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시장주의자들의 거침없는 솔직함과 무모함

[강동진의 복지는 죽었다] 영리병원 추진 보도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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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간부의 말 솔직하다. ‘병원은 어차피 다 영리목적이고, 의사들이 자선사업 하는 것 아니다’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어차피 다’라는 말을 빼곤 말이다. 의사협회가 건의했다고 한다.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개선 과제로 보건소의 진료행위를 금지하고, 요양기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이다. 보건소는 영리를 추구하는 곳이 아니므로 요양기관에서도 제외하고 영리를 추구하는 진료행위를 금지하는 ‘규제’를 해야 한다는, 규제완화의 바람은 공공기관인 보건소는 예외여야 하고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필자는 이 목소리가 대다수 의사들의 목소리가 아니길 바란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고, 인종.종교.국적.정당정파.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다한다는 선서가 단지 의사의 길로 나서는 절차로 읊기만 하는 공문구가 아니라면, 보건소의 진료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건의는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KDI연구원은 “공공성이라는 이름의 규제로 외부 자본의 유입 기회를 차단시켜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러한가? 삼성병원, 아산병원 등 재벌 병원이 세워지기 시작한 건 ‘공공성’이란 규제의 대표적 제도인 건강보험이 전 국민으로 확대된 1989년 이후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 의과대학이 급속도로 많이 지어져 의사 수가 늘어나기 시작한 건 1961년 법이 제정되었으나, 실시가 유보되다가 5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1977년 이후부터이다.

돈이 없어 병원 문턱에 가보지 못하던 국민들이 건강보험으로 병원비 부담을 덜면서 병원을 찾기 시작한 이후부터 시장주의자들의 표현대로라면 보건의료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건강보험제도로 ‘수요’가 생겨난 거다. 공공성이 보건의료산업 성장을 지체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건의료산업의 성장을 촉진시켜온 거다. 그것도 미국처럼 비용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도 향상시키고 병원비 부담도 줄이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발휘하면서 말이다.

이걸 알아서인지 영리병원이 도입되더라도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건강보험재정, 국민이 내는 보험료를 영리가 목적인 영리병원의 ‘쌈짓돈’으로 삼겠다는 솔직한 태도이다. 하지만 시장주의자들이 건강보험마저 내버려둘까? 이점에서 시장주의자들은 솔직하지 못하다. 2008년 촛불과 미국의 의료보험현실을 고발한 ‘식코’의 상영으로 건강보험민영화에 대한 비판이 들끓자 ‘민영화는 없다’고 대통령의 입으로 거듭 공언한 후과가 작동해서인가? 하지만 어쩌면 이들의 솔직한 모습은 다른 데서 발견된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를 의료서비스 규제의 대표적 제도로 비판해왔던 의사협회가 제출한 규제개선 과제에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개선 △건강보험 수가계약제도 개선 △차등수가제도 개선 등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지금보다 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려 할 것이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재정의 지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쌈짓돈’이 무한정 공급되는 저수지가 아님을 우리는 지난 2001년 건강보험재정 파탄 국면에서 충분히 경험하였다. 이런 상황에 오게 되면 보험료를 인상하든지, 건강보험제도가 아닌 다른 방식의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필연적으로 도출될 것이다.

시장주의자들이 노리는 것은 보건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이란 명목으로 현재 그나마 존재하는 보건의료에서 ‘공공성’을 없애는 것이다. KDI연구원의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는 재정 지출로 해결해야 하지만 시장의 작동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말의 솔직하고도 최종적인 귀결은 ‘이제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도 시장에서 해결해야 한다’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보건의료시장의 작동을 저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의료급여제도를 포함한 보건의료서비스에서의 정부 부담은 현재 민간부문이 90%에 달하는 의료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했지 거꾸로는 아니다. 기왕 솔직하려면 의료서비스도 일반상품 시장처럼 공급자 맘대로 가격을 매기고, 공급자 맘대로 이윤을 챙기고 처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떨지? 신성장동력이니, 산업육성이니, 일자리 창출이니, 적자구조 개선이니 하는 별로 근거없는 명분으로 포장하려 하지 말고 말이다.

그런데 시장주의자들이 원하는 영리병원이 도입되고, 건강보험제도가 재편되더라도, 그 미래는 장밋빛은커녕 100년 만에 한 번 온다는 글로벌 경제위기처럼 잿빛으로 물들어갈 공산이 크다. AIG생명보험은 정부의 구제금융이라는 인공호흡기로 그 생명을 유지하는 상황이고, 중요하고 핵심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민간보험의 높은 보험료를 지불했던 GM은 파산위기에 내몰렸으며, 이에 따라 새로 들어선 오바마 정부는 의료와 교육서비스의 개혁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지금도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연체한 세대가 160만 세대에 달하고, 올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인해 빈곤층은 120만 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의료급여 수급권자 수는 축소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서비스 규모의 확대 추세가 주춤한 상태이다. ‘시장의 위기’를 ‘시장’으로 돌파하려는 영리병원 허용 추진은 무모함을 넘어서 재앙이 될지 모른다.
덧붙이는 말

강동진 님은 '사회복지와노동' 편집장으로, 본 지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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