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주 씁쓸한 노동부 진정 사건이 있었다. 파견노동자로 인천의 어느 병원에서 청소일을 하시는 고령 여성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수 년간 받아왔다. 최저임금 위반으로 진정을 제기했지만 회사측에서 ‘자식들의 앞날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느니 ‘안좋은 기록으로 남는다’는 등 일제시대식 회유와 협박으로 진정인들을 모두 회사 봉고차에 태워 노동부에 데리고 가서 취하하게끔 한 것이다.
회사측이 진정인들을 데리고 가서 취하시킨 날은 노동부 재조사를 받기 전날이었다. 진정대리인으로 사건을 맡으면서 백주대낮에 강도를 맞은 기분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취하소식을 듣고 치밀어오르는 울분을 삭이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개인적인 고발이 가능하지만 체불 당사자들의 협조 없이는 이 또한 불가하다. 여기서 사건은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병훈 노무사가 단식농성에 들어가게 된 입장이 충분히 공감되는 사건이었다. 릴레이 단식을 진행한다고 해서 동참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단식일정에 다른 일정이 겹친 최기일 노무사를 대신해서 하루 단식에 동참하게 되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배둘레를 걱정하면서 단식의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하면서 말이다. 아침과 점심은 물배로 채우고, 저녁식사의 유혹은 견디기 힘들었지만 한번 다진 결의는 술담배를 끊는 심정으로 참았다.
▲ 지난 8일 국회 앞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김민 노무사 |
12시에서 1시까지 시위를 마치고 마침 대방역 근방에서 회의가 있어 버스를 타기 위해 걷다보니 버스정류장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국회 앞 도로공사를 하고 있었다. 국회 앞에서 집회 못하게 하려는 어거지 공사 아냐? 하고 투덜대며 대방역까지 가다보니 오늘 운동량 무지 많다.
요사이 나를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인사말로 하는 소리 중 가끔 “경기불황의 특수로 사건이 많아졌느냐?”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경기불황일수록 비정규노동자들은 숨죽이며 고통을 감내하는 실정이다. ‘내가 이같은 불경기에 여기서 짤리면 어디로 가겠나’라는 것이 평범한 비정규노동자들의 생각이고, 따라서 경기불황의 특별 수입은 자본가에게 돌아간다.
경기불황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지역사회가 있다. 인천공항의 대부분의 노동자는 비정규직이다. 즉 80~90%가 아웃소싱 비정규노동자인데 여기서는 10% 인력감축설이 소문으로 나돌고 있다. 소문으로 나돌아도 그 효과는 강력하다. 비정규 일자리라도 소중한 사람들한테는 살아남기 위해서 될수있으면 찍히지 않기위해 노력한다. 회사의 연장근로 지시를 거절할 수 없고, 연장근로 수당을 주지 않아도 고통을 감내한다. 그러니 경기불황의 특수는 고스란히 회사측이 누리는 것이다.
정작 저임금에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노동자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힘이 부쳐 불합리한 비정규 법률이 개악되는 문제에 나서기가 힘든 조건이다. 이를 역이용해 개악에 나서려는 현 정부 정책에 항의하며, 법률가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을 미리 고민하고 조직하고 지원하는 동지들에게 감사하다.