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의 부당노동행위와 노동인권탄압을 고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의 감시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촛불문화제. |
유엔의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 위원회(유엔 사회권 위원회)는 노동자들에게 ‘정당하고 쾌적한 근로 조건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쾌적한 근로 조건은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다. 유엔이 정하는 다른 권리들의 기준처럼 ‘쾌적한 근로 조건의 권리’도 모든 국가에서 지켜져야 할 최저 기준선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기업들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작태를 보면 최저 기준이 최고의 수준으로 보일 때가 있다.
2004년 산재 입었던 KT노동자에게 또 다시 산재 발생해
4월 8일, 근로복지공단 전주지사는 KT 노동자 박모씨의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질환을 산업재해(이하 산재)로 승인했다.
지난 2004년 KT의 감시와 차별 등 정신적 충격에 의해 산재를 입었던 박씨에게 다시 같은 산재가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사측은 박씨에 대해 일상적인 차별과 감시, 명예퇴직 강요, 인사고과에서의 차별 등을 지속적으로 자행했다. 이로 인해 박씨는 급기야 지난 3월엔 일주일 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현재 박씨는 부안으로 발령이 났으며 남원에 있는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산재소식을 들으며 마음이 무거웠다. 수년간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이 KT의 노동인권 침해 중단과 재발방지를 요구했음에도 KT 내부의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게 박씨의 사례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4년에 산재를 입었던 박씨에게 산재가 또 다시 발생했다는 것은 KT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사측의 탄압이 얼마나 심각한 가를 입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KT노동인권침해로 유사 사례 계속 일어나고 있어
유엔 사회권 위원회가 말하는 것처럼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인권이다. 그리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산재 승인을 받아 치료비를 보상받는 문제만이 아니라 일터가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업이 산업재해가 발생한 일터에서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는 게 KT다.
박씨의 사례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의정부에서 일하는 KT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던 일이 알려졌다.
과중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으며 다행히도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해졌지만, KT 노동자들이 겪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이처럼 지난 해 말 특별명예퇴직 등 KT의 노동자 구조조정 이후 노동 강도는 더욱 강화되어 왔다. 밤 9시가 넘는 야근과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업무 스트레스와 장시간 야근, 휴일 없는 근무는 과거 2003년과 2004년에 연이어 발생한 KT 노동자들의 돌연사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반인권적 KT노무관리시스템 확산...사회적 감시 필요해
하지만 KT는 이러한 노동인권 침해에 대해선 한마디 없이 윤리경영이나 항구적인 노사평화 만을 언론에 퍼뜨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KT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KT가 저지르는 노동인권 침해가 미치는 파급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의 일만으로 볼 수 없다.
일례로 KT가 2004년에 대대적으로 도입한 노무 관리 시스템인 ERP는 현재 KT가 개발을 통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상품이 되었다.
ERP 시스템은 회사가 노동자들을 더 효율적으로 감시·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으며 KT노동자들이 겪는 업무 스트레스와 노동조건도 이와 연관이 있다.
때문에 손쉽게 노동자를 감시·통제하는 시스템을 상품화해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KT의 노동인권침해를 사회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지 못하는 회사가 윤리경영을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쇼일 뿐이다. KT의 반인간적인 노동인권 침해가 즉각 중단되고, 박씨의 산재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적인 감시가 필요하다.[전북인터넷대안신문 참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