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폐연대는 27일 ‘비정규직 운동 전망토론회’를 열었다. ‘불안정노동 철폐 운동 전략 평가와 원칙’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1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장귀연 철폐연대 정책위원장은 “이제 누구도 (말로는) 비정규직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분명한 성과”라며 “비정규·불안정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과 활동가들의 헌신이 이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철폐연대] |
장귀연 "자본주의 구조 제대로 이해해야"
장귀연 정책위원장은 “비정규직 운동은 ‘비정규직의, 비정규직에 의한, 비정규직을 위한’ 운동으로 인식되고 실천된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몰이해 △부문운동으로 인식된 운동방식 등을 꼽았다.
장귀연 정책위원장은 “불안정과 빈곤은 현재 자본주의에서 구조적인 상태이며 자본의 착취와 통제의 전략 그 자체이나 이런 구조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정규 고용 자체는 인정하되 차별을 금지하자는 전략이 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정규직의 도입은 노동자들의 집단성을 해체하고 궁극적으로 개별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불안정노동 철폐 운동은 ‘고용형태나 직무, 숙련 정도와 상관없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 노동자로서의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장귀연 정책위원장은 “비정규직 조직화를 단순히 노동조합의 양적 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고 효율성을 계산하는 한 비정규직 ‘내에서도’ 핵심 부문에 집중하게 된다”며 노동운동이 가져왔던 ‘핵심’ 노동자층이라는 개념의 폐기를 주장했다. 장귀연 정책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조직화와 투쟁이 쉽고 효율적인 이른바 핵심 노동자층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준도 "노동조합 재건 중요", 권수정 "전략 자체가 없었던 게 문제"
토론자로 나선 박준도 사회진보연대 노동위원장은 “사실상 한국사회에서 ‘해고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노동자라는 의미에서 정규직은 근로기준법 상에나 존재했던 것이지 실제로는 (특히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1980년 대 하청구조의 확대 및 노동강도 강화과정에서 이미 등장했던 비정규직 문제가 비로소 가시화된 것은 1990년대 노동조합 운동이 위기에 빠지면서 부터”라고 밝혔다.
이에 박준도 노동위원장은 노동조합 운동의 재건을 강조했다. 박준도 노동위원장은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조합 운동의 절대적 부족이지 (관료화 혹은 정규직 대공장 운동이라는 수식어를 동반하는) 노동조합 운동의 과잉이 아니다”며 “더 많은 노동조합 운동과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더 많은 재건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 운동에서 공동요구를 구성하는 핵심 사안은 무엇보다도 고용과 임금”이라며 “생계의 위기를 폭로하며 기본급-최저임금의 임금인상을 통해 임금격차를 실질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투쟁을 기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토론자였던 권수정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활동가는 개인의견임을 전제하고 “비정규직 운동의 전략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것”이라며 “이는 90년 대 이후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사회에 대한 전망 없음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수정 활동가는 “어려울 때일수록 대의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원칙을 훼손한 합의가 아니라 다시 투쟁할 수 있는 패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투쟁하는 노동자를 신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