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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좌파당의 도약과 사회민주당의 추락

[연속기고](1) 독일 사민당 최악의 득표율과 추락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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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노동조합의 사회보험분과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사회질서 재편과 경제공황이후 진보적 사회보장전략 모색을 위한 새로운 기획이 시작되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보험의 역사를 가진 독일과 20세기 후반부터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네덜란드 모델을 살펴보기 위해 두 나라를 방문하였다. 사회보험분과의 정책위원 3인과 사회공공연구소의 연구위원인 필자는 10월 17일부터 열흘간 독일과 네덜란드에 체류하면서 사회보험 관련기구, 사회복지시설, 노조, 정당 등에 방문하여 시찰 및 관련 전문가들과의 면담을 가졌다.

독일의 경우 지난 9월 27일 제 17대 연방의회선거(총선)를 치렀다. 방문팀이 현지에 도착했을 때 선거결과에 대한 매우 비판적인 평가와 새로운 연립정부로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CDU/CSU)과 자유민주당(FDP)이 구성한 흑-황연정의 경제․사회정책에 대한 심각한 우려의 소리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 글은 10월 20일 독일 좌파당(DIE LINKE.)의 의료 및 수발정책 담당자인 멜라니 베어하임(Melanie Wehrheim)과 사회보장 및 연금 담당자인 카트린 모어 박사(Dr. Katrin Mohr)와의 면담결과, 10월 21일 방문한 독일 통합서비스노조 베르디(Ver.di: Vereinte Dienstleistungsgewerkschaft)의 연방보건의료정책 담당자인 가브리엘레 펠트-프리츠(Gabriele Feld-Fritz)와의 면담결과, 그리고 독일에서 수집된 총선결과 평가 자료 등을 기초로 작성되었다.

이 글은 두 면담내용을 바탕으로 사민당이 수행해왔던 신사민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실용주의 노선에 대한 비판과 좌파당이 제시하고 있는 노동 및 사회정책을 소개하는데 그 목적을 둔다. 또한 베르디와 좌파당이 제시하고 있는 시민보험(Bürgerversicherung)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한다.

  독일연방의회(Bundestag) 내에서 좌파당의 멜라니 베어하임(Melanie Wehrheim)과 사회보험분과 정책위원(왼쪽)
베르디 연방사무소에서 가브리엘레 펠트-프리츠(Gabriele Feld-Fritz)와 방문단 일동(오른쪽)

1. 독일 사민당 최악의 득표율과 추락의 원인

2009년 독일총선 결과 가장 수혜를 받은 당은 새 연립정부의 한 주체인 자유민주당(FDP)이고 가장 큰 실패를 본 당은 사회민주당(SPD, 이하 사민당)이다. 사민당에 대한 득표율은 지난 2005년 16대 총선보다 무려 11.2%p 하락한 23%에 그쳤고 이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불릴 만큼 사민당에게 충격적인 결과로 평가되었다. 20세기 이후 1953년 선거에서 28.8%의 득표율이 최저 득표율로 기록되었는데 이번 선거결과로 이 기록이 바뀌게 되었다.

  Stimmenanteile: 득표율, Gewinne und Verluste der Stimmenanteile: 득표율의 증가 및 손실

*SPD: 사회민주당, CDU:기독민주연합, CSU: 기독사회연합, FDP:자유민주당, DIE LINKE: 좌파당, GRÜNE: 녹색당, Sonstige: 그외

1980년대 후반부터 투표 기권자에 대한 통계적 조사를 해온 선거분석 연구자인 토마스 클라인헨츠(Thomas Kleinhenz)의 17대 총선결과 내용 중 두 가지 분석이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는 기권자에 대한 분석으로 2005년 선거결과와 비교했을 때 1.2%p 증가한 29.2%(18,134,809명)가 투표에 응하지 않았다. 이중 5%는 장기 기권자이고 33%는 정당정치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에 기권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기권자 중 38%는(6,891,228명) 선거결과에 관심이 없고, 의회선거제도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와 같은 기권층은 신자유주의체제 구축 이후 정당 정책 간 차이가 모호해지면서 서서히 증가되었다. 두 번째는 사민당의 득표율 변화에 대한 조사결과이다. 사민당은 총 5,490,000명의 사민당 지지자로부터 외면당하였다. 이중 39%는(약 213만 명) 투표하지 않았는데 이는 전체 기권자의 약 12%에 해당한다. 그 외에 약 20%는(약 111만 명) 좌파당으로, 약 15.8%는(86만 명) 녹색당으로, 약 15.9%는(87만 명)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으로, 그리고 약 9.5%(52만 명)는 자민당으로 투표하였다. 정치적 성향으로 볼 때 전 사민당 지지자 중 약 36%는 좌파 성향의 정당으로, 약 25%는 보수 성향의 정당으로 그들의 지지 정당을 바꾼 것이다.

