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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하느님

[이수호의 잠행詩간](35) 다시 용산에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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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 적
엄마는 나에게 하느님을 들려주셨다
무릎에 앉아
흰 수염 휘날리며
착한 사람 도와주고 못된 놈 벌주는
하느님 꿈꾸며 잠들곤 했다
이 나이에
다시 하느님 만났다
용역들에게 얻어맞고 경찰에게 짓밟히면서도
억울하게 죽은 철거민 유족들 손 놓지 않는
용산의 하느님
5개월이 되도록 차마 떠나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주무시는
초라하고 가난한 하느님
한평생을 저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 못하시는 일
도맡아서
가난한 곳 억울한 곳 불의한 곳 찾아다니며
같이 울고 같이 화내고 같이 먹고 같이 뒹구는
우리의 하느님
참사 6개월에도 동네 죽은 개 보듯 하는
이명박에게
불탄 채 꽁꽁 얼어 있는
난도질한 주검 둘러메고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는 유족들 손 붙들고
어쩌면 좋지요
그놈 눈도 꿈적 안 할 텐데
그 다음은 어쩌지요
걱정하고 고민하시는 하느님
혼자 주무시는 작은 차에서
울며 기도하시며
잠 못 드시는 하느님

* 문 신부님, 걱정이 많으시다. 저러다 또 누가 다치면, 또 끌려가면 어쩌나, 안절부절 이시다. 저리도 마음이 곱고 여리신 우리 신부님, 바람에 날리는 하얀 수염이 너무 멋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