다른 경차가 대당 10~20만 원의 손해를 보고 있음에도 '모닝'은 대당 영업이익률이 6%가 넘는다고 한다.
▲ 기아차 '모닝' 생산업체인 '동희오토'의 생산성 비결을 소개한 중앙일보 16일자 기사 |
중앙일보는 이같은 '대박'의 비결을 '저임금 협력업체의 생산 근로자 활용'으로 본다. 기사에 따르면 기아차 생산직은 1인당 일 년에 60대 남짓을 생산하지만 동희오토 근로자는 170여 대를 생산한다. 공장 가동률도 100%라 더이상 공급량을 늘릴 수 없을 지경이다. "협력업체 간 생산성 경쟁이 벌어지는데, 좀 처지면 가혹하지만 이듬해 계약을 연장하지 못한다"고도 설명하고 있다.
'전체 생산직 근로자의 80% 이상이 협력업체 직원'(노조는 100% 비정규직 주장)이고 이들의 임금은 '기아차 정규직의 50% 수준'이라고도 한다. "그래도 일하겠다는 근로자들이 줄을 서고, 서산시에서는 꽤 큰 제조업체라 안정적 직장으로 간주된다"는 설명이다.
노동조합 할 생각 말고 최저임금 받으며 조용히 일하라?
중앙일보의 '칭찬'대로라면 한 마디로 "동희오토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오랜 시간 일을 시켜 돈을 버는 회사"라는 말. 이런 회사에서 '노동조합'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동희오토는 2005년 8월,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를 만들자 조합원이 많이 소속돼 있던 업체를 통채로 폐업하고 50여 명의 노동자들을 쫓아냈다. 조합원들이 남아있던 또다른 업체도 2007년 말에 폐업했다. 몇 년 전까지 해마다 계약서를 새로 써야 하는 부담도 노동자들에겐 큰 협박 수단으로 다가왔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동희오토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소한의 인건비로 가장 싸게 만드는 노력을 벌이다 보면 협력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지만, 협력업체(하청업체)간 생산성 경쟁과 계약 연장 거부 등은 노동자들이 '딴 생각'을 못 하게 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이청우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지회장 직무대행은 "원청이 하청업체를 경쟁시킨다는 말은 진실"이라며 "업체간 평점을 매겨 그 평점에 따라 도급 계약시 금액에 차이가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평점을 매기는 기준 항목에는 소속 노동자 근태, 생산 품질에 이어 '노사관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청우 직무대행은 "말하자면 금속노조 조합원이 (하청업체에)있느냐 없느냐, 있다면 몇 명이 있느냐, 활동은 열심히 하느냐를 가지고 평점을 매긴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연말 폐업된 업체에도 조합원이 많이 소속돼 있었고 활동도 열심히 한 결과 평점이 최하위였다. 이청우 직무대행이 소속한 업체도 현재 평점이 바닥이라고 한다.
임금도 최저임금에서 5년째 턱걸이를 하고 있다. 신입사원 시급은 3670원, 수습을 떼면 법정 최저임금인 3770원을 받는다. 일 년이 지나면 30원이 더 붙고 2년이 지나면 50원, 3년차는 백 원 더 받는다. 회사가 그나마 있던 수당 2만 원을 시급에 포함시키는 바람에 49원 정도를 더 받게 되니, 총 수령액에는 변화가 없지만 신입사원 시급도 어쨌든 최저임금보다 높다. 이렇게 따지면 한 달에 350시간을 일해도 실 수령액은 12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중앙일보는 "노조가 없어 파업도 없다"고 하지만, 실은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와 복수노조 시비가 붙은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존재하고 있어, 매년 낮은 수준의 형식적인 단체협약과 임금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 민주화 운동 표적해고 논란도
지난 9월, 추석 명절을 전후해서는 노동자 5명이 해고됐다. 이중 네 명은 '학력 미기재'의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통해 해고됐지만, 노동자들은 이들의 해고를 '활동가 표적 해고'로 보고 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한국노총 소속 노조 조합원으로, 노조 민주화에 뜻을 두고 공장 내에서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인원충원 문제 등을 제기하며 유인물을 배포했었다. 이에 따른 사측 관리자들의 감시와 미행, 신원조회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해고된 이들은 지난해부터 한국노총 노조가 있는 업체의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라", "임금협상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등 어용노조에 문제제기를 해 왔다. 그러다 올해 7월, 라인 UPH(시간당 생산량)가 32대에서 36대로 증가하자 인원충원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냈다.
▲ 동희오토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미디어충청] |
해고 당사자로 '동희오토사내하청 해복투' 의장을 맡고 있는 이백윤 씨는 "이때부터 회사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는 집 앞까지 미행하는 한편, 다른 노동자들에게 '이백윤과 어울리지 말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뒷조사'도 진행됐는지, 곧 '대학 중퇴 내지 졸업'의 학력을 입사 시 이력서에 적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 해고된 것.
이백윤 씨는 "실제로 학력을 낮춰 기재하는 것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적 판례도 나와 있고, 공장 안에도 대학 중퇴 학력을 기재 안 한 사람도 많은데, 굳이 활동하던 네 명을 해고시킨 것은 사실상 표적 해고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24일에는 계약해지일을 앞둔 노동자가 공장 내 식당에서 부당함을 호소하다 회사 경비들에게 맞아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사태도 있었다. 다른 해고자들이 공장 앞으로 와 항의했으나 회사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했다.
'지역의 잘 나가는 회사'에서 이처럼 문제가 불거지자 충남 지역 노조와 사회단체들이 '동희오토 비정규투쟁 승리와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충남지역대책위'를 꾸리는 등, 동희오토의 실상이 점차 알려지는 중이다.
이백윤 씨는 중앙일보가 기사에서 "일하겠다는 근로자들이 줄을 서고, 서산시에서 꽤 큰 제조업체라 안정적 직장으로 간주된다"고 보도한 것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누군가 그만두면 빈 자리를 채우는 데 보름이나 한 달이 걸린다"는 설명. "서산 인근 지역에서는 동희오토, 하면 젊은이가 들어가서 살이 쭉쭉 빠지고 힘들어하는 공장으로 소문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용자에겐 꿈의 공장, 노동자에겐 절망의 공장
이청우 직무대행은 "모닝이 대박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일보 지적대로 비정규직으로 공장을 채워 노동강도를 높이고 임금을 줄인 결과"라며 "경영자에게는 이윤이란 형태로 돌아가겠지만, 그 이윤은 동희오토의 2,30대 청년 노동자들이 골병을 얻고 미래의 희망도 없이 기계처럼 일만 하면서 언제 잘릴 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댓가"라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경제위기의 새로운 대안으로 동희오토 같은 저비용 고효율 경영을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죽음의 공장"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백윤 씨도 "기아자동차의 전체 적자를 모닝이 메꿀 정도로 대박이 나는 마당에 노동자들은 3년이 지나도록 최저임금과 별반 차이가 없는 임금을 받고 있다"면서 "회사 사장들이 보기엔 가장 적합한 저비용 고효율의 공장이겠지만, 우리 노동자들로선 가장 힘들게 일해도 노동한 가치를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회사"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