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번엔 법원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검찰이 용산참사 사건 수사기록 3천 쪽의 열람 등사 거부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2009헌마257)에 대해 지난 10월 초에 헌법재판소에 낸 의견서 때문이다.
[출처: 민주당] |
지난 5일 교수 학술단체가 주최한 용산참사 원인과 해법 토론회에서 한택근 변호사는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낸 의견서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 의견서를 통해 “우리 법이 직권주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 법원이 필요하다면 직권으로 압수수색을 하여 강제적으로 그 기록을 조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며 “만약 그 압수수색을 거부하거나 방해한다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집행방해죄까지 언급하며 법원이 수사기록 3천 쪽이 필요했다면 직권으로 압수수색을 해서 강제로 조사하면 됐는데 안 했기 때문에 굳이 법원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검찰의 주장을 두고 많은 변호사과 법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법원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특히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용산참사 1심 재판부에 있다는 지적이 강하다.
이덕우 변호사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참사 재판의 문제점이라는 토론회에서 “법원에서 직권으로 검사실을 압수해서 가져가면 되는데 곧바로 헌법재판소로 왔으니 보충성을 위배했다는 주장인데 이건 검사들이 판사들을 갖고 노는 것”이라고 검찰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검사들이 한 얘기는 논리적으로는 맞다”면서 “법률상 구제수단이 헌재 앞에 있다. 법원에서 충분히 직권으로 압수하면 되는 거라 헌법소원 제기를 기각하면 1심 재판부 부장판사는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고 용산참사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부장판사 한양석)를 비난했다.
이덕우 변호사는 “법원이 재판 당시 철거민들의 작은 법정 소란에는 직권을 발동해서 영장을 발부하고 감치하면서도, 국법질서를 짓밟고 헌법을 위반하는 검찰에는 압수수색 영장발부를 신청했는데도 안 한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해도 검사가 불만을 갖고 피고인을 석방하지 않는 꼴”이라고 3천 쪽을 공개하지 않는 검찰을 비꼬았다.
같은 토론회에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낸 의견서는 법원을 비아냥거리는 듯한 그런 식의 논거들을 가지고 검찰의 열람등사 거부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근본적으로 증거개시제도의 취지를 망각한 단순한 위법이 아니라 중대한 위법이고 반 헌법적인 행위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런 사실로도 1심 재판의 불공정은 충분하다”고 수사기록 3천 쪽에 대한 법원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했다.
앞서 5일 열린 용산참사 해법 토론회에서 한택근 변호사도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압수수색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되니 필요하면 압수수색 하라는 것은 법원을 우습게 보고 가져가려면 가져가라는 것”이라며 “항소심 재판부가 압수수색에 어떤 입장 취할지 궁금하고, 1심 재판장이 이 문구를 봤을 때 어떤 생각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