특이할 사항들은 보수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에 대한 투표율이 녹색당에 대한 투표율보다 높았다는 점과 자민당이 획득한 증가 된 지지율 중 33%가 전 사민당 지지자로부터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정당별 이전 추이로 보면 좌파당으로의 전환이 가장 높게 나왔지만, 사민당을 지지해왔던 유권자들이 보수 및 자유주의정당으로 전환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의 사민당 정치에 대한 대중의 엄중한 평가이자 사민당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로 해석된다. 독일의 일간지인 「타츠(taz)」의 9월 29일자에서 2009년 사민당의 패배는 ‘아젠다 2010에 대한 영수증(die Quittung für die Agenda 2010)'을 수령한 것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민당 패배의 원인은 1982년부터 16년 동안 유지되었던 콜(Kohl)정권을 물리치고 집권정당이 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제시되었던 ‘신중도 노선(Neue Mitte)’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통해 사민당은 집권정당의 권좌에 오를 수 있었지만 11년 만에 사민당의 육체는 심각하게 상하였다.

사민당의 딜레마는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대해 보수당과는 다른 전략으로 대응했어야만 하였지만 그들은 그 어느 정당보다도 모범적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축소를 과감하게 진행하였고 노조의 지위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킴으로써 그들 존재 기반을 서서히 잃어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베르디의 펠트-프리츠(Feld-Fritz)는 집권여당으로서 사민당은 사회국가(Sozialstaat)를 가장 획기적으로 축소하였다고 평가하였다.

펠트-프리츠는 총선에 대한 베르디의 평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슈뢰더 이후 사민당은 구사민당이 대변해왔던 사회정책과 노동정책의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회국가를 해체해 왔다. 그 결과 사회국가를 중심으로 한 사회연대는 약화되었고 이로 인해 사회적 책임은 축소되었던 반면 개인의 책임은 더욱더 강화되었다. 그러나 장기실업 및 청년실업은 해소되지 못했고 사회복지 영역에서의 민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져 왔다. 지난 9월 총선에서 사민당 지지자 중 절반이 사민당 지지에 대해 중단하였는데 이는 사민당의 신중도노선에 대한 거부이자 아젠다 2010에 대한 평가이다. 아젠다 2010의 내용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실업지원정책의 획기적 축소와 실업자에 대한 강제노동을 주도했던 '하르츠(Hartz)IV'와 '리스터(Riester)연금' 및 연금수령연령의 67세 상향조정과 같은 연금개혁이었다.

사민당은 지난 11년 동안 정부여당으로서 자본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역할에 충실하였다. 그 기간 동안 노동사회 및 시민사회 내에서 사민당을 지지해왔던 이들은 그들의 지지 정당을 잃기 시작하였고 사민당은 이에 대해 대비하지 않았다. 사민당은 그 무엇과도 투쟁하지 않으면서 다만 과거의 영광만으로 보수당과의 차별성을 주장하였다. 매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사민당이 야당으로서 사민당의 ‘재사회민주주의화(Resozialdemokratisierung)’에 대한 성공여부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120년 전통을 가지고 있는 사민당은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한 자기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한때 노동자계급을 대변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에 투쟁했었던 과거와의 분리이후, ‘누구를 대변하고 무엇에 투쟁해야하는지’ 모두가 모호해진 현재를 되짚어서 그들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2. 좌파당의 부상과 그들의 선거공약'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은 사회공공연구소의 이슈페이퍼로 작성된 것입니다. 작성자인 제갈현숙 님의 제안으로 연속기고로 싣게 되었습니다.


제갈현숙 님은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