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민주노총 13차 중집회의에서 'KT노조의 해고자 제명 철회 권고'안이 제기됐으나 표결 끝에 부결됐다.
본래 이날 상정된 안건은 'KT해고자 관련 건'으로, △KT노조 선거 관련 건은 총연맹 규율위원회가 구성되는 즉시 최대한 신속히 조사하여 판정토록 한다 △징계 사유는 총연맹 중앙위원회에서 결의한 '진상조사단'을 재개하거나 규율위원회를 통한 조사 결과에 의거한다 △징계 절차상의 하자는 징계 대상자가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할 경우, 해당 연맹에서 조사하여 조치할 것을 권고한다는 등의 해결 방안이 제출됐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14일 열린 12차 중집회의에서, KT노조로부터 조합원 제명과 희생자구제기금 지급 중단 조처를 받은 유덕상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는 데 대해 "IT연맹에게 해고자 제명 건의 원만한 해결 노력을 권고한다"고 결정했던 바 있다.
민주노총 중집의 권고를 받은 IT연맹은 △해고 조합원 및 KT집행부의 의견차이가 커 조율하기 어렵다 △KT노조 위원장이 조합원 제명 등 위임된 사항에 대해 집행의지가 없으므로, 해고자 및 KT집행부는 해고자 복직투쟁에 전념할 것을 권고 △민주노총에서 다시 단위노조의 내부 문제에 대해 재론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냈다.
"중집이 판단 내려야" VS "단사 문제 개입 안돼"
고종환 서울지역본부장은 최근 KT노조(구 한국통신노조)의 민주노조운동이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은 것을 들어 "이미 유공자로 확정된 이 사람들이 조직에 어떤 해를 끼쳤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KT노조가 이들을 제명한 데 대해 민주노총이 철회 권고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준호 위원장은 "현재 KT노조 집행부가 생계비 지급 중단에 대해 집행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고, 단사의 문제를 해당 연맹을 제치고 다 받기 시작하면 문제가 많아진다"며 "여러 가지 힘든 점이 있지만 이렇게 절충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호동 전해투 위원장은 "지금 현실에서 민주노총 중집이 우회적 방법을 쓰거나 유보적 태도를 보여선 안된다"며 "단위 해고자 조직들도 중집에서 강한 태도를 표명할 것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도 "'원만한 해결'이 아니라 '중집의 판단'을 제시하자"며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중집이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고 발언해 KT노조에 대해 중집이 제명 철회를 정식으로 권고할 것을 제안했다.
이현주 사무금융연맹 사무처장도 "중집의 권고를 KT노조에서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면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민주노조 운동의 상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배강욱 화섬연맹 위원장은 "각 연맹이나 노조의 해고자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면서 "민주노총이 제명 철회 권고를 하는 순간 이들이 주장한 'KT노조는 어용'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용 규정과 관련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도 "차라리 중집위원들이 마음을 모아서 대화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중집이 더 분란을 만들지 말고 당사자들이 대화하도록 해 주자"고 말했다.
격론 끝에 조준호 위원장이 "오늘 중집회의에서의 가치 판단은 유보하자"고 제안했으나 '제명 철회 권고'를 주장한 중집위원들이 뜻을 굽히지 않아 결국 제명 철회 권고안에 대한 표결 처리 끝에 10명만이 찬성, 부결됐다.
KT민동회, "조준호 집행부에 더이상 기대할 것 없다"
민주노총 중집의 이같은 결정에 'KT해고자 제명철회 투쟁위원회'는 24일 성명을 발표하고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조준호 집행부의 KT해고자 제명 철회 권고안 부결을 강력히 비판한다"며 "이 결과는 다시 한번 민주노조 운동을 위기로 몰아넣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고, 이를 주도한 조준호 위원장과 그 집행부의 민주노조운동 혁신 의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부결사태는 흔들리는 운동의 기풍을 더욱 훼손시키는 결과를 필연적으로 초래할 것"이며 "현 민주노총 집행부는 무너져가는 민주노조운동의 기풍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도 능력도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위원회는 "더이상 조준호 집행부에 민주노조운동의 혁신도 민주노총의 운동적 정체성 강화도 기대할 수 없으므로 57일간 진행해 온 민주노총 앞 천막농성을 접는다"고 밝히며 "위원장과 집행부에게가 아니라 중앙위원회와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운동적 판단을 구하겠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