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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은 당신입니다

[칼럼] 명지대 행정조교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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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비정규직이 이리 많나 싶습니다. 생전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 지금 정규직이라고 일하고 있는 당신도 비정규직일지 모릅니다.

오늘 이야기 할 명지대학교 행정조교 일을 하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이, 고용의 위험도 느껴본 적도 없이 14년을 명지대학교에서 일했던 사람입니다. 물론 자신이 노동자였는지도 모르고 일했던 주변에서 숱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당신의 학교의 선배일수도, 아침마다 화장을 하고 출근하는 언니일수도, 엄마일수도 있는 사람.


마흔 한 살이에요. 명지대 90학번이고요. 졸업하던 해 바로, 그러니까 95년도부터 명지대 행정조교로 취업을 했어요. 14년 되었죠, 근무한지. 열네 해 동안 내가 비정규직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죠.

작년 8월에 마흔 명의 행정조교가 쫓겨났어요. 이번에 98명을 나가라고 하고요. 그때는 그냥 나가야 되나보다 생각을 했어요. 생각을 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내가 나가야 하는 이유가 비정규직법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아니 이유 없이, 합당한 이유 없이 짤려야 한다는 걸 알고, 이건 아니지 않나, 제가 졸업한 학교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자르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분개를 했죠.

처음에는 부서장님께서 나를 앉혀놓고 대개 좋은 말씀을 했어요. 학교가 이러저러하고 어렵고 하니까 그러니까 나가줘야 된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저희 처장님한테 (해고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인간적으로 말씀을 하시니까 단순하게, 수긍을 했었죠. 처음엔.

제가 대학에 입학해서 지금껏 스무 해를 명지대학교에서 있었어요. 이십대, 삼십대를 고스란히 명지대에서 보냈고, 사십대를 맞이했어요. 제가 평생 사랑하며 내 이름 앞에 달고 살아야 하는 명지대학교가 이런 공간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어요. 순진했죠. 학교를 믿었고. 학교 측에서 계속 그랬어요. 법적인 판결을 진행하고 있으니 조용히 있으라고. 지난 4월 22일 복직판결을 받았어요. 그런데 법적인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는 항소를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어요. 교수님들도 저희들에게 묵묵부답으로 관심 없으시고.

무엇보다도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자기학교 출신을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아무 이유 없이 해고를 한다는 자체가 지금도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학교 측에서 빨리 회개를 해서 제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해도……. 전에 몰랐던 비정규직의 문제가 학교에 많이 산재해 있어요. 이런 것들이 해결되기는커녕 점점점 학교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곳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금 이곳 명지대를 다니는 학생들도 예비 노동자들이고 또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예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인데, 사회에서 경험해야 될 일들을 저희 선배(행정조교)들을 보며 미리 학교에서 학습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너무 나 몰라라하고 있어요. 저 혼자 잘 되고 내 일자리만 찾으려고 이런 것 아니에요.

내가 이 학교 선배로, 또 14년 간 비정규직인지도 몰랐던 내가 뒤늦게 깨우치고, 우리 후배들한테는 최소한 명지대학교에서만이라도 이런 걸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천막을 치고 알리는 거예요. 저희가 쫓겨난 자리에 이젠 행정보조원이라는 이름으로 1년 계약직으로 후배가 들어오잖아요. 저희가 일을 안 한다해도 이런 식으로 후배들에게 일자리를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싸우는 거에요. 선배로서 진짜 이건 아니라고 쫓아다니면서 말하고 싶은데……. 이건 우리들만의 생존권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말하고 싶은데, 학생들은 저희가 처음에 비정규직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것처럼 지금 무관심 하겠죠, 당연히.

알려내고 싶어요. 저희가 복직되는 것도 복직되는 거지만 이게 후배들이 바꿔야할 사회의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라는 걸 알려내고 싶어요. 그래서 혹시 사회에 나가서 또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를 당했을 때 찍 소리 한번은 내봐야 할 거 아니냐고. 만약 여기서 이런 식으로 지지부진해서 쫓겨난다면 학교의 선배들이 자기 학교에서조차 이러는 데 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당연히 나가야 되는 게 아니냐.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잖아요. 이런 게 좀 무섭고 안타까워요. 후배들이 그냥 현실을 수용하고 살까봐.

- 명지대 행정조교 14년 근무자의 목소리

지금 대학교재를 들고 명지대학교 교정에서 커피를 마시는 4명의 학생이 있습니다. 그 4명의 학생이 졸업을 하는 순간, 명지대 공식 취업률에 따르면 두 명은 직장을 갖지 못할 겁니다. 직장을 가진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에 떨어야 할 가능성이 있고요. 물론 명지대학교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명지대의 취업률은 전국의 평균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4명이 여학생이었다면 더 비참한 통계가 나오겠지요.

물건을 살 때도 제품의 A/S를 챙깁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합니다. 미래를 보장한다며 학생을 ‘유치’합니다. 당신의 학교의 졸업생마저, 법이 복직 판결을 내렸다는데 무시한다면…….

자랑스러워야 할 명지대학교 교수, 교직원, 학생 여러분! 지금 뜨거운 시멘트 바닥에 있는 행정조교는 당신의 얼굴입니다. 아니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의 오늘이자 내일의 얼굴일지도 모릅니다.
덧붙이는 말

오도엽 작가는 구술기록작가로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의 구술기록작업을 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목소리를 찾고 있습니다. 기록하고 세상에 널리 알려야 될 일이 있는 분은 참세상이나 메일(odol@jinbo.net)로 연락을 하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