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망루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 등 2명에게 징역 6년을, 김 모씨 등 5명에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조 모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김 모씨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선고를 내리자 "정치재판"이라며 용산철거민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씨가 오열하고 있다. 고 이상림 씨와 함께 망루농성에 참가한 아들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징역 6년 형을 선고받았다. |
그러나 유가족과 구속자 가족,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재판부가 정의보다는 정치권력의 힘을 택했다. 사법정의는 죽었다”며 “절망하지 않고 다시 힘을 모아 즉각 항소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반발했다.
변호인단의 김형태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이 주장한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판결문을 읽는 도중 법정에서 퇴장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재판이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순수한 형사재판에서 형법적인 판단을 하면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면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에 대한 수많은 반대 증거가 있는데도 유죄를 선고한 것은 사법부의 역할을 포기 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고 이상림 씨의 큰 아들이며 이충연 위원장의 형인 이성연 씨는 “재판장이 검찰의 입장이 담긴 원고를 읽어 준 것”이라며 “철거민들이 망루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약자로써의 선택이 이 정권 아래에서는 이렇게 왜곡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원망스럽다”고 밝혔다.
화재원인과 지점, 특공대 투입 정당성 모두 검찰 주장 그대로 받아들여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업무방해, 건조물 침입, 1월 19일 공무집행 방해, 1월 20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죄를 모두 인정했다. 특히 변호인단과 검찰이 법정에서 두 달 여 동안 치열하게 공방을 벌여온 화재의 원인과 발화지점도 모두 검찰 주장에 손을 들어 주었다.
재판부는 진압 특공대원들의 증언과 정황을 들어 “농성자들이 망루 2층과 3층 계단 부근에 던진 불붙은 화염병이 인화물질과 유증기에 옮겨 붙어 큰 화재가 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공대원 한 명이 죽고 13명에게 상해를 입힌 것이 인정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화염병을 던진 농성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피고인들은 화염병 투척 시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를 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특공대 조기투입이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는지도 검찰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여 적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새총을 통한 화염병과 골프공 등의 사거리를 근거로 들어 위험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농성 건물이 왕복8차선 한강대로 옆이라 더욱 큰 위험이 예상됐다는 검찰의 주장도 모두 받아들였다.
한양석 부장판사는 “세입자의 권리 침해가 아무리 절박해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점거와 농성을 하고 진압용 방패와 소화기 등 최소한의 장비만 든 경찰에게 위험한 물건을 쏘고 화염병을 던져 경찰관을 사망하게 한 것은 국가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한 행위라 용남이 안 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한편 재판부가 검찰 공소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이는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자 양형을 선고하기 전에 김형태 변호사가 법정에서 퇴장하자 이충연 위원장 등 피고인 두 명도 ‘이건 재판이 아니야“라고 소리치며 피고인 대기실로 퇴장했다. 이어 많은 방청객들이 “이게 재판이냐. 다 나가자”라며 소리를 지르고 재판부의 양형이유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한 방청객은 재판부의 발언 제지에 반발하고 재판부를 비판하다 법정에서 구속 감치되기도 했다. 선고가 끝나고 유가족과 구속자 가족들은 법정 안에서 울부짖으며 ‘사법부가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