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알려진 대로, 제 남편인 현대미포조선 노동자 김석진은 1997년 4월 14일에 부당해고 됐고, 이후 해고무효화 소송의 1·2·3심에서 모두 승소해, 해고기간 8년 3개월 만인 2005년 8월 9일에 원직복직했습니다. 남편은 복직 후 부당해고기간 임금과 함께 단체협약에 명시된 대로 위약벌금, 즉 부당해고 전체기간의 평균임금 100% 가산금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가산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남편은 다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또 7년 넘게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회사의 주장은 가산금 산정기간은 1개월뿐이라는 것입니다.
▲ 8년 3개월 해고기간 현대미포조선 정문에서 남편 김석진과 함께 |
그러나 단체협약에 조항이 멀쩡히 남아있고, 실제로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함께 단체협약을 신설했던 현대자동차노조의 조합원이 부당해고에서 복직된 후 해고 전체기간의 가산금을 받은 사례, 이외에 대우자동차와 대우자판 복직자에 대해 해고 전체기간의 가산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불복은 생떼에 불과합니다.
남편이 1심에서 승소하자, 현대미포조선은 상고하면서 전직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 20여 명으로부터 회사 측 입장에 동조하는 서명을 받아 고등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고등법원은 이를 핵심 근거로 남편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3심에서 대법원은 법리오해 이유로 남편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이에 회사는 1년 전 고등법원장에서 퇴임한 변호사를 선임하고, 한술 더 떠 미포조선 전체 조합원에게서 탄원서를 받아 참고자료로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등법원도 해고 전체기간 평균임금 100% 가산금을 지급하라는 올바른 판결을 내렸고, 이렇게 정당성을 인정받으며 일단락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현대미포조선은 포기하지 않고 서울에 소재한 300여 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법원에 재상고한 것입니다. 대기업이 그깟 한 사람의 가산금이 아깝겠습니까? 전임 노조간부와 조합원들까지 동원해 문제의 조항을 단협에서 파내려던 회사가 뭐가 억울하겠습니까? 대법원에 두 번 상고하며 사법질서를 희롱하면서까지 김석진만큼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현대미포조선의 섬뜩한 기운에 고통과 분노를 느낍니다.
부당해고 시 평균임금 100% 가산 보상한다는 단협 조항은 단지 피해보상뿐만 아니라 부당해고를 방지한다는 목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90년에 신설된 단협 자체가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현대미포조선은 남편과의 법정싸움에 전임 노조간부와 조합원까지 동원하며, 조합원들이 투쟁과 승리의 기억을 스스로 저버리도록 내몰았습니다. 또 남편을 혹독하게 탄압하며 어떤 동조도 가로막고, 덤벼들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콩이 아니라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거짓말 수준의 억지로 대법원을 재차 희롱하면서까지 회사가 보여주는 의지란 현장을 철저히 장악하고 어떤 틈새도 허용치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편의 싸움을 계속 지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편에게 양심과 자유를 포기하랄 수 없습니다. 조선소의 동료들도 마음속으로는 남편이 투쟁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믿습니다.
남편은 지난 2008년에 4개월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과 정규직화를 위해 싸운 후, 팀 동료들과 회사 노무관리자들의 조직적인 탄압으로 인해 2009년부터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도 산재요양승인이 나 요양 중입니다. 이로 인해 사내출입이 제한된 상태로 소송 관련 회사의 조합원 서명운동에 맞서 어떠한 대응도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이 부당한 노동탄압을 하루 빨리 멈출 것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