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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비극 용산참사, 10개월 맞아

유가족, “주저앉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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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만 지나면 용산 참사 1년이다. 용산참사 발생 300일을 하루 앞둔 14일은 강추위를 몰고 온 매서운 바람이 서울역 광장을 때렸다. 이날 용산범대위는 500여명의 시민과 함께 범국민추모대회를 열고 “올해 안에 반드시 장례를 치르도록 국민의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다시 겨울이 돌아왔지만 이번 겨울을 넘기지 않기를 기원하고 집회가 끝나고 서울시내 곳곳에서 1인 시위를 전개했다.



용산참사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후 15일 동안 단식투쟁을 해온 최헌국 목사는 “다시 미음을 먹으며 희망을 놓지 않고 이명박 정권이 멸망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300일의 결의를 밝혔다.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야 4당 공동위원회' 에 함께하는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300일을 맞은 오늘 유가족 앞에 눈시울이 뜨겁다”며 “의원으로서 300일 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의정단상에 있어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운찬 총리는 정부 책임이 아니라는데 특공대는 중앙정부 공무원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안에서 올겨울이 가기 전에 정말 해결하고 싶었다”면서 “300일 동안 유족이 눈물을 그치지 못하게 한 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총리가 맘만 먹으면 검찰 수사기록을 공개부터 당장 할 수 있다”면서 “진실을 통해 철거민들의 살 권리와 정부의 사과를 받는 것이 우리 요구”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박김영희 진보신당 부대표도 “용산참사에 누가 유죄인지 무죄인지 세상이 다 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이번 대회는 앞으로 용산 투쟁의 방향을 보여주기도 했다. 녹색연합과 언론노조가 무대에 올라와 연대투쟁을 호소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모든 양심과 학정을 멈추고자 하는 모든 세력이 다 함께 모여 정권의 무릎을 끓리고 용산유족에게 사과하는 날이 오게 하자”면서 “용산참사 해결이 언론을 지키는 일이고, 4대 강 삽질을 막는 일이고, 노동자 농민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반MB 투쟁의 결집을 호소했다.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10개월 전 찬바람에 목도리를 두르고 상복을 입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 무대에 올랐다. 권명숙 씨는 “10개월 전 이 자리에서 호소할 때는 어떻게 같이 나가야 할지 암담했지만, 10개월이 흘러 유가족은 모두 투사가 됐다”면서 “유가족들은 권력은 모르지만 신부님들과 범대위가 있기에 주저앉지 않고 차분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추모대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서울 곳곳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300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개발악법을 제정한 입법부, 살인진압을 자행한 행정부, 유전무죄를 입증한 사법부는 모두 한 몸뚱이로 삼권분립이 아닌 삼위일체였다”고 비난하고 “가진 자들의 계급적 이해에 철저히 복무하는 재개발악법과 경찰의 살인진압, 자본과 권력의 하수인 검찰이 철거민을 죽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고인들의 원혼이 서린 참사현장에서 300일을 맞는 유가족의 고통을 헤아려 주고 추운 겨울을 또 길거리에서 맞아야 할 철거민들과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용산참사는 300일이 됐어도 추운 겨울에 외롭게 망루에 올라야 했던 고인과 유가족에 대해 시민과 국제사회, 정치권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18일엔 민주당 국회의원 부인모임에서 오전 10시에 조문을 하고 성금과 물품을 전달한다. 이날 11시엔 국회 의원회관에서 용산참사 후원 찻집을 연다. 19일 오후엔 노무현 재단 한명숙 이사장 등이 봉하마을 쌀 1,000kg을 들고 방문한다. 국제사회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아일린 칸 사무총장은 22일 오전 11시에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