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피해자 조직위는 이날 금융채무사회책임연석회의, 금융소비자협회, 참여연대 등 총 25개의 금융피해자 단체, 시민단체, 정당 등이 현 정부와 국가의 파산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정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기조발언에서 허영구 좌파노동자회 대표는 “수십만명이 정리해고로 쫓겨났고, 물가상승과 가계부채 심화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며 “IMF이후 15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허 대표는 “한국의 기업이 세계적 기업이 되었다고 하지만 회사의 정리해고로 죽어가는 노동자와 악성부채에 따른 개인 빚 탕감의 어려움에 대해서 정부나 대선후보들은 신경쓰지 않는다”며 “이제는 금융피해자인 노동자와 서민이 함께 약탈적 금융시스템을 끝내자”고 주장했다.
기조발언에 이어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올 2월 새로 시행된 ‘새 파산제도’ 때문에 빛 탕감이 필요한 개인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금융채무에 의해서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은 “은행, 대기업, 증권사, 공공기관 등이 빚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하다”며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개인파산제도는 가난한 사람들을 살리려는 제도지만 그 기능이 점점 후퇴할 뿐 아니라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높은 빌딩에 유리를 청소하는 노동자 한 분이 창문에서 떨어져 전신마비가 왔고, 아들은 대학을 졸업한 뒤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제2 금융권에 5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되었다”며 “하지만 파산제도 신청을 하려 했을 때 부양의무제 기준인 가족의 약간의 소득을 이유로 파산신청을 거부해 결국 아들은 아버지의 치료비 빚을 탕감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버지와 연을 끊고 집을 나갔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투쟁발언이 끝난 후에 정치권 발언도 뒤를 이었다. 송재영 진보정의당 최고위원은 “안철수 후보가 형식적인 공약을 내걸고 있는데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실제적인 개인 파산신청 허가와 관련해 법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송 위원은 신속하게 파산제도가 실질화 될 수 있도록 진보정의당이 앞장 설 것임을 약속하기도 했다.
또 이혜선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은 “IMF이후 양극화가 심해졌는데 당시 양극화를 불러온 것은 국민이 아닌 기업과 정부였다”며 규탄했다.
이어지는 금융피해자 당사자 발언에서 최덕용 한국금융피해자협회 실장은 “IMF 이후 오직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대출신청이 어려워 지쳤고, 대출을 겨우 받아도 사업이 망해버려 빚더미에 앉아 버렸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자녀들은 학자금대출을 갚을 능력이 없어 막막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 실장은“파산신청을 하려고 하면 소득이 있어도 빚을 지고 지불하지 않으려는 의도된 파산이 속출할 것을 방지한다며, 파산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국가가 도덕적으로 해이한 것이지 빚을 탕감하고 살길을 찾는 개인이 도덕적으로 해이한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백주선 민변 변호사는 “고금리로 인해 빚의 탕감이 어렵다”며 “이자율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본부장은 “채무자의 채무이행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파산관재인 제도가 법 개정의 의도대로 ‘공정하고 신속한 개인파산절차의 정착’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의 이의신청도 있기 전 채무자를 조사하는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드러냈다.
금융피해자 조직위에 따르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 중립적 위치에 서야 할 법원의 역할을 훼손하는 문제점이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이어 백 변호사는 채권 추심을 할 때 법원과 채권자가 채무자를 동시 압박하는 현상이 일어나 채무자가 과도한 압박감과 부담에 시달리지 않도록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을 막고, 시민사회단체나 전문성을 띈 대리인을 거쳐 추심을 진행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