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불법체류가 범죄라고?

[기고] 사라져야 할 경찰의 이주노동자 단속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지난 2월 15일 동대문 네팔 식당에서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우선 그 날이 설 연휴 기간이었다는 점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는 설날을 맞아서 국내에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은 고향에 가지는 못하지만 친구들끼리 타국 살이의 고단함과 설움을 달래곤 한다. 추석 연휴에도 마찬가지다. 모일 수 있는 장소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흔히 같은 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외국인 식당에서 모여서 음식도 먹고 술도 마시고 놀기도 한다. 그런데 경찰은 식당을 덮쳐 이주노동자들이 명절에 마음 놓고 쉴 권리마저 빼앗아 버렸다.

[출처: 자료사진]

두 번째는 압수·수색영장에 “불법도박과 폭력행위”를 혐의사실로 적어놓았다는데 실제로 식당 안에서는 그냥 평범한 이주노동자들이 설날 모임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불법도박도, 폭력도 없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세 번째 문제가 생기는데, 경찰은 현장에 아무런 혐의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식당 안의 모든 이주노동자의 신분을 강제로 검사하여 미등록 이주노동자 9명을 단속한 것이다.

현장에 아무 문제가 없으면 철수해야지 왜 단속행위로 넘어갔냐는 항의에 경기경찰청 2청(의정부 소재) 외사계에서는 “경찰도 단속권한이 있고, 현장에 인천공항출입국 직원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식으로 핑계를 댔다. 그러면서 사실 자기들이 현장을 잘못 파악하고 출동했다, 불법행위는 다른 곳이었던 것 같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의정부에 있는 경찰이 동대문 쪽 식당의 상황을 어떻게 파악했냐는 물음에는 자기 관할구역 내에 있는 ‘망원’에 의한 정보라고 했다. 결국 경찰은 자기들이 관리하는 정보원으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캐내서 잘못된 출동을 했고 애꿎은 사람들만 잡아간 것이다. 더욱이 잡힌 사람 중에는 결혼비자를 갖고 있던 여성도 있었는데 신분 확인 끝에 서너 시간 후에 풀려났다. 다른 이들은 단속 후 일주일 정도 후에 본국으로 추방되었다.

이 사건은 경찰이 대대적으로 동원되어 직접적인 단속행위를 했다는 데 큰 문제점이 있다. 출입국법상 미등록 체류자는 보호와 강제퇴거의 절차를 밟게 된다. 이 절차는 통상 행정절차이지 형사절차가 아니다. 또한 외국인이 미등록 체류에 해당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는 경우 출입국관리공무원이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아 그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심각하고 예외적인 경우 형사절차를 밟는 것이지 일반적인 초과체류의 경우에는 형사적으로 제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미등록 체류자들이 초과체류를 이유로 단속되더라도 어떠한 형사처벌이나 벌금을 부과받지 않고 그냥 강제퇴거라는 행정적 조치만을 받게 된다.

즉 미등록 체류자는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에 의한 형사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출입국관리법상 체류자격 없는 자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주체는 출입국관리공무원뿐이다(출입국관리법 제51조 제1항). 경찰공무원이 출입국관리법상의 행정절차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출입국관리사무소장 등이 집행의뢰서를 발부하고 강제퇴거명령서와 함께 이를 교부하여 강제퇴거명령서의 집행을 의뢰한 경우에 국한된다(출입국관리법 제72조 제2항, 동법 시행령 제77조 제2항). 따라서 출입국관리법상 경찰공무원은 강제력을 수반하는 체류자격 없는 체류자 등이 ‘단속’ 또는 보호권한이 없음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형사절차상의 강제적 경찰력이 일반행정절차에서도 발동될 수 있다는 발상이 있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아니할뿐더러 법적으로도 용납되기 어렵다. (황필규, 「출입국관리와 경찰」, 2007)

그러나 정부는 끊임없이 미등록 체류자들을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며 이들을 범죄자처럼 몰고 그런 이미지를 전 사회적으로 각인시켜 왔다. 유엔이나 국제 인권기구들은 미등록 체류와 같은 비정규적 이주를 범죄로 보지 않고 범죄자로 다뤄서는 안 되며 징벌적 성격의 구금을 해서는 안 된다는 비범죄화 원칙을 계속 천명해 왔지만 한국정부에는 쇠귀에 경읽기였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이주민에 대한 범죄자화 악선전이 극적으로 늘어났다. 그 결정판이 작년에 만들어진 ‘외국인조직범죄 합동수사본부’다. 외국인 조폭 수십 개가 암약하고 있다며 청와대 지시로 만들어 졌지만 지금까지 뭔가 결과는 나온 것이 없어 보이고, 이주민 들이 범죄자집단인 것 같은 이미지만 강화시켰다. 심지어 미등록 체류자 단속 실적을 올리려고 법무부는 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 별로 할당량까지 부과해서 지탄을 받았으며 경찰은 불심검문이나 교통단속 등을 통해 음으로 양으로 이러한 반인권적 강제단속을 돕는 실정이다.

이러한 소동의 가운데 최대의 피해자는 미등록 이주민들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랑 부딪쳐 다쳤는데 경찰이 출입국관리소로 넘겨 버려서 강제출국 당한 네팔 사람, 한국인에게 폭행을 당해서 경찰에 신고 했는데 사건 처리 대신 출입국에 넘겨져 역시 강제출국 당한 필리핀 사람, 금품을 갈취당하고도 출국을 당할까봐 경찰에 신고도 못하는 방글라데시 사람, 단순 교통신호 위반으로 걸렸는데 출입국에 넘겨져 추방된 인도네시아 사람 등 오늘도 수많은 미등록 이주민들이 단지 비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마저 잔인하게 박탈당한 채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불법 사람은 없다!(No one is illegal!)".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주노동자 운동의 공통적인 구호다. 미등록 체류라는 행위가 구체적인 누군가에게 구체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고 당당한 인간이요 노동자라는 존엄성의 선언인 것이다. 소위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들 가운데 미등록 체류자가 없는 나라는 없다. 미국 1200만, 유럽연합 500~1000만, 중국 국내 농민공 1억 3천만 등 이주의 시대에 미등록 체류는 필연적 현상이다. 이주민들에 대한 범죄자화와 무조건적인 추방은 인권을 침해하고 이주민들의 가슴에 한(恨)만 쌓이게 하며 한국사회에 대한 반감을 키운다. 차라리 단속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을 합법화 정책과 인권 개선에 썼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찰이 들이닥쳐 휩쓸고 간 동대문 네팔 식당 주인은 “한국 식당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했겠느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 사건 이후로 손님도 뚝 끊기고 매출도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단속의 인권침해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강제단속이 사라지는 것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