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논점이 나왔다. 열기도 뜨거웠다.
3일 민주노총은 오후 2시부터 미조직 비정규직 2기 전략조직화를 위한 두 번째 대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달 20일 열린 첫 토론회는 주로 토론자들이 말을 했다면 이번 토론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토론회는 각 지역과 산별에서 미조직·비정규직 담당자들이 참가해 전략조직화 사업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어떻게 실천하고 앞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두고 미조직·비정규직 담당자들의 고민은 치열했다.
토론에서 나온 전반적인 평가는 전략조직화 사업이었으나 별로 전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기획이 부족했고 민주노총의 구조적 조건과 조직역량에 의해 좌우됐다는 평이 많았다. 성과와 계승할 지점도 언급됐다. 학습효과가 있었고 많이 배웠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로 언급됐다.
사회를 본 조돈문 카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앞으로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두고 몇 가지 논점을 정리했다.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집중화할 것이냐 △일상 사업으로 할 것이냐 전략적으로 할 것이냐 △조직화의 틀을 지역 중심으로 할 것인가? 산별 중심으로 할 것인가? △비정규직 주체의 생동감이 사라지는 1사 1노조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민주노총의 혁신과 비정규 조직화는 별개의 문제인가 같은 문제인가? △공모사업 방식으로 할 것인가? 등의 논점이 제기됐다.
인프라 없는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
민주노총은 2005년 대의원대회에서 미조직·비정규직 전략조직화 사업을 결의하고, 50억 기금 조성(현재 약 22억 모금)과 함께 조직활동가 양성 및 교육, 현장배치를 했음.
민주노총은 지난 3년간 조직활동가 24명을 배치했으며, 현재는 15명의 조직활동가가 해당 산별연맹에서 조직활동을 하고 있음.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잘 발제문 중
주발제에 나선 임영일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소장은 “현재 민주노총 조직의 상태에서는 노조운동의 총 방향을 재설정 하면서 조직화에 노조의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선언적으로 가능하나 실질적으로는 불가능 하다”고 지적했다. 임영일 소장은 “조직화 모델로의 전환이나 전략적 조직화 등의 용어도 과잉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조직화 사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인프라의 결핍과 조직화를 일상사업의 중심사업으로 인식하는 조직문화 결여가 많이 지적됐다”고 밝혔다. 조직화 사업의 인프라를 위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조직화 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과 주어진 조건에서 실질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조직문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조직문화 결핍의 뿌리를 기업별 노조와 현 산별노조 체제에서 찾기도 했다. 현재 산별노조가 정상적인 산별노조 체제를 구축하지 못해 일상 사업에서 사업장의 경계를 넘어서는 조직화 사업의 주체가 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1사 1노조를 두고는 “비정규직이 1사 1조직의 틀에서 독자적인 목소리, 초기 운동적 활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그 반대 경우도 있으며, 기업지부/지역지부 문제와 연동해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임영일 소장은 민주노총 전략적 조직화 사업을 두고 “전략적 사업의 모양을 갖추고 시작했으나 실제 실천 단계에서는 교육과정을 마친 활동가들을 산하 산별에 배분해주는 각급 조직의 ‘일상 사업’에 투입되었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현재 총연맹 상태로는 다시 전략 사업이 아니라 일상적 조직화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기관 설립과 가능성 있는 사업에 선별적으로 투입해 성공적 사례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임 소장은 마지막으로 “전략적 조직화라면 훨씬 크고 담대한 상상력을 동원해 자본의 ‘기업도시(corporate city)’ 전략처럼 ‘노조도시(union city)' 전략 같은 것을 추진하자”며 예를 들기도 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전략조직화 사업은 부분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있지만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종진 연구실장은 총체적 실패의 근거로 △인력과 재정 집중의 실패 △사업체계 구축에 있어 전담부서, 전담인력 확보, 미비특별위원회 구성, 비정규 사업 연대단위 구성, 2007년까지 사업비 30% 조직화 사업 투여 등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조직 거의 전무 △조직문화환경개선 부진 등을 들었다.
전략조직화 실패했지만 교훈 삼자
토론자로 나선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전략조직화 사업의 특별한 상이 없었고 미조직 조직화는 시늉을 낸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과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성희 소장은 “전략적 조직화가 아닌 민주노총의 인적.물적 자원의 전략적 이동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동할 키포인트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1사 1노조 논란을 두고는 “비정규 독자조직의 생동성을 살리기 위해 관성화한 민주노총 틀에 용해 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비정규 독자단위를 좀 더 넓게 설정하지 않으면 약화 될 것이며 민주노조 운동의 주체로서 독자적인 기획 단위로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는 “전략조직화 사업은 성공한 사업이 아니라는 평가에 동의한다”면서도 “전략조직화 사업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진 대표는 “민주노총의 일상적 조직화가 안 되는 것은 조직되지 못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전략조직화마저 않는다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혜진 대표는 “전략조직화를 통한 문제제기와 샘플링을 통해 내부 변화를 불러오고 일상적 조직화의 긴장구조를 만드는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반드시 전략조직화를 해야 한다는 것. 김 대표는 조직화의 유지가 어려웠던 곳의 샘플링을 통한 매뉴얼화를 강조했다.
김혜진 대표는 “지금 조직이 안 된 곳은 영세 비정규직이 모인 공단지역”이라며 “산별과 기업 구조로는 안 되는 곳의 조직화 매뉴얼을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또한 “민주노총이라는 시스템을 넘나드는 창의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1사 1노조는 통합의 출발”이라며 “고용형태의 동일성, 단협 통합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경숙 병원노동자희망터 소장은 “비정규직 조직화는 간부활동가에게 노동운동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힘들고 지친 노동조합 활동가에게 비정규.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은 노동자 연대를 확인시켜주고 감동과 용기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만정 일반노조협의회 의장은 “노조를 조직하러 다니는 것보다는 노조를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자”며 “전체적인 사회문화적인 분석을 통해 거기에 알맞은 전략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만정 의장은 전략조직화 방식으로 공모식을 제안했다.
발제자와 토론자의 토론이 끝나자 토론회에 참가한 지역, 산별 비정규직 담당자들의 열띤 평가와 제안이 이어졌다.
김종태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의 2년여 전략조직화 사업을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종태 사무처장은 “산별이든 지역이든 전략적 조직화는 처음었고 지도역량이나 조직내부 시스템 문제를 포괄한 총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도역략이나 조직내부 시스문제가 여전히 해결이 잘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종태 처장은 “대안을 지역본부 배치로 얘기하는데 지역본부 역시 현 지도역량이나 조직 시스템 상 집중배치해도 대안이 안 된다”면서 “건설은 20년간 상담을 통한 조직화를 했지만 아무리 해고문제를 해결하고 산재문제를 해결해도 조직화 성과는 미미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지역지부 조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지역본부 인력집중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산별과 지역본부가 지역 산별노동자를 집중조직화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지도역량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지역 권력화와 그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다.
금속노조 미조직 비정규직 투쟁사업 담당자도 “민주노총 조직화 전략 실패라고 단정하기 보다는 문제가 많았다고 보는 게 좋다”며 “조직화 전략을 긍정적으로 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담당자는 “조직 내적 역량을 조직화 전략으로 가져가지 위해 예산과 인적 자원의 분배, 노동조합 운동의 활동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1사 1노조를 두고는 “10년 동안 독자노조를 하면서 내부에 엄청난 내홍을 겪었다. 제명도 하고 징계도 했다. 조직화 방식으로 1사 1조직이 1단계다. 부정적으로만 보지말자”고 평가했다.
울산지역본부 미비사업담당자는 “대안으로 산별, 지역을 말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산별이 맞다고 본다”면서 “지역본부는 현제 체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남신 이랜드 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민주노총 1차 전략조직화가 명백히 실패 했음을 규정하자”고 주장했다. 이남신 직무대행은 “잘못해서 실패가 아니라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근거가 있었다. 실패의 경험이 소중했다”고 덧붙였다.
이남신 직무대행은 “2차 전략조직화는 전략적 관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되 반드시 성과를 내자”면서 “민주노총은 이랜드 투쟁 때 단위노조 투쟁 승리를 위해 10억을 결의했지만 일상 조직화에 대해서는 저 조차도 고민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남신 직무대행은 “열나게 싸워야 10억을 걷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조직화로 진지하게 성과를 남겨보자. 사회연대 거점으로 조직화 센터가 필요하며 독자적 조직화 단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충북지역 미조직 비정규 담당자는 “자꾸 민주노총 안에서만 고민 하는 것이 아니라 미조직 사업 수행의 지점을 바꾸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 담당자는 “소규모 업체를 조직하는데 현재 노조 형식이 정말 적절한가? 이런 부분에 대해 실제 노조의 틀을 깨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조직내에서 미조직사업에 대한 형식과 노조형식의 변화를 스스로 찾을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공공노조 미조직 국장은 “전략조직화 사업은 직접적인 재정과 사업비도 필요하지만 정책적, 법률적, 교육적 지원과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결론은 돈을 만드는 것보다 이런 인프라를 만드는 것들이 더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은 미조직·비정규직을 조직하지 않고는 노동운동의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모두 공감하고 토론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