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노조의 파업 기간 동안 거의 마지막까지 공장 안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회사와 합의를 이루기 하루 전인 5일 저녁에 도장공장을 나온 쌍용차노조 조합원이 심경을 밝혔다.
이규홍 쌍용차노조 조합원은 7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합의안이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희망퇴직을 쓰지 않은 사람들은 그래도 무급휴직을 통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끝까지 싸운 것인데 남아 있는 사람들 속에서도 죽은 자 산 자로 편가름돼야 한다니 많이 아쉬워들 한다"고 전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 집행부 원망 않는다"
노조가 '양보'해 내부 비판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날(5일) 아침 경찰 공권력이 밀고 들어올 때 이건 우리가 상대해서 이길 수 있는 그런 대오가 아니라고 느꼈다"며 "누굴 비판하기 전에 저희들이 살아남을 수도 없겠다, 거의 죽겠다 싶은 마음들이 더 많았던 것이라 집행부를 비판하거나 하는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이규홍 조합원은 5일 저녁 공장을 나오며 희망퇴직을 쓴 이유에 대해 "미련이 없어졌다"고 잘라 말했다. "15년, 20년 동안 일했는데 같이 살자고 서로 고통분담하자고 그렇게 외쳤지만 회사에선 용역을 동원해 압박했다"며 "사실상 우리는 정부와 싸운 것인데 정부는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이런 전쟁 지옥같은 데서 더이상 쌍용이라는 이름을 갖고 다시 살 수 있을지 스스로 반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구제되는 48%의 인원에 대해 "(동료들과)통화를 해보니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모르고 있더라"며 "(대상 인원 작업을)집행부에서 해야 하는데 잡혀 들어가는 바람에 결정을 못 지었다. 결국 회사한테 떠넘긴 것"이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제2, 제3의 쌍용차 우려
이규홍 조합원은 "저 스스로 잘린 것이 억울하고 분하기 때문에 싸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애들까지 비정규직으로 만들 순 없기 때문"이라며 이후 비정규직의 확산을 우려했다. 또 "쌍용차가 힘들게 싸웠지만 결국 다 무너졌다고 하면 앞으로 다른 사업장도 저렇게 싸우지 못할 거다, 언제든지 자를 수 있을 거다"며 "과연 노동자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한번 좀 물어보고 싶다. 열심히 일한 게 그게 잘못인지..."라고 말했다.
이후 회생방안에 대해서 이 조합원은 "우리 기술로 충분히 해 나갈 수 있다. 앞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자력으로 클 수 있게만 해 주면 가능하다"며 "고통을 같이 나누면서 하면 분명히 살아나갈 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