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003년 5천명 인원감축 이후 최대 규모의 특별명예퇴직에 나섰다. KT는 노조가 ‘조합원이 명예퇴직을 원한다’며 이른바 특별명예퇴직 시행을 요구하는 형식을 빌어 명예퇴직에 들어갔다.

KT는 노조와 사실상 야합을 통해 이같은 형식을 빌어 노조의 반발도, 경영상의 긴박한 이유도, 해고회피 노력도 없이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손안대고 코풀기를 하고 있다.

그동안 KT는 노동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감시와 차별, 업무촉구서약서 강요 등 노동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해 비난을 받아왔다. 이런 KT가 특별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직원들의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거나 “심각한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다”는 등을 운운하고 있어 더욱 가증스럽다.

그렇지만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노동조합이 사측에 명예퇴직을 먼저 요구했다는 것이다. 어용노조의 선봉에 서 있는 KT노동조합이 “인위적인 인원감축은 없다”고 공언하던 KT 이석채 회장의 뜻을 알아채고 먼저 받들고 나선 것이다.

명예퇴직은 사실상 정리해고와 다를 게 없는 기업의 인원감축 수단이다. 뿐만아니라 노동조합 활동가 등 사측에서 골치아픈 이들을 내쫓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야할 노조가 사측과 손을 잡고 먼저 명예퇴직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을 쫓아내는데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이번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민동회와 114 미전환자(평소 성향 불량자 포함) 면담이 시작되었습니다”란 사내 통신 쪽지가 발견됐다. 이 쪽지는 KT가 각 팀장과 지사장에서 보낸 쪽지다.

이 쪽지에는 이들이 면담과정에서 녹취할 것이므로 “회사가 강요했다는 내용이 녹취되면 시끄러울 소지가 많다”며 명심하라고 적혀 있다.

이 쪽지에서 언급한 민동회는 민주노조 활동가들로 이루어진 현장조직이다. KT의 갖은 부당노동행위와 감시, 차별의 대상이 돼 왔다. KT 입장에서 노조 선거에서 반드시 낙선돼야 할 대상이었다. 또 114미전환자는 KT가 114업무를 전면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외주 업체로 넘어가지 않고 버틴 여성노동자들이다.

이 쪽지를 통해 KT가 <성향 불량자>들에 대해서 ‘특별한 관리’를 하고 있음과 이들에 대한 명예퇴직의지를 엿볼 수 있다.

명예퇴직은 노조활동가들에게만 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번 명예퇴직은 노동자들 사이에 ‘무조건 다다익선인가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KT 내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명예퇴직 강요는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다.

명예퇴직 거부자의 책상을 아예 빼 업무박탈을 자행하고, 팀장과의 면담에서 명예퇴직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료 직원을 시켜 명예퇴직을 종용하는 등 강제퇴직을 강요하고 있다.

면담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비연고지 발령, 업무 변경, 고과반영 등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다는 압박은 필수다. 일일면담을 하거나 집까지 찾아오는 정성을 보이며 명예퇴직을 강요하고 있다. 이를 거부하면 권고사직을 시행한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내근업무를 하던 노동자를 현장업무로 전환시키고 이 노동자 책상 위에 명예퇴직 희망서를 비치해 놓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이나 퇴근 후의 만남, 휴일 자택방문을 통해서 퇴직을 강요하는 등 노동자들을 옥죄는 비인간적이고 불법적인 명예퇴직 강요 사례들은 헤아리기도 힘들 지경이다.

말그대로 명예퇴직은 노동자들의 자발적 신청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강요에 의한 퇴직은 실질적으로는 부당해고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명예퇴직을 빙자해 노동조합의 암묵적인 지원과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노무관리로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강제퇴직이 자행되고 있다.

KT부당노동행위근절대책위에서는 노동자 인권을 침해하는 명예퇴직 강요에 대응해 KT노동자들에게 사측의 명예퇴직 강요 대응요령을 홍보하고 있다. 또 1인시위와 촛불문화제를 열고 명예퇴직을 강요 사례를 접수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저 숨죽이고 있는 KT 노동자들이 노동권 침해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KT 민주동지회 홈페이지에 하루에도 수십 건씩 명예퇴직 강요로 인한 시달림, 수 십년 일한 회사에서 나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억울해 하는 사연, 불법적 명예퇴직 강요가 이뤄지고 있으니 노조가 나서라는 호소가 올라온다.

노동자들의 아우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이런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회사의 눈치를 보며 그저 한탄과 욕지거리에서 멈춘다면 KT 노동자들의 권리는 계속 후퇴할 수밖에 없다.

특별명예퇴직 부당한 강요에 이렇게 대응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확실한 의사표명입니다.

- 관리자와 면담 시 특별명예퇴직에 대한 거부의사를 확실히 밝혀야 합니다.

- 동료 직원에 의한 강요가 있을 시에 거부의사를 확실히 밝힙니다.

- 특별명예퇴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후 비연고지 발령이나 업무 변경, 고과 반영 등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압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특별명예퇴직 거부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법행위입니다. 퇴직할 의사가 없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 여성이라는 이유로 퇴직 압박을 하는 것은 남녀차별의 불법행위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를 하는 경우조차도 성별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에도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퇴직할 의사가 없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 특별명예퇴직은 사실상 정리해고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정리해고에 따르는 법적 부담을 회피할 의도로 특별명예퇴직이라는 명분으로 치장하는 것일 뿐입니다. 명예퇴직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해나가는 것이 맞고, 노동자 각자도 특별명예퇴직을 거부해야 정리해고 다툼이라도 할 있게 되고 장기근속자를 퇴출하는 관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 특별명예퇴직에 대한 면담이 예상되면 반드시 녹취 준비를 합시다. 본인이 본인과 상대방의 대화를 녹취하는 것은 공개적으로 하든 비공개적으로 하든 합법적인 행위입니다. 녹취만 잘해도 회사의 부당한 퇴직강요를 막아내고 계속 근로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별명예퇴직 강요는 노동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본인 뿐만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이 부당한 강요를 당한 사례를 알고 있다면 아래 번호로 연락주세요.

063) 278 - 9331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덧붙이는 말

임재은님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사무국장입니다. KT부당노동행위 근절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