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웅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 [출처: 울산노동뉴스] |
현중 어용노조 무교섭 방침의 목표는 금속노조
-공황기 자본의 이데올로기, 노동자 양보론(파업자제와 임금동결 -> 고용보장) 강제
공황기 자본과 정부는 노동자 양보론(파업 자제, 임금 동결)으로 민주노조운동을 재편하려 하고 이를 위해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배치된 것이 현중 어용노조의 무교섭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의 2008년 당기 순이익은 2조2천억원이 넘어 사상 유례없는 이윤을 뽑았고 현대중공업의 지배자 정몽준은 2009년 2월 종가기준으로 1조642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올 3월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410억원의 주식을 배당받는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어느 때보다 지불능력이 있다. 이런 조건에서 현중 어용노조의 무교섭 방침은 민주노총의 주력부대인 금속노조를 직접 겨냥한다. 가장 지불능력이 뛰어난 현대중공업에서 경제위기의 고통분담에 적극 나서는 것(무파업 무교섭)은 “노동자 양보론” 을 강제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이데올로기 수단이다. “현대중공업을 따라 배워라, 양보하고 희생하라.” 이것이 무교섭 방침에 녹아 있는 자본의 대노동자 공격 방침이다.
▲ 지난 4일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노사공동선언실천과 글로벌 위기극복을 위한 전사원 결의대회' 모습 [출처: 울산노동뉴스] |
투쟁 시작도 전에 무장해제 당하는 노조 관료들
- 민주노조운동을 휘감는 노사협조주의 조합주의와 전면 투쟁이 필요
현중 어용노조의 무교섭 방침은 “노동계급”에 대한 배신을 넘어 자본의 첨병이 돼 노동자 죽이기에 직접 나서는 것이다. 오종쇄의 잘 짜여진 한바탕 쇼는 공황기 노조 관료들의 운명을 잘 보여준다. 공황기, 자본은 노조의 “독자성”을 조금도 허용할 생각이 없다. 개량주의 노사협조주의자들은 뽄떼나게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지만 자본은 이들에게 현장조합원 앞에서 자본의 개가 될 것을 요구한다. (오종쇄는 아주 적극적으로 자본의 개가 될 것을 선언하고 있다.) 이것이 공황기 노조관료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운명이다. 더 이상 노사협조주의자들이 설 자리는 없다. 계급협조인가 아니면 계급투쟁인가?
민주노조운동은 공황기 자본의 이데올로기인 노동자 양보론에 맞서 투쟁할 이데올로기적, 조직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민주노총과 산별 연맹, 대공장 지부로 이어지는 라인에 배치된 노조 관료들은 투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데올로기적 무장을 해제당하고 있는 게 정확한 현실이다. 계급의 배신자 오종쇄는 민주노조운동과 너무 많이 연결되어 있다.
나는 조선분과대표자회의에 현중 어용노조를 참여시키려고 끈기 있게 노력한 자들을 알고 있다. “협상, 타협, 노자간의 화해”가 자신의 본업이라고 생각하는 금속노조 노사협조주의자들은 “현대중공업 노조를 금속연맹에서 제명한 것은 오류”라고 선동하면서 현대중공업 어용노조를 조선분과 대표자회의, 정책 및 조통 담당자회의 등에 참가시키려고 했다. 노사협조주의자들에겐 투쟁기관으로서의 노동조합의 계급적 성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본 정부와의 사회적 타협을 위한 대표성, 즉 조합원 명부만이 중요할 뿐이다. 명부에 “계급성”은 필요 없고 오직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사업장의 “쪽수”만이 필요했다.
얼마전 현대미포조선 투쟁도 현중 어용노조 오종쇄를 협상창구로 한 “상층 밀실교섭”으로 마무리됐다. 현중 어용노조를, 현대미포조선 어용노조를 끼지 않고선 문제 해결할 수 없다는 “양보론”이 독버섯처럼 민주노총 울산본부 지도부의 뇌리를 사로잡았다. 현대미포조선 투쟁은 비정규직 싸움에 정규직 노동자가 목숨 걸고, 민주노총 상층 간부가 현장조합원의 목숨 건 투쟁에 자기희생을 결의하고 결합했던 계급적 연대투쟁이었다. 현대미포조선 투쟁은 공황기, 자본의 공격(이데올로기 공격과 물리적 탄압)에 맞서 어떻게 싸울지 가르쳐 주는 살아 있는 실천지침이었다. 그러나 이 실천지침은 실현되지 못했다. 투쟁의지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관료적 통제를 뚫고 일어설 투쟁 지도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 1월 23일 마무리된 현대미포조선투쟁. 김순진 현대미포조선 노동자와 이영도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 수석부위원장은 한달간 굴뚝고공농성을 벌였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
현대미포조선 투쟁은 사실상 이홍우 동지와 굴뚝의 두 동지가 모든 투쟁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집회 잡는 것 말고는 사실상 한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교섭 국면을 열려고 현대미포조선 김충배 어용 집행부를 교섭대상으로 “공식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행동과 물리적 투쟁을 통제하면서 상층 밀실 교섭을 정상적 교섭으로 끌어올렸다. 회사를 대신해 투쟁하는 조합원들을 탄압하고 관제데모를 조직하는 어용노조의 반동적인 행위가 민주노조의 이름으로 허용됐다. 박일수 열사 투쟁 때는 최소한 현중 어용 탁학수 집행부의 반동적 행위에 대한 징계 상정과 현중 자본과 동일하다는 성격 규정을 하면서 3자 교섭 테이블에 나섰다. 그러나 이제 계급적 경계선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현대미포조선 어용노조의 반동적 행위에 침묵했고 어용을 교섭대상으로 공식 인정하고 상층 밀실교섭으로 현대미포조선 투쟁을 마무리했다. 상층 밀실 교섭에서 나올 안은 조합원에 대한 완전한 배신이거나 노동자 양보론뿐이다. 계급적 경계선을 흐리는 모든 행위는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독버섯처럼 자라는 자리다.
노동자 양보론은 금속노조 지도부도 휘감고 있다.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서 허리띠를 졸라 맬 각오가 돼 있다”는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의 정규직 양보론과 이를 이론화해서 제출한 금속노조 정책국장의 “공생협약”은 2009년 1월7일 금속노조 중앙위 내부투쟁을 통해 폐기됐지만 아직까지 정갑득 집행부의 노사협조주의 노선으로 살아 있다. 공황기, 졸라 맬 허리도 없는 노동자는 목숨을 걸고 투쟁에 나서는데 물량이 없어 부품사 비정규직 노동자가 잘리고 조합원 임금의 40%가 깎이는데 “허리띠를 졸라맬 각오가 돼 있다”는 정갑득 집행부의 정규직 양보론은 이데올로기적 무장해제이자 자본에 대한 노예적 굴종이었다.
지금은 혁명의 시기
공황기,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부수고 노동자 살리기에 나서기 위해서라도 노사협조주의 조합주의와 전면 내부투쟁을 거쳐야 한다. 민주노조운동 내부에 설치된 자본의 바리케이트를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 노동자 양보론(노사협조주의 조합주의)을 철거하지 못하는 노동자 살리기 투쟁은 기만이다. 공황기 자본의 이데올로기인 노동자 양보론에 맞서 이데올로기 투쟁을 강화하면서 지금 당장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생활의 요구(모든 형태의 해고 금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생활임금 쟁취, 노동탄압 분쇄, 노동악법 폐기)를 선명히 내걸고 계급투쟁에 나서야 한다.
노동자 양보론은 현대중공업을 출발, 조선사업장 전체로 번졌다가 현대자동차에 도착해 결판이 날 것이다. 현대중공업 정규직 활동가들과 하청노조는 노동자 양보론의 확대에 발맞춰 조선사업장 활동가들, 자동차 사업장 활동가들 사이의 공동투쟁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공동투쟁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공황기, 노동자 양보론에 맞선 공동전선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근본 질문을 이끌어낼 것이다. “모든 권력을 노동자 평의회로!”이 슬로건을 내걸고 천둥처럼 투쟁하는 날들이 반드시 올 것이다. 지금은 생존권 사수 투쟁이 정치권력투쟁의 출발점이 될 혁명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현대중공업 조직발전 전망에 대하여
- 정규직 비정규직 현장 지도력의 건설
지금 현대중공업에서 혁명적 전망을 구체화하는 것을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어용노조의 무파업 무교섭 방침을 폐기시키기 위한 투쟁은 한 차례 이벤트가 아니라 거대한 전환을 위한 출발점이다. 현중 조합원들은 단결과 투쟁의 권리가 무장해제된 노동자들에게 돌아올 결과를 잘 알고 있기에 “텐트라도 쳐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위기위식을 드러내고 공황은 이들의 위기의식을 현실로 만들기 때문이다.
▲ 참세상 자료 사진 |
문제는 현장조합원들의 위기의식과 분노를 직접 행동으로 발전시킬 수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장조합원에겐 투쟁하는 지도부도, 공황기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뛰어넘을 혁명적 전망도 없다. 그만큼 자본의 무차별적인 이데올로기 공세와 물리적 탄압에 방치돼 있다. 다시금 현장조합원들을 불러 모으고 현장조합원들과 하청노동자들의 창조적 힘을 해방시키기 위한 끈기 있는 비판 사업이 필요하다. 현장조합원과 하청노동자들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에 나설 수 있는 판단의 근거들이 있어야 한다.
현대중공업 원,하청노동자들의 창조적인 힘이 꽃 피는 과정은 과거 어느 날처럼 한 순간의 “폭발”로 오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 싸움을 시작하지만 당장이라도 투쟁을 깰 수 있는 파업파괴 시스템이 완성돼 있기 때문이다. 회사와 어용 세력의 파업파괴를 뚫고 현장노동자의 창조적 힘이 꽃 피는 과정은 원,하청 현장지도력의 건설로만 가능하다. 공황기 자본의 공격은 더 이상 조합주의로는 맞설 수도, 뚫고 나갈 수도 없다. 공황기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계급적 입장이 제출되고 혁명적 전망이 설명되어야 한다. 노동자 양보론 폐기 투쟁을 거치면서 조직발전 전망을 짜고 그 경험을 종합해 현대중공업의 계급투쟁을 지도할 원,하청 공동의 현장 지도력이 건설되어야 한다. 사건은 이미 진행 중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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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웅 님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