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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턱 막히는 삶

[법률가 연속기고]⑨ 투쟁으로 돌파해야 하는 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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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올해 들어 가장 더웠다던 6월 18일(비정규법의 올바른 개정을 위한 법률가 릴레이단식 66일차)이 저의 1인 시위 담당일이었습니다. 국회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늘 한 점 찾아 볼 수 없는 국회 정문 앞을 보며 사실 정말 날을 잘못 골랐군 싶은게 좀 막막하기도 하였지요. 그렇게 국회 앞 1인시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더운 날씨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더군요. 지나가시는 시민들이 정말이지 불쌍하게 저희를 바라봐 주시더군요. 이미 66일째를 맞이하는 1인 시위였는데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가까이 와서 판넬을 읽어봐주시는 정성에 더위가 절반 쯤은 날아가는 듯도 하였습니다. 살이 타들어가는 듯한 뜨거운 태양에 숨이 턱턱 막혀오는 기분을 느끼며 잠시 어쩜 우리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처해있는 절박함과 앞날에 대한 답답함이 이와 같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스쳐갔습니다.

  김세희 노무사

이제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 만큼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도 그 해결은 더디고 갈 길은 멀기만 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저희 노조에서도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제정 2년을 맞아 각 사업장의 비정규직 관련 현황을 알이보고자 간단한 설문 조사를 실시 한 바 있었습니다.

기간제법 도입 이후 더 본격적으로 비정규직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 비정규직 없는 청정 사업장을 만든 경향신문을 비롯해 약간의 한계를 내정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의 부분적 개선이 이루어진 한겨레, EBS 등의 모범 사업장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언론 산업 내의 비정규직의 문제 역시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합니다. 최근에는 KBS사측에서 420여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기간제법 적용 이전에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방침이 나와 모두를 분노케했고, 현재는 자회사를 만들어 이들을 자회사로 보내겠다는 쪽으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KBS가 일종의 인력 파견 업체를 만들어 파견 또는 용역 계약 등을 통해 비정규직 인력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기간제법을 피해가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며, 자회사로 이동시 현재 KBS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은 더욱 크게 후퇴하게 될 것입니다.

현실에서 상담을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문제를 직접 만나 얘기 듣고 해결점을 찾아가야 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답답이 적지 않습니다.

해고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비정규직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하고, 비정규직임을 확인한 이후에는 투쟁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뻔한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는 것이 현재 우리 노동법의 답답함입니다.

봄부터 시작된 저희의 1인 시위가 언제까지 이어져야 이러한 답답한 법 현실이 사라지고 억울하게 해고되고 부당한 근로조건을 감수해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가 나아질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억울함과 답답함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는 그 날까지 우리의 힘을 모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말

김세희 노무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