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촛불정국 때문에 주춤했던 '의료민영화' 작업에 다시 탄력을 붙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잇따라 의료산업 관련 토론회를 열어 영리병원 허용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의료·교육 부문 민영화를 위한 본격 여론몰이에 나섰다.
잇따라 '의료선진화' 토론회 개최
기획재정부(재정부),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 등 8개 관계부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10일부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한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고용, 교육 등 9개 사회서비스 분야로 나누어 진행한다. 이 가운데 의료 분야는 오는 13일 서울 은평구 진흥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린다. 1부 발표는 '정보 제공 활성화를 통한 의료서비스 질 개선' 제목으로 이상일 울산의대 교수가 맡고 2부는 이신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산업본부장이 '의료기관의 자본참여 다양화 방안'을 발표한다.
이번 토론회와 관련해 재정부는 "서비스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영리의료법인의 설립 허용을 추진 중이고 토론회를 갖는 등 각계 의견수렴을 시작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앞서 지난 6일엔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옮겨 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의료제도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를 공동 주최해 재정부가 '의료민영화'추진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재정부는 의료와 교육 분야의 민간투자 활성화 및 시장개방을 상당수 국민이 찬성했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서비스산업 선진화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및 시사점')를 6일 발표했다. 이 여론조사는 KDI가 지난달 9-27일까지 일반국민(1천 명), 서비스기업인(500명), 경제전문가(377명), 외국투자기업인(80명)을 대상으로 전화 및 이메일을 통해 실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의료분야 여론조사 결과 "의료부문의 민간투자 활성화에 대해 일반국민 71.3%, 서비스기업인 71.4%, 경제전문가 86.7%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영리병원 도입 효과' 질문 긍정 2개, 부정 1개
재정부는 영리병원 도입 효과 관련 설문조사 결과 "민간기업들의 의료기관 운영이 확대될 경우 의료서비스 질 향상, 소비자들의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와 더불어 의료서비스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양립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민간기업이 의료기관 운영 시 효과'와 관련해 제시된 질문 항목은 총 3개였다. 이 가운데 긍정적 효과를 묻는 질문은 2개('서비스 질 향상', '소비자 선택권 확대')가 제시된 반면 부정적 효과를 묻는 질문('의료서비스 양극화 심화')은 1개만 제시됐다.
보건의료단체는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서자 즉각 반발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9일 의료비 폭등, 건강보험제도 붕괴 등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한국의 의료제도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복지제도이지 서비스산업의 적자를 운운할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명박 정부는 당장 영리병원 허용과 같은 의료민영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의료민영화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정부는 더욱 커진 촛불운동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