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전국지역지부의장협의회는 3일 지역지부의장단회의를 열고 “한국노총 지도부의 (30일 담화문에 대한)해명을 요구했으나 장석춘 위원장은 어떤 구체적 해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의장협의회는 “11월 30일 장석춘 위원장이 국회에서 읽어 내려간 기자회견문은 도저히 한국노총의 입장이라고 믿고 싶지 않는 내용들로, 위원장의 기자회견 이후 지도부뿐만 아니라 현장간부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쌓여있다”고 밝혔다. 의장협의회는 “지금이라도 노동3권마저 부정하며 노동자를 길들이려 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최소한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사를 다시금 확인하라”고 조속한 시일 내에 대의원대회를 개최와 기자회견 과정 해명 등을 요구했다.
▲ 한국노총은 지난 10월 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정책연대 파기와 총파업을 결의했다. [출처: 자료사진] |
이에 앞서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중앙집행위를 열고 협상진행상황과 투쟁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정회를 선언했다. 지난 2일 한국노총 지도부를 강하게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중집이 정회된 상태라 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이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산하 연맹에서부터 지역지부 의장단까지 바닥에 닿아 있어 한나라당, 경총, 노동부와 벌이는 4자 협상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안이 나온다면 지도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 2일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은 지도부 총사퇴까지 언급했다. 화학노련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발표한 성명서에서 “30일 발표한 장석춘 노총위원장의 대국민선언으로 배신감과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고, 사태수습을 위해 장석춘 노총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임원의 총사퇴와 즉각적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화학노련은 “노사정 합의 가능성도 미지수이지만 설령 합의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이면 조직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면서 “신뢰를 잃어버린 한국노총이 이후 일상사업조차 진행 못해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라고 전했다.화학노련은 또 “지금 당장의 주체역량 부족으로 노동기본권을 지켜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기초체력을 확보해 법 개정 투쟁을 벌여야 한다”면서 “연맹조직 강화 방안으로 산별노조와 연맹통합 등 다양한 방법을 조속히 강구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은 아예 한국노총을 불신하고 민주노총과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연맹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또 다른 한 축인 민주노총과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하며,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일방적으로 노사관계를 파탄 내는 정부와 자본에 대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공공연맹은 한국노총 지도부를 향해서는 “협상안도 요구안도 아닌 정부와 사용자 나아가 정책연대의 당사자인 한나라당에까지 무릎 꿇은 굴욕적인 백기투항”이라며 “민주노총을 배제하면서까지 강행한 이러한 대국민선언에 대해 공공연맹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노총에 임시대의원대회소집을 요구했다.
권오화 오공노동조합 위원장 등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 7개 노동조합도 4일 성명서를 내고 “장석춘 위원장은 11월 30일 기자회견으로 이미 정치적 생명을 다했다”면서 “설령 한국경총과 노동부, 한나라당이 모여 합의안을 도출한다 하더라도 야합과도 같은 합의결과를 우리 조합원들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석춘 위원장은 자신의 잘못을 조합원들 앞에 겸허히 사과하고 독단적 발언을 철회해야한다”면서 “만약 작금의 총파업투쟁이 두렵다면 당연히 위원장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