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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이수호의 잠행詩간](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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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어둠 속에
그렇게 비바람 치고
천둥 벼락에 우박까지 쏟아진 계곡
나무들 죽비 맞듯 흔들려
수도 없이 잎이 떨리고도
아침 가을은 맑아
햇살 눈부시다
계곡은 흔들린다
저렇게 깊은 사랑을 숨기고
깊이깊이 흐른다
어느 날 내를 지나며
긴 그리움이 된다
자기가 강인지도 모르고
붉게 물든 산을 싣고
노을을 싣고
갈대 울음을 싣고
흘러간다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게

* 가끔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뭔지도 모를 때가 있다. 그냥 흘러간다. 가을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