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 또 누군가에게는 악몽과 같은 시간, 다른 누군가에겐 남의 일과 같은 느낌으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참사 10주기를 맞이하고 있다. 참사 이전보다 훨씬 화려하게 도배된 중앙로역은 보이지 않는 한켠 -‘추모의 벽’만이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중앙로역 화재참사는 우리 대구지하철노동자들에게도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참사 당시 사장의 ‘현장 초동대처가 아쉽다’는 한마디 말에 기관사-사령-역무원 등 현장인력이 모든 책임을 져야 했던 기억. 노동조합이 입을 열기 전 어디에서도 참사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성찰하지 않았던 기억. 무엇보다도 정부, 대구시, 공사경영진 모두가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마련은 고사하고 현장노동자 탓으로 몰아가던 기억은 1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은 채, 우리 지하철노동자들의 상처로 남아있다.
10년의 시간,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바뀌지 않았나?
당시 대구시와 공사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지하철의 시스템이나 장비는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현장 노동자들이 초동대처를 잘못해 급격하게 화재가 커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전동차의 재질문제, 통신시스템의 문제, 대피로의 문제 등 온갖 문제점들이 밝혀지지 시작했다. 그러자 이제는 일부 장비의 문제로 축소하면서 수년간에 걸친 장비교체만을 안전대책으로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마저도 노동조합과 시민대책위원회, 각 분야 방재전문가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현재의 시각으로 돌이켜 보건대, 전동차 내장재 교체를 비롯한 각종 장비의 개선과 보충 등은 미흡하나마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수익성 중심의 운영은 더 심각해져 안전인력, 특히 1인승무제에서도 편법 운영해야 할 정도로 부족한 인력의 문제는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또한 안전 확보보다는 인건비 줄이기에 혈안이 되어 최소인력도 유지하지 못한 채 민간위탁, 외주용역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참사 당시의 상황과 오버랩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10년 전과 현재 상황의 유사성은 ‘수익성’ 중심의 지하철 운영이 ‘공공성’과 ‘공익성’중심의 운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돌이키기 싫은 그 기억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의 현실일 수밖에 없음을 상기시켜준다.
고통의 복기가 아닌 희망의 다짐으로, 아픔을 넘어 안전을 위한 연대로
참사 10주기를 맞이하며 참사 10주기 추모위원회를 발족하고 80여 단체가 연대하는 대규모 추모 사업을 준비한 이유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10년의 시간은 지났지만 지하철의 안전과 공공성을 요구하며 투쟁했던 우리 해고자 동지들은 아직 한명도 복직되지 못했으며, 대구시와 공사의 수익성 위주의 행정은 달라진 바 없다. 특히 대구는 2014년 3호선 개통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공공성의 요구와 수익성 위주의 행정과의 한판 싸움을 앞두고 있다.
10주기를 맞이하여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회한뿐만 아니라 정당한 투쟁을 벌였던 우리 해고자 동지들이 복직하는 것, 그리고 수익과 효율 위주의 3호선 개통이 아닌 안전과 공공성을 위한 3호선 개통을 준비하는 것이다. 10년간 이어져온 안전한 도시 대구만들기와 지하철의 공공성을 지키는 과제는 결코 우리와 떼어놓을 수 없는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