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인 지회장 |
며칠 전 유성 굴다리 촛불집회에서 발언을 했습니다. 가볍고 차분하게 발언을 하려 했는데 감정이 북받쳤습니다. 살고자 하는 이들이 얼마나 더 땅에서 멀어져야 하는지!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동지들을 생각하니 가슴에 진 응어리가 폭발하려 했습니다. 겨우 나오는 눈물을 참고 발언을 마무리 했지만 한동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노동자가 설 자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온갖 탄압과 노조말살 정책에 노동자는 시름시름 병들어만 가고, 동지들과 제가 땅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그나마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자의 권리는 하수구 오물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생사가 걸린 문제를 부르짖고 있음에도 우리를 한낱 표로 밖에 보지 않는 대선 후보들을 볼 때면 미래도 불투명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동지들도 그렇게 높은 곳에 오를 수밖에 없었겠지요. 대법판결도 무시하는 자본가, 구조조정의 칼날에 해고되는 노동자,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사용자, 노조파괴를 해도 불법이 아닌 자본가들. 대한민국에서 동지들은 또 다른 전태일이 되어 투쟁을 하고 계십니다.
저는 이곳 굴다리 위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인터넷으로 세상을 접하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소식을 접하며 세상을 너르게 보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과 접하고 있는 것이 무섭기도 합니다. 발만 잘못 내딛어도 큰일 날 곳에 오르는 동지들을 보며 숨까지 막혀옵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숨 쉴 공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동지들의 투쟁 속에 희망을 발견합니다. 노동자를 외면하는 노동부와 노동법에 울부짖고 피를 흘려야만 하는 현실이지만, 동지들의 투쟁이 승리의 불빛으로 승화하여 큰 희망의 등불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지고 있습니다. 제가 느꼈던 것처럼 연대의 힘이 따뜻한 이불이 되어주고 얼어붙은 심장을 녹여 줄 거라 생각합니다. 비록 몸은 추위에 떨더라도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반드시 악질자본 박살냅시다! 그래서 더 이상 동지들이 저 높은 곳으로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동지들! 몸은 떨어져 있어도 투쟁의 마음은 하나이듯 이제 하나 된 투쟁으로 단결하고 조직된 노동자의 힘으로 이 더러운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동지들 힘내시고 반드시 승리하는 투쟁 만들어 갑시다. 저도 이 곳 에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비호하는 노동부에 맞선 투쟁 힘차게 진행하겠습니다. 투쟁!
2012년 11월 22일 유성기업 굴다리 위에서 홍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