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나 아직 답은 보이지 않는다. 코끝 시리고 손발 오그라드는 시베리아 벌판의 차가운 겨울바람 앞에 가녀린 촛불은 자기 몸 태워 자기 몸 데우기도 버겁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질문을 하지도 답을 내리지도 못했다. 언제까지 촛불을 들겠냐고, 어디를 향해서 가느냐고. 차갑게 식어버린 광장은 다시 일상의 욕망에 점령당했고, 아직도 촛불을 들고 서 있는 우리는 꺼져가는 희망의 끄트머리에 위태롭게 서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함께 걸어갈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혼자라도 걸어야 하는가. 그렇게 들고 있는 촛불은 아직도 의미 있는 것인가.
11월 20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되는 <2009지역운동포럼 in 수원>에서 다뤄지는 두 가지 공통의제는 그러한 우리에게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며 성찰이다. ‘촛불, 지역에서 길을 묻다’와 ‘이제, 관객민주주의를 집어치워라’는 촛불과 선거에 관한 이야기다. 저항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자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촛불, 지역에서 길을 묻다
이번 포럼의 첫 번째 공통의제로 ‘촛불’을 선정한 이유는 촛불을 해석하기 위함이 아니라 촛불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활동가와 네티즌을 구분하기 위함이 아니라 온전한 시민으로서 촛불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너와 나를 이해하고 우리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어렵게 포장하면 신자유주의와 이명박식 통치전략에 맞선 촛불과 지역운동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수요일이면 버릇처럼 양초와 전시물, 방송시설을 챙겨 수원역으로 간다. 1년 8개월째다. 이젠 아프리카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까지 한다. 2005년 ‘길바닥평화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이라크 파병반대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를 위한 평화의 촛불을 수원역에서 1년 가까이 들었다. 지금의 촛불은 그 연장선에 있다. 차이가 있다면 2005년 당시는 사회단체 활동가들 중심으로 10여명이 나와서 했다면, 지금은 적어도 30~40명, 많을 땐 100여명의 시민들이 나와 촛불을 들고 있다.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차이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 흐름을 사회의 변화, 지역의 변화, 삶의 변화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인가.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20일 저녁에 진행되는 이 포럼에는 수원촛불, 용인촛불, 강남촛불 그리고 수원지역의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이다.
이제, 관객 민주주의를 집어치워라!
22일 일요일 저녁 5시의 마지막 행사인 공통의제 2번째는‘선거’에 관한 토론이다. 양훈도의 100분토론 “관객민주주의를 집어치워라”는 2010년 선거에 관한 신랄한 토론광장을 열 예정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무색하도록 정치 공방의 장이 되어버린 지방자치 ‘선거’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하지만 핵심은 ‘선거’에 있지 않다. 제도권 선거로 인해 수많은 직접민주주의 가능성은 언제나 사장되어 왔다. 특히 지방자치, 주민자치, 풀뿌리 운동 등 소위 ‘중앙정치’에서 소외되거나 도구화 되어 왔던 ‘지역’에 관한 담론은 지역의 기득권 세력의 전유물이 되어 왔다. 이제 삶의 공간, 노동의 공간인 ‘지역’의 정치를 보수 정치인들과 지역의 기득권 세력의 소유물이 아닌 주민들, 시민들에게 온전히 돌려놓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서 ‘2010년 지방선거’라는 매개를 활용하려 한다.
지난 10월 재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수원의 경우 민주노동당 후보가 약 7%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아직까지 진보정당 운동은 지역에서 뿌리를 못 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시민사회 영역은 현존하는 지방권력의 해체와 재구성에 관한 집단적 담론형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 한계를 직시하면서 풀뿌리 운동의 확산과 이를 통한 지역권력 구도의 전면적인 재구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관련한 패널과 청중들이 함께 토론하려 한다.
이 포럼에는 이해영 한신대교수, 김충관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 서형원 과천시의원, 이재환 다함께 활동가 등이 패널로 참여할 예정이다.
여성영화제,윤구병 특강,인권콘서트
그 외에도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의 대화를 담은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가 감독과의 대화 자리와 함께 11월 20일(금) 오전 11시 준비되어있다. 변산공동체 윤구병선생님은 막 서른에 들어서는 활동가 안은정씨와 대화한다. 선생님 어디로 가야합니까. 선생님은 가난한 삶을 선택하라고, 그것이 희망이겠지요.라고 대답한다. 21일(토) 오후 4시에 만날 수 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바삭바삭한 삶. 가난과 경쟁과 개발과 억압이 고통스럽고, 발화된 촛불이 횃불로 전화되지 못한 광장. 그러나 주저앉지 않고 그래서 다시 인권을 이야기하는 콘서트“메마른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가 21(토) 저녁 7시 열릴 예정이다. 인권콘서트에는 개념밴드 ‘블랙홀’을 비롯 재즈가수 ‘강허달림’‘꽃다지’‘소나무’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직장인밴드 ‘주말앤브루스’, 인권활동하는 래퍼 ‘한낱’이 그 자리를 빛낼 것이다.
지역운동포럼, 함께 찾는 길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랄까. 저항과 광장의 정치가 충만했던 2008년과 끝 간 데 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2009년을 지나 다시 2010년을 기다리고 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처럼 흥미진진한 게임이라 생각하면 즐겁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일 수 있다. 계획된 공포정치로 시민들을 길들이는 이명박식 통치전략에 하나의 파열구를 냈던 촛불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그 길을 함께 찾아 떠난 사람들이 촛불이다. 함께 찾는 길은 지름길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에둘러가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행복하다. 지역운동포럼, 그래서 행복한 동행이다. 함께 하시라. 후회하지 않게 하겠다.
[공지] 노동의제 취소, 선거토론회 시간변경 안내
안녕하세요! <2009지역운동포럼 in 수원> 사무국입니다.
22일(일) 오후 4시에 예정되어 있던 노동의제 <노동운동, 지역운동에 묻는다>가 준비팀 사정으로 진행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노동의제 준비팀에서 부족한 준비과정과 지역의 다양한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고민을 수렴하지 못하면서 이번 포럼에서 형식적으로 진행하기 보다 추후 더 좋은 기회를 마련해보자고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관심가져 주신 모든 분들께 사과말씀 드립니다.
22일(일) 저녁 7시에 예정했던 <이제, 관객민주주의를 집워 치워라!> 2010 선거토론회 시간을 변경했습니다. 원할한 토론시간 확보를 위해 같은 날 오후 5시로 변경했습니다.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
관련한 문의는 사무국으로 부탁드립니다.
070-8276-7973 | swjinboforu